‘오염수’냐 ‘처리수’냐 당정 엇박자…日은 방류 계획 ‘착착’
논란되자 외교부 “검토한 적 없어”…日 “여름 방류” 재확인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국민의힘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두고 '처리수'로 불러야 주장이 나온 이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찰단이 꾸려지기도 전에 일본이 원하는 바를 들어준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용어 문제를 두고 당정이 엇박자를 보이는 동안 일본 정부는 "예정대로 방류하겠다"는 입장을 굳히고 있다.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검증태스크포스(TF) 성일종 위원장은 11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오염수 명칭에 대해 "'오염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성 위원장은 "전 세계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주축이 돼 검증한 후 국제법적으로 기준치 이내에 들어왔을 때, 그 물을 바깥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것이다. 바깥으로 방류하는 물에 대해선 일단 처리해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오염 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용어 정정이 필요한데 엄밀하게는 '오염 처리수'"라며 "IAEA가 오염수를 방류하게 놔두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역시 "IAEA의 여러 가지 자료를 보면 용어가 'treated water'(처리수)라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한국을 포함해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가는 공식적으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오염수를 '처리된 물' 즉 '처리수'로 표기해야 한다는 건 일본의 오랜 주장이다.
이 때문에 당장 시찰단이 꾸려지기도 전에 일본의 요구부터 다 들어주려는 것이란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꾸는 것은 일본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이라며 "우리 국민은 불안해하는데 일본 정부만 환영하면 그만이냐"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2일 YTN 라디오에서 "영국 BBC 등 세계적인 언론들은 오염수라고도 안 한다. '핵폐수'라고 한다. '오염수가 그렇게 깨끗하면 왜 (바깥으로) 방류하냐, 농업용수로 쓰지'라는 중국의 얘기가 맞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중국 외교부는 일본을 향해 "(오염수가) 무해하다면 왜 일본 국내에 방류하거나 농업‧공업용수로 쓰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아시아 이웃 국가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아랑곳 않은 채 오염수 방류 계획을 강행하는 것이 실망스럽고 불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커지자 우리 정부는 "용어 변경을 검토한 적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11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일관되게 오염수라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처리수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검증단' 용어는 日이 불편할 수 있어"
실질적인 검증이 가능한 '검증단'이 아닌, 단순 조사 수준의 '시찰단'이 파견되는 것을 두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외에서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명분만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10일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검증단은) 일본 측이 굉장히 불편해할 수 있다. 그래서 시찰이라는 용어를 쓴 것"이라며 단순한 용어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국내서 용어 논쟁이 벌어지는 동안 일본은 오염수 방류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11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후쿠시마 오염수 현황에 대해 설명하겠다"면서도 "(올 여름) 방류 일정에는 변경이 없다"고 재차 못을 박았다.
앞서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 역시 한국 시찰단 활동에 대해 "IAEA처럼 안전성을 평가하고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축소하며 "(한국 시찰단이 후쿠시마) 현장을 보고 이해가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양국의 용어 차이, 시각 차이를 고려했을 때, 우리 시찰단이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실질적인 검증보다 일본의 설명을 듣고 관찰하는 수준의 활동을 하고 돌아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일 당국은 12일 오전 국장급 협의를 열고 오염수 현장 시찰단 파견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조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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