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간빙기 겪으며 인류가 살아남은 이유..."생물 다양성 찾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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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인류 조상으로 분류되는 호모사피엔스 등 '호모 종'은 지난 300만 년 동안 여러 차례 빙하기와 간빙기를 겪으며 진화했다.
다양한 생물 군계에 대한 높은 적응력에 힘입어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이동성, 유연성, 경쟁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그 이전 어떤 호모 종보다도 유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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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인류 조상으로 분류되는 호모사피엔스 등 ‘호모 종’은 지난 300만 년 동안 여러 차례 빙하기와 간빙기를 겪으며 진화했다. 초기 인류가 이같은 기후변화와 자연환경 변화에 어떻게 적응했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악셀 팀머만 기후물리연구단장 연구팀이 300만년에 걸친 인류 조상의 자연환경 선호도를 알아내고 혹독한 기후변화에도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장 기간의 고기후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12일 게재됐다.
연구팀은 앞서 과거 200만년에 걸친 기후를 시뮬레이션하고 인류 조상이 시대별로 살았던 서식지를 추정한 연구결과를 지난해 4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이보다 100만년을 더한 과거 300만년의 기온, 강수량 등 기후 자료를 생성해 기후 기반 식생 모델을 구축한 결과다.
연구팀은 300만년에 걸친 고기후 시뮬레이션 정보를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유적지 3232곳에서 나온 방대한 인류 화석, 고고학 표본 정보에 대입해 호모 종 서식 지역의 생물 군계 유형을 11가지로 분류했다. 이어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사피엔스 등 각 호모 종이 선호한 생물 군계를 특정했다. 생물 군계란 기후 조건에 따라 지역을 구분할 때 분포하는 식물과 동물 군집을 모두 포함하는 생물의 군집으로 열대우림, 아열대, 사바나 등으로 구분된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200~3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최초 출현한 초창기 호모 종(호모 에르가스터, 호모 하빌리스)은 초원과 건조 관목지대 등 개방된 환경에서만 살았다. 하지만 약 18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등은 유라시아로 이주하면서 온대림과 냉대림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 군계에 대한 적응력을 키웠고 이 과정에서 여러 사회적 기술들을 개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양한 생물 군계에 대한 높은 적응력에 힘입어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이동성, 유연성, 경쟁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그 이전 어떤 호모 종보다도 유능해졌다. 덕분에 다른 호모 종이 개척하지 못한 사막이나 툰드라와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살 수 있었다.
연구팀은 또 호모종이 선호하는 환경 특성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생물 군계의 다양성이 늘어난 지역에서 거주지가 밀집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호모 종이 다양한 식물과 동물 자원이 가까이 있는 자연환경을 선호한 셈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선택이 도구 개발과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쳐 극한의 변화에 대한 호모 종의 회복력과 적응력을 늘렸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번 연구에는 IBS가 보유한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가 활용됐다. 슈퍼컴퓨터는 최근 진화생물학과 인류학 연구 핵심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연구를 이끈 엘카 젤러 학생연구원(부산대 박사과정)은 “초기 인류의 생존 전략에 대한 전례 없는 견해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팀머만 단장은 “인류학에 기후·식생 모델링 연구를 접목한 덕분에 세계 최초로 자연환경에 대한 인류 조상의 거주지 선호도를 대륙 규모로 입증했다”며 “호모 종에 대한 ‘다양성 선택 가설’을 새롭게 제안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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