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공포”…저출산 중국, 인구대책 이렇게까지? [특파원 리포트]

김효신 2023. 5. 1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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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결혼 공포’를 풍자한 그림. 미혼 남녀를 쫓는 용의 가슴에 〈돈이 없음, 가사노동, 자유 상실, 집이 없음, 아이 양육〉으로 적혀있어, 결혼 공포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출처: 바이두)

■"결혼은 공포"...'공혼족' 늘면서 중국 혼인율 사상 '최저'

결혼을 꺼리는 현상은 나라를 가리지 않나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혼족'이 늘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결혼을 꺼리는 공훈주, '공혼족(恐婚族)'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결혼이 공포스럽다"는 겁니다. 한때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이었던 중국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중국의 2022년 3분기 통계를 보면, 중국의 결혼 등록 수는 54만 5천 쌍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5% 감소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실감이 나지 않는데요.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

처음으로 결혼한 '조혼인' 수는 2013년 약 천2백만 쌍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700만여 쌍으로 급감했습니다. 이렇게 급감하는데 불과 10년도 안 걸린겁니다.

결혼을 못 하는 것일까요? 안 하는 것일까요?

중국 SNS는 앞서 설명한 '공혼족'에 대한 토론이 활발합니다. 중국의 한 네티즌은 SNS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경제적 압박이 심하고, 아이를 키우는 압박이 심합니다. 가족의 책임을 지고 싶지 않고, 혼자 자유롭게 놀고 싶을 뿐입니다."

다른 네티즌은 "집을 살 수 없고, 차를 살 수 없습니다. 결혼은 일종의 과욕입니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중국 청년세대들의 경제적 박탈감도 큰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16세에서 24세 사이의 중국 청년 실업률이 19.6%로 사상 최대치에 근접했습니다. 코로나 19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의 청년실업률 19.9%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방역은 풀었는데, 경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천천/ 중국 국가보건위 인구가족부 부국장
"90년 이후 태어난 청년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성장했고, 교육 기간은 더 길어졌습니다.
그에 반해 고용 경쟁의 압력은 더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을 지연하는 현상이 매우 눈에 띕니다."

■결혼 무서운 '공혼족' 증가에... '아기 울음'소리 뚝

결혼을 안 하는데, 아이가 태어날리 없습니다.

지난 3월, 베이징의 한 대형 산부인과 병원이 폐업할 정도입니다. 심지어 당일 제왕절개 수술 예정이었던 임신부까지 다른 병원으로 이송시키며 야반도주하다시피 문을 닫았다고 환자들은 주장합니다. 병원 측은 임대료를 몇 달 치 밀릴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3월, 베이징 대형 산부인과 병원이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할 정도의 ‘경영난’ 때문에 폐업한다는 공고문을 내걸었다(출처: 바이두)

실제로 중국의 출산율도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인구 천 명당 출산율은 지난해 6.77명으로 2017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중국의 인구가 1960대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는데요. 사망자 수가 처음으로 출생아 수를 넘어선겁니다.

참고로 신중국 건국 이후 중국의 인구가 감소했던 때는 1958년에서 1961년 사이에 아사와 질병으로 수천만 명이 사망했었을 때뿐이었다고 합니다.

중국은 최근 인구수 세계 1위 자리를 인도에 내주기까지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뉴욕 타임스는 "세계적인 인구 대국인 중국이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중국을 세계 경제 대국으로 끌어올렸던 '인구'라는 엔진이 꺼져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있습니다.


중국의 인구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건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중국의 한 데이트 앱이 중난경제법학대학과 공동으로 발표한 '2023현대 청년 연애소통 백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남성의 71%, 여성의 83%는 '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난자 얼릴 수 있게 해달라".... 미혼 여성 '난자 냉동'도 허용할까?

이런 와중에 최근 중국에서는 한 미혼여성이 수년 째 벌이고 있는 소송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작가 쉬짜오짜오 씨가 주인공인데요. 쉬 씨는 지난 2019년 베이징의 한 병원을 찾아 본인의 난자를 냉동하려 했다가 문전박대를 받았습니다. 중국의 현행법에서 미혼 남성의 정자 냉동은 합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미혼 여성의 난자 냉동'을 허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9년부터 미혼 여성의 ‘난자 냉동’을 허가해달라며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쉬짜오짜오 씨. (사진: KBS 보도 캡처)

30대 중반인 쉬 씨는 본인의 신체 결정권을 침해했다며 해당 병원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베이징 법원은 쉬 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시 법원은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건강을 해칠 수 있고, 난자 채취를 합법화할 경우 상업적으로 거래될 수 있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쉬 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최근 해당 병원을 상대로 항소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2019년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한 뒤 3년이 넘게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쉬짜오짜오/ '난자 냉동' 허가 소송
" 우리가 우리의 난자를 냉동 보관하려는 것을 (병원이) 거부하는 것은 개인의
'신체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 내 여론이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한 연구팀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60% 이상이 난자 냉동보관 허용에 찬성했고, 30~34세 찬성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쉬 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청년이 한둘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피임 기구 팔지 말자" "대입 때 가산점 주자"…. 극단적 인구 대책까지

중국 지도층도 인구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는지, 기상천외한 해결책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최고 대학인 런민대학 진창룽 교수는 대학 입시 때 가산점을 주자는 해결책을 내놨는데요. 진 교수는 둘째에게 20점, 셋째에게 50점, 넷째부터는 무시험으로 명문대 합격을 보장해주자고 주장했습니다.

명문대 무시험 합격은 현실성이 떨어지더라도, 대입 가산점 아이디어 자체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는데요. 중국은 우리나라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기 때문에 일부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홍콩 부동산 대기업 센털라인 프라퍼티(中原地産)의 시윙칭 대표는 “두 자녀를 낳기 전까지는 피임 기구인 콘돔을 사지 못하도록 하자"고 다소 극단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 국회의원 격인 주례위 인민대표도 피임기구 판매를 금지하자며 시 대표의 의견에 힘을 보탰습니다.

피임약과 피임 기구 판매를 금지하자는 주장을 펼친 주례위 중국 인민대표 (출처: 쓰촨관차)

최근 시진핑 주석도 집권 3기 들어 처음 개최한 '공산당 중앙 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인구 발전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관계된 대사"라며 인구 대책을 주문했는데요. 중앙 재경위는 일단 "출산 지원 정책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편적 보육 서비스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가족의 출산 및 양육 교육 부담을 크게 줄이겠다"고 답했습니다.

60년 만에 '인구 감소'라는 충격파를 맞은 중국. 앞으로 어떤 세부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입니다.

김효신 기자 (shiny33@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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