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중동 화약고 터졌는데…도움 안 되는 미국?

황경주 2023. 5. 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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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분쟁 지역이죠.

가자지구가 또다시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인사가 이스라엘 감옥에서 숨지면서 해묵은 갈등에 다시 불이 붙었는데요.

중재자 역할을 해 오던 서방 선진국들이 이번엔 별 도움이 안 되고 있다는데,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불안 불안하던 가자지구가 본격적인 교전 상황에 돌입한거죠?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사흘째 격렬한 미사일 공격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지난 9일부터 '방패와 화살'이라는 작전명으로 미사일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는데요.

목표는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입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슬라믹 지하드 군사시설 2백여 곳이 타격 됐고, 어제는 조직 핵심 인물 2명이 숨졌습니다.

이에 맞서 팔레스타인 측도 이스라엘 쪽으로 미사일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9일부터 이어진 교전으로 현재까지 서른 명이 숨지고 80명 넘게 다친 것으로 파악됩니다.

가자지구는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이지만, 이스라엘과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앵커]

툭하면 분쟁이 벌어지는 지역이라, 놀랍지도 않은 게 참 씁쓸한데요.

이번엔 이슬라믹 지하드 고위 인사의 사망이 계기가 됐죠?

[기자]

이달 초 이슬라믹 지하드의 고위 인사 카데르 아드난이 이스라엘 감옥에서 숨졌습니다.

테러 혐의로 체포돼 80일 넘게 단식 투쟁을 하다 옥중 사망한 건데요.

이 소식이 알려지자 분노한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해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습니다.

이스라엘군도 곧장 반격했고요.

아드난의 변호인은 이스라엘 당국이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해 아드난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측은 아드난이 진료를 거부해왔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언제든 가자지구를 강력하게 공격할 수 있다"며 교전이 더 커질 가능성도 내비친 상황입니다.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 : "우리는 작전을 확대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도 대비 중입니다."]

[앵커]

두 나라의 갈등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고, 이럴 때마다 서방이 중재를 돕지 않았나요?

[기자]

일단 유엔 안보리가 비공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또 이집트가 중재해서 일단 휴전하기로 했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건 아닙니다.

오히려 현지에서는 공습 경보가 계속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데요.

사실 최근 들어 이스라엘과 서방 사이 파열음이 점점 커지고 있죠.

이스라엘 우파의 상징,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해 말 재집권에 성공한 뒤 극우 본색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인데요.

유럽연합 외교단은 지난 9일 이스라엘에서 열기로 했던 '유럽의 날' 행사를 취소해 버렸는데, "유럽연합의 가치에 반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연설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댔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이자 반팔레스타인 정책의 선봉에 서 있는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참석한다고 하자 아예 행사를 없애버린 겁니다.

[앵커]

전통적인 우방 관계인 이스라엘과 미국도 관계가 소원해지는 분위기라면서요?

[기자]

역시 네타냐후 정권의 극우 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부 권한을 줄이고 정부의 개입 여지를 늘리는 이른바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추진하면서, 전국민적인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죠.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경고를 한 겁니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 개혁안을 연기하긴 했지만, "이스라엘은 주권 국가"다, "아무리 친한 우방이라도 외압을 근거로 결정하진 않는다"며,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미국 안에서도 보수 야당인 공화당이 이스라엘을 대하는 태도는 정반대라면서요?

[기자]

오히려 공화당은 이스라엘과 밀착하는 모양새입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의장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하지 않으면, 하원이 먼저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보통 임기를 시작한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의 초청을 받아 왔는데, 관계가 껄끄러워진 바이든 대통령이 초청을 미루고 있다며 비판한 겁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해 우익 발언을 쏟아냈는데요.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 개혁을 두고는 "미국이 내정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말했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또 다른 격전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대해선 "유대인의 땅"이라며 이스라엘 편을 들었습니다.

[론 디샌티스/미국 플로리다 주지사 : "(서안지구는) 수천 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유대인의 땅입니다. 아랍권에서 팔레스타인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공화당 인사들의 이런 행보는 내년 대선을 앞둔 전략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짚었는데요.

중동 정세를 이용해 친 이스라엘을 표방하고 미국 내 유대인계 표심을 잡으려 한다는 분석입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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