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밀 문건의 매서운 지적, 그래서 너무 아픈 군 [취재파일]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2023. 5. 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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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떠들썩했던 미국의 기밀 문건 유출 사건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작년 12월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입 사태를 미군이 평가한 문건인데 내용이 몹시 정확해 군이 참 난처합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지난 3월 초 미군 고위 지휘부에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프레젠테이션 형식입니다.

미군 기밀 문건이 꼬집은 '무인기 교전수칙 모르는 사령관들' 중 여럿이 합참에 앉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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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떠들썩했던 미국의 기밀 문건 유출 사건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번은 우리 군의 속살을 들췄습니다. 작년 12월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입 사태를 미군이 평가한 문건인데 내용이 몹시 정확해 군이 참 난처합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지난 3월 초 미군 고위 지휘부에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프레젠테이션 형식입니다. 요지는 우리 군 지휘관들이 무인기 교전규칙을 잘 몰랐고, 그래서 예하 부대도 손발이 안 맞았다는 것입니다. 대책으로 내놓은 드론사령부도 제 역할하려면 몇 년 걸린다고 분석했습니다.

작전과 경계는커녕, 전파와 발령, 보고가 초전에 무너진 대실패였던 터라 미군도 옆에서 보기에 열불이 났던 것 같습니다. 합참은 "사실과 다르다"며 발끈했는데, 아직도 반성이 모자라 보입니다. 또는 미군의 지적이 너무 아파 잠시 냉정을 잃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군의 매서운 지적

▲ 지난 정부에서 창설된 육군드론봇전투단

미국 기밀 문건은 우리 군의 무인기 대응 실패 원인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지상 레이더와 항공기 사이의 더딘 통신 때문에 대응이 차질을 빚었고, 한국 지휘관들에게 명확한 교전수칙이 없었다." 합참, 지상작전사령부, 1군단, 공군작전사령부의 지휘관들은 북한 무인기를 어떻게 잡을지 몰랐고, 당연히 그들이 지휘하는 예하 부대들도 허둥댔다는 지적입니다. 우리 군의 현역과 예비역의 여러 장교들이 "어떻게 했길래 상황 전파도, 경보 발령도, 장관 보고도 제때 안 됐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다"며 혀를 찼을 정도이니 미군의 위와 같은 판단은 타당합니다.

기밀 문건은 이어 "한국 정부가 올해 말까지 드론부대를 설립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계획을 완전히 이행하고 필요한 기술과 장비를 획득하는 데 3∼5년은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육군이 지난 정부에서 그토록 공들였던 드론봇 부대도 이제야 제 궤도에 오르고 있으니, 이번 정부에서 창설되는 드론사령부가 현실적 작전계획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이려면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문건은 "한국군이 향후 최소 6개월 동안은 북한 무인기 침범에 조율된 대응을 일관적으로 발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관측했습니다. 우리 군은 결전 태세를 강화해 북한 무인기든 뭐든 잡겠다는 의지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미군의 뼈아픈 진단입니다.
 

반성 안 하는 군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합참은 거칠게 반응했습니다. 어제(11일) 기자들에게 입장자료를 보내 "사실과 다르다"고 단정했습니다. 또 "우리 군은 무인기 침범에 대응할 방공 역량에 소홀한 적 없고, 현재도 대응 전력을 정상적으로 전력화하고 있다"고 맞받았습니다.

합참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미군 기밀 문건이 꼬집은 '무인기 교전수칙 모르는 사령관들' 중 여럿이 합참에 앉아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기밀 문건에서 나온 대응 역량 부족의 주범이 합참입니다. 합참은 좋은 장비들 속속 전력화하고 있다고 반박하지만, 그것을 다룰 손과 머리가 부실하면 유명무실입니다. 합참의 입장자료는 경솔했습니다.

합참과 지상작전사령부, 1군단, 공군작전사령부의 고위 지휘관들 중 몇 명은 무인기 대응 대실패로 보직 해임됐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큰 탈 없이 자리 보존하고 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하반기 인사 때 진급을 노립니다. 권력이 군을 객관화시키지 않아서 생기는 비정상적이고 불건전한 문민 통제의 폐해입니다. 군이 진정한 반성은 안 하고, 권력과 정치에 호응하며 안이하게 돌아가면 북한의 기상천외한 다음 도발에 또 당합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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