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 따른 '무자본 갭투기'도 전세사기 피해 인정

기사내용 요약
국토부, 10일 국회 국토위 소위원회에서 수정의견 제시
전액반환 가능시 대상 제외·동일 임대인 조세채권 안분
피해자 1명·근린생활시설 피해자도 대상 포함가능 해석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김정재 국토교통위 국토법안심사소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5.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정부가 집주인의 '무자본 갭투기'로 피해를 본 임차인들도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에 따른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과정에서 국토부는 특별법 적용 기준에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능력 없이 다수의 주택을 취득해 임차하는 경우'를 포함하는 수정의견을 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 시점에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임을 알고 있음에도 무자본 갭투자로 임차를 한 경우는 법무부의 표현에 따르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이 돼 사기 의도로 볼 수도 있다는 표현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법무부가 집주인의 무자본 갭투기로 인한 깡통전세 피해자도 특별법 적용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국토위에 낸 것에 대해 국토부도 동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특별법상 피해자 인정 기준은 '임대인 등에 대한 수사 개시' 외에도 '임대인등의 기망,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자에 대한 임차주택 소유권 양도 또는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능력 없이 다수의 주택을 취득해 임차하는 경우 등'의 사유가 포함됐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이는 모든 깡통전세가 다 포함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국토부는 사기 의도가 없는 일반적인 갭투자는 포함이 안 된다는 원칙을 계속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토부는 법안심사 과정에서 피해자 적용범위에서 보증금 전액을 현행법에 따라 반환받을 수 있는 경우는 제외하기로 했다. 이는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심상정 정의당 의원안을 반영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했거나 임대인이 임대보증금 반환을 위한 보증에 가입해 임차인에게 보증금의 전액 반환이 가능한 경우 ▲임차인의 보증금 전액이 최우선변제가 가능한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상 소액임대차보증금에 해당하는 경우 ▲임차인이 주임법에 따라 대항력 또는 우선변제권 행사를 통해 보증금 전액을 자력으로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아울러 전세사기피해자에 대해 조세채권 안분이 이뤄진 경우, 동일한 임대인의 다른 임차인에 대해 피해자 요건과 관계 없이 조세채권 안분을 시행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마련하기로 했다. 국토부 수정 의견에는 '관할 세무서장은 국세를 안분하는 경우 해당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차인에 대해 같은 규정을 준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정재 소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5.10. photo@newsis.com

한편 국토부는 국회 논의과정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다수가 아닌 1명이더라도 임대인이 과도하게 여러 채를 무자본 갭투기한 정황이 있어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피해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해석을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법안에도 '다수의 임차인에게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라고 표현이 돼 있다"며 "현재 1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더라도 주변 여건을 살펴봤을 때 임대인이 이미 여러 개의 계약을 맺고 있고 피해가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에는 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토부는 근린생활시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특별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근린생활시설은 식당, 학원, 미용실처럼 주택가 가까이에 위치하는 상업 시설을 의미한다. 전체가 주거용인 건물보다 주차 공간을 적게 마련해도 되기 때문에 건물주들이 1∼2층을 근린생활시설로 등록해놓고 주거용으로 불법 개조해 임차하는 경우가 많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법 대상 주택은 주임법상 주택이라고 정의를 하고 있는데, 적법한 임대차 계약을 맺고 주거를 목적으로 사시는 분들은 다 포함을 하도록 돼 있다"며 "지금도 주임법에 따라 근린생활시설에 사시더라도 적법한 계약, 전입신고에 확정일자까지 받은 분들은 최우선변제금 같은 기본적인 보호를 다 받고 있으며 특별법 대상에도 이미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부분은 지금 새로 추가하기로 한 것이 아니라 기존 법안에도 대상에 포함이 되는 것"이라며 "2차 수정안 조문을 따로 제출한 것은 아니고 지난 10일 논의 과정에서 의원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해 드린 것이다. 또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고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여야의 결정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1일 첫 국토위 소위 당시 특별법 적용 대상의 범위를 확대하는 취지의 수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상주택의 면적요건을 삭제하고 보증금 수준을 3억원의 최대 150% 범위 내에서 조정 ▲보증금 전부 또는 일부를 변제받지 못한 모든 경우 포함 ▲경공매가 개시되지 않아도 임대인이 파산이나 회생 절차를 개시하는 경우 포함 ▲기존 수사개시 외 임대인의 기망, 동시진행 등 사유 포함 ▲임대차계약 종료로 퇴거했어도 임차권등기까지 마친 경우 포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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