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의 부모는 '이렇게' 합니다"
【베이비뉴스 기자】
아이 키우다 보면 '비교'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다른 집 아이 안 보고 내 아이에게 나만의 절대적인 사랑을 주겠노라 맘 먹다가도, 아이가 어릴 때는 '발달'을, 조금 커서는 '학습'을 비교한다. 우리 애랑 같은 달에 태어난 애는 뒤집었는데, 걔는 벌써 걷는다던데, 걔는 벌써 엄마 아빠를 말한다던데, 우리 애는 왜 아직 뒤집을 생각을 안 하나, 걸을 기미가 안 보이나, 엄마 아빠는 언제쯤 말해주려나 하는 괜한 조바심에 맘이 닳는다. 아이들 간 발달이 대동소이해지고 본격적으로 '교육'을 고민하는 시점인 4~5세 부터는 '같은 반 누구는 벌써 한글로 자기 이름을 쓴다던데' '누구는 영어유치원에 다닌다던데' '누구는 영재학원에 다닌다던데'같은 무수한 익명을 대상으로 비교가 시작된다. 초등 입학을 앞둔 7세, 이제 정말 뭐라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애는 원하지 않는데 부모만 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애가 탄다. 아이 교육, 뭐가 정답일까? 영유아 사교육, 정말 그렇게 극악무도한 건가?
베이비뉴스는 4월 맘스클래스 강사로 현재 EBSi 영어 일타강사이자 유튜브 '정승익TV'를 운영하고 있는 정승익 영어강사를 모시고 '3세부터 시작하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방송은 27일 오후 2시 베이비뉴스와 공무원연금공단 유튜브 채널로동시 라이브 송출됐고, 이번 방송부터는 용인시 아이조아용 설렘박스 지원대상자들도 함께했다. 정승익 강사는 영유아기 영어노출, 집에서 공부환경을 조성하는 법, 아이를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부모의 태도 등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입시 최전선 특목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금도 입시영어를 강의하고 있는 정승익 강사의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1학년 딸을 교육하는 비법은 무엇일까? 이젠 뻔한 말로도 통용되지 않는 '교과서 위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확히는 국영수는 학원에 보내지 않고 교과서 수업을 착실히 따라가게 하고, 수영 등 예체능 계열은 다양하게 경험하게 하고 있다는 것. '교과서 위주'라는 말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강의 내용을 갈무리한 이 기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Q. 7살 아이 엄마다. 저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 그래서 평소 책 읽어주기 외엔 별다른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는데, 또래 친구들이 학원 등 사교육을 하는 걸 보면 조금씩 불안한 마음이 든다.
"7살 뿐만 아니라 더 어린 아이를 둔 가정에서도 아이 공부, 사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다. 사교육을 시킬지 말지, 무엇을 시킬지 고민 이전에 어떻게 하면 이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할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 고민을 해야 한다.
작년까지 특목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입시만 놓고 보자면 결승선에 있었던 거다. 아이들을 17년간 교단에서 지켜봐온 결과, 입시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 아이들은 결국 '스스로 하는' 아이들이다. 스스로 책을 펼치는 아이들이 공부 잘 한다. 그러려면 집에 책이 있어야 하고, 부모도 아이가 책 볼 때 옆에서 같이 봐야 한다. 사실 이걸 모르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실천이 어려운 세상, 노력이 중요하다."
Q. 특목고 학생들을 오래 가르치셨는데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의 공통된 습관이 있다면?
"공부 잘 하는 특목고생의 특징은 딱 하나다. 스스로 공부를 정말 많이 한다. 집안 환경, 엄마아빠 유전, 그건 결정요인이 아니다. 항상 전교1등이 공부를 제일 많이 한다. 고등학교 공부는 고통스럽다. 재미있지 않고 울면서 해야 하는 공부다. 그런데 그 고통을 스스로 선택하는 아이들이 공부를 제일 잘 한다. 이걸 철학과 연결한다면, '의미를 부여하는 고통은 참을 수 있다' 의미가 없으면 작은 고통도 참을 수 없는 거다. 그러니, 초등학교때 중학교 공부 선행하고 이런 건 정말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 해야 자기 스스로 뭔가를 해 볼 수 있나, 그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 아이가 어릴 수록 그 기회가 많다. 우리는 부모로서 기회를 주고, 선택하게 하고, 믿어주고, 기다리는 게 중요하다."
정승익 강사는 미취학연령, 초등, 중등, 고등으로 구분한 교육 로드맵을 제시한다. 오늘 강의에서는 대부분 미취학 아동을 양육 중인 시청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미취학연령과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시기 교육로드맵은 한 줄로 정리할 수 있다. "따뜻한 부모가 되자" 그렇다면 정승익 강사가 말하는 '따뜻한 부모'란 무엇일까? 우선 그가 제안하는 건 거실에서 TV와 소파를 빼는 거다.
"아이의 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중요한 건 공부가 아닌 독서다. 그리고 부모는 따뜻해져야 한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주고, 눈 맞춰주는 부모. 그렇게 아이의 자존감을 채워주는 부모가 돼야 한다. 환경도 바뀌어야 한다. TV는 안방으로 들여놓고 거실에 소파 빼고 큰 테이블 하나만 놔 보라. 아이들은 거기서 공부하고, 부모는 그 옆에서 책을 읽든지 집안일을 하든지 오며가며 봐줄 수 있고 대화도 할 수 있고 눈 맞추기도 편하다.
아이가 집에서 책 한 권을 스스로 펼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책을 많이 본 아이들은 교과서를 이해할 수 있다. 어릴 때 부터 책이 아닌 스마트폰과 게임에 빠진 아이들은 자극에 길들여져 조급함이 생기고 교과서를 읽을 수가 없다. 책이 있는 환경에서 부모는 따뜻하게, 함께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아이들이 책상에 앉을 수 있을 때 부터, 걸어다니더라도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을 수 있을 때 부터 환경을 그렇게 바꿔놓으면 아이들은 거실이란 응당 TV가 아닌 큰 책상이 있는 공간임을 인식하고 살게 될 것이다"
Q. 언어습득에 결정적인 시기가 있다고 하는데, 한편으론 너무 어릴 때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접하면 혼란스럽다고도 한다. 뭐가 맞는 건지?
"영어만 너무 앞서가고 우리글로 된 책을 읽지 않는다면 이 아이는 한국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따라갈 수 없다. 영어와 우리말 모두 함께 계발해야 한다. 14세 이전에 노출해야 한다는데, 요즘 애들은 우리 클 때와 다르다. 우리땐 유튜브는 고사하고 인터넷도 없었다. 지금은 유튜브 영상으로도 충분히 스스로 습득할 기회가 많다."
Q. 영어유치원 어떻게 보시는지.
"영어유치원에 보낼 경제적 여건이 되는지, 아이가 의욕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라. 그리고 선행학습 하고 나면 학원에서 배운 것과 학교에서 배운 것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아이는 이미 회화를 하는데 학교에선 이제 알파벳을 배우는 거다. 그럴 때 학교 수업을 진득하게 듣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난 다 아는 거라고 안 듣는 아이들이 있다. 선행했다고 수업 안듣고, 그러면 막상 시험보면 틀리는 경우가 있다. 중학교까진 괜찮은데 고등학교때부턴 그런 부작용이 발생한다. 가정의 경제적 상황과 아이의 성향을 파악한 뒤 결정하길.
「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라는 책을 썼지만, 이 책은 사교육을 절대 하지 말라는 책이 아니다. 자기 의지가 있고 공부 습관이 제대로 잡힌 아이라면 사교육해도 괜찮다."
Q. 영어노출은 언제부터 하면 좋을까?
"아이 영어 공부의 목표부터 정립하라. 막연하게 '해 놓으면 어딘가 쓸모가 있다'라는 건 목표가 아니다. 영어에 엄청난 노력과 재화를 어릴때부터 투입하는데, 이게 초등학교 지나서 중고등학생이 되면 현실적 고민에 부딪히게 된다. 지금 당장 초등학교때 이렇게 공부하면 수능영어 1등급된다는 말을 믿으면 안 된다."
Q. 영어강사로서 아이들 어릴때 어떻게 영어노출 시켰는지?
"현재 평일엔 영어로 된 영상 한 시간씩 시청하고, 주말엔 본인들이 원하는 미디어 컨텐츠를 본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미디어를 시청할 때 옆에서 방치하면 안 된다는 것. 영상을 보더라도 시간과 약속을 정한다면 그것 또한 하나의 학습이다."
Q. 엄마표 아빠표 영어가 대세인데 공부 가르치다 보면 부모자식 관계가 나빠질 것 같아 걱정이다.
"콘텐츠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가 아이에게 모델링을 해야 하는데 그게 부모의 역할이다. 복습은 어떻게 하는 건지, 숙제는 어떻게 하는 건지, 공부의 기본과 태도를 부모가 보여줘야 한다. 중요한 거, 아이가 틀렸을 때 좋아해야 한다. 아이는 그렇게 실패에 대처하는 법을 배운다. 초등, 중등 자녀를 둔 부모들이 제일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아이가 실패하지 않고 공부하길 바란다는 거다. 그건 대단한 함정이다.
초등 중등때까진 실패없이 내신A등급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입시는 다르다. 대단히 힘들고 목표가 높을 수록 실패할 확률이 크다. 실패를 안 해본 애들은 자신의 실패에 대처를 못한다. 그때 어릴 때부터 부모가, 뭔갈 틀렸을 때 좋아하고, 대신 한 번만 더 해보자는 말을 해왔다면 이 아이는 틀려도 괜찮다는 태도를 배운다. 성적이 떨어져도 괜찮아, 다시 하기만 하면 되는구나 라는 걸 말이다."
Q. 아이가 완벽주의 성향이라 못할 것 같으면 포기부터 한다.
A. 나이가 어리다면 예체능부터 부딪혀보라. 처음엔 잘 안 되는데 하다 보면 잘 되는 것들. 인라인이나 자전거 처음 탈 때 생각해 보면 쉽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걸 신경써주면 되고, 고학년이라면 대화가 중요하다.
한편 5월 26일에는 「삐뽀삐뽀119소아과」의 저자 하정훈 하정훈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이 출연해 100분간 육아 QnA 라이브를 진행한다. 방송 예정 시간은 저녁 8시부터 밤 9시 20분까지, 푸짐한 경품을 받을 수 있는 사전참가신청은 베이비뉴스 맘스클래스 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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