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검색어 입력해도 다른 영상이 나오는 유튜브 계정, 왜?
전문가들, 유튜브 알고리즘이 유발하는 필터버블 위험성 지적하기도
“알고리즘 때문에 잠을 일찍 잘 수가 없어요.” 대학생 A씨는 매일 밤 잠들기 전 휴대폰을 든다. 영상 하나만 보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국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게 일상이 돼 버렸다.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내 관심사의 영상 콘텐츠가 결국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게 하는 것이다. A씨 뿐만 아니다. 무심결에 연 유튜브 앱으로 1~2시간 순삭한 경험은 한번쯤 있었을 법하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바로 알고리즘 때문이다.
알고리즘(Algorithm)은 본래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로,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입력된 자료를 토대로 원하는 출력을 유도하는 규칙의 집합’을 의미한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사용되는 알고리즘은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유튜브에서 활용하는 AI가 사용자가 관심 있을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것을 우리는 흔히 ‘알고리즘’이라 부른다.
유튜브 최고제품책임자(Chief Product Officer, CPO)인 닐 모한은 2020년 3월 뉴욕타임스(The Newyork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유튜브 시청 시간의 70%가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결과이며, 알고리즘 도입으로 비디오 시청 시간이 20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알고리즘 실험 ① - 내가 보는 영상에 따라 달라지는 유튜브 메인 화면
김철수 씨와 홍길동 씨는 한경잡앤조이가 알고리즘 실험을 위해 만든 가상 인물이다. 김철수 씨는 60세, 홍길동 씨는 20세로 설정해 각각 다른 영상들을 시청하게 했다.
60대 김철수 씨와 20대 홍길동 씨는 이번 달 18일 유튜브에 처음 접속했다. 그들이 계정을 만들고 처음 본 유튜브에는 음악, 동물, 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가 그들을 맞이했다. 두 계정의 첫 유튜브 화면에서는 특이한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 씨와 홍 씨는 각각 ‘퇴직’과 ‘취업’을 첫 검색어로 설정했다. 이후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상들을 그대로 따라가 1시간 이상 유튜브를 시청했다. 단지 3개의 영상만을 시청하고 다시 메인 화면으로 돌아가 보니 그들의 화면은 처음과 완전 달라져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구독’하거나 ‘좋아요’를 누른 영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김 씨의 메인 화면은 퇴직과 노후 준비에 관한 영상들이 대부분이었고, 홍 씨의 화면은 취업 준비와 관련한 영상들이 대다수였다.
알고리즘 실험 ② - 같은 검색어를 입력해도 다른 영상이 추천
김 씨와 홍 씨는 각각 1시간 동안 ‘무서운 동물’과 ‘귀여운 동물’을 검색해 관련 영상들을 시청했다. 이후 ‘개’라는 같은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무서운 동물 영상을 시청한 김 씨의 추천 영상에서는 무서운 개들이 등장했다. 반대로 홍 씨의 추천 영상은 귀여운 강아지들로 가득했다.
동물 키워드로 진행한 알고리즘 실험과 마찬가지로, 정치 성향, 성별 등 성향 양극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분야에서도 위와 같은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그에 따라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사회적 분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유튜브 사용자들은 한정된 정보만을 제공 받기에 반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새로운 정보 혹은 보지 않던 분야의 뉴스 등을 접할 기회가 없어진다.
이를 ‘필터버블’ 현상이라고 부른다. 필터버블이란, 사용자가 본인의 관심사에 맞춰 필터링된 정보 안에 갇히는 현상을 말한다. 사용자의 검색 기록, 동영상 시청 기록 등을 기반으로 유튜브가 사용자에게 콘텐츠와 광고를 노출하며 필터버블 현상이 만들어진다. 사용자 모두 개인 맞춤형 정보만을 소비하게 되면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유발하는 필터버블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2018년 2월 유튜브 알고리즘 개발팀에서 일했던 기욤 샬로(Guillaume Chaslot)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유튜브 세상은 현실과 닮아있는 것 같지만 시청자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도록 왜곡돼 있다. 추천 알고리즘의 최우선 순위는 시청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유혹에 최적화 되어 있고, 결국 필터버블이 강화돼 사람이 단순화 된다”고 말했다.
알고리즘에 갇혀 내가 편향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양약고구(良藥苦口)라는 말이 있듯이, 나에게 편한 정보들보다는 나에게 쓴, 나와 반대되는 영상들도 시청해야 편향된 가치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정령서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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