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또다른 코인도 10억…상장 사흘 전까지 집중매입"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보유 논란이 연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며 점점 커지고 있다. 김 의원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되지도 않은 코인을, 그것도 상장 보름 전부터 사흘 전까지 10억 원어치를 집중 매입했다는 새로운 의혹도 나왔다. 김 의원은 국회 상임위 회의 도중에도 가상화폐 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5월 6일 상장된 '마브렉스' 코인, 金은 4.21~5.3에 10억원어치 샀다"
11일 한국방송(KBS) <뉴스9>에 따르면, 김 의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코인 지갑의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작년 4월말 '마브렉스'라는 코인을 9억7000만 원어치(1만9000여 개) 사들인 내역이 확인됐다.
마브렉스는 한국 게임회사 넷마블이 게임머니 거래용으로 발행한 코인으로, 앞서 김 의원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위메이드의 위믹스와 유사성이 있다.
문제는 마브렉스의 경우 작년 3월 출시됐고 5월 6일에 코인 거래소에 상장됐는데, 김 의원이 마브렉스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시기는 4월 21일부터 5월 3일까지, 즉 상장 보름 전부터였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또 상장 직전인 5월 3일~6일에는 마브렉스를 3분의1가량 되팔아 3억2000만 원의 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고 KBS는 보도했다.
상장도 되기 전에 국내 비쥬류 코인을 거의 10억 원어치나 산 것이나 상장 직전에 이를 일부 되판 것을 두고, 김 의원이 내부 정보 등을 활용한 투자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게임학회 "입법 로비 의혹"…金, 게임산업법 공동발의
지난 10일에는 게임 관련 연구단체인 '한국게임학회'가 "몇 년 전부터 P2E(Play to Earn. 게임해서 돈 벌기) 업체와 협회, 단체가 국회에 로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소문이 무성했다"며 "국회에 위믹스를 둘러싼 이익 공동체가 형성된 결과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의원은 위메이드로부터 위믹스 코인을 받은 바는 "전혀 없다"고 부인했고, 위메이드도 "로비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이 과거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던 사실이 있다고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가 11일 보도하기도 했다. 법안에는 "게임머니는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가상화폐를 말한다"는 문구, 즉 게임머니를 가상화폐로 정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당시 김 의원은 위믹스 수십억 원어치를 보유한 상태였다.
앞서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유예하는 법안 등 가상자산 관련 법안 발의자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에 이어 또다시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 관련 이해충돌 논란거리가 나온 셈이다.
"법사위에서 한동훈과 설전 벌이고 7분 후 코인 매매"
같은날 SBS <8뉴스>는 김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나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 중에도 코인 매매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방송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작년 11월 7일 오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정부 책임론을 두고 한동훈 법무장관과 설전을 벌였는데, 그로부터 불과 7분 후 김 의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코인 지갑에는 위믹스 코인을 한 차례 매도한 내역이 남아 있었다.
올해 3월 22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회의 시간 중에도 이 지갑에는 위믹스 코인 매도 내역이 남아 있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민주당 내부도 비판 봇물 "굉장히 악성", "의원직 사퇴도 가능"
이처럼 11일 하루 저녁에만 방송 3사 메인뉴스가 일제히 김 의원 관련 새로운 의혹을 보도하는 등 사태가 점점 확산되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의원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12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임위 중에 무슨 거래를 했다는 보도는 굉장히 악성"이라며 "만약에 상임위가 돌아가는 중간에 '단타(매매)'를 쳤다면 그거는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하지도 않았고, 또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하고는 거리가 좀 많이 멀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에는 이동학·박성민·권지웅·정은혜 등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이 당 쇄신을 촉구하는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가상화폐 논란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더 엄격하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철저히 진상조사를 벌이고 당사자에 대해 단호히 조치를 취해 국민 앞에 단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 본인 해명이 (드러나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적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의원직 사퇴까지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당 원로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전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코인 60억, 이건 국민이 납득 안 한다"며 "만약에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 하면 소외계층을 위해서 기부하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 그것이 국회의원의 자세이지, 출세도 하고 돈도 벌고? 이건 도둑이다. 둘 다 하려고 하면 지나친 욕심이고, 국회의원을 하면 그런 일은 안 해야 된다"고 비판했다.
윤건영 의원도 같은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의원에게) 정치적 책임 즉 국민의 눈높이를 법률적 잣대로 맞추는 판단의 오류가 있었다"며 "며칠 전에 '부와 권력과 명예를 한 배에 태우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너무 무거워서 침몰한다는 것이다. 본인으로서는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국민들이 왜 화가 났는지를 냉정하게 자성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불공정, 파렴치에 청년 좌절…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국민의힘은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일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김 의원 가상화폐 보유 의혹이 일파만파, 매일 새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마브렉스 거래는 암호화폐 거래소 상장 직전 이뤄진 것으로 내부자 정보 없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 견해"라고 꼬집었다.
윤 원내대표는 "더 놀라운 건 법사위 회의 중에도 거래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며 "일반 국민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고 특히 그 불공정과 파렴치에 대해 청년세대가 느끼는 좌절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공세를 폈다.
윤 원내대표는 또 게임학회 성명을 인용해 "김 의원 개인 도덕성을 넘어 민주당 대상 불법 로비 문제로 번지고 있다"고 규정하며 "어제 금융정보분석원장도 김 의원의 거래는 형사사건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날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는 박정훈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김 의원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고 봐서 투자 정보를 검찰에 넘긴 것이냐'는 취지의 무소속 양정숙 의원 질의에 "형사사건 관련성이 있을 때 의심거래로 보고 정보를 제공하게 돼 있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박 원장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FIU에 보고되는 건수가 최근에는 월 1000건 정도"라며 "(이 가운데) 검찰 등에 통보하는 건수는 약 4%로 평균 40건 정도"며 이같이 말했다. 박 원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 2020년 민주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으로 파견 근무했던 인사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같은 회의석상에서 "결과적으로 검찰 조사를 통해 의혹을 밝힐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자세히 밝혀지려면 수사당국에서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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