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가스공사, 자구책 발표…정승일 한전 사장 사의

■ 한국전력·가스공사 자구책 발표…정승일 한전사장, 사의 표명

요금 인상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자구책을 먼저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아온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각각 25조 원, 15조 원 규모의 재무개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자구안 발표 직후 여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온 정승일 한전 사장은 정부에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 한국전력 "여의도 사옥 매각 등 25조 원 이상 재무 개선 추진"

한국전력은 오늘(12일) 오전 전라남도 나주시 한전본사에서 '비상 경영 및 경영 혁신 실천 다짐 대회'를 열고, 2026년까지 25조 원 이상 재무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자구안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발표했던 재정건전화 방안과 비교하면 5조 6천억 원가량 늘어난 규모입니다.

한전은 우선 서울 여의도 소재 남서울본부 매각을 추가로 추진하고, 서울 강남 한전아트센터를 포함 사옥 10곳의 임대를 통해 수익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또, 한전과 전력그룹사 2직급 이상 전 직원의 연봉 인상분을 반납하고, 한전은 3직급에 대해서도 임금 인상분의 50%를 반납할 예정입니다.

기존 인력 재배치를 비롯한 조직과 인력 효율화 조치 통해 신규 채용도 최대한 억제할 방침입니다.

전력설비 건설 시기·규모 조정, 업무추진비를 비롯한 경상경비 절감, 전력시장제도 개선을 통한 구입전력비 축소 등을 통해서도 5조 원 이상 자구 효과를 내겠다고 한전은 설명했습니다.

■ 정승일 한전 사장 사의 표명…"한전에 대한 관심과 지원 부탁"

정승일 한전 사장은 이 같은 내용의 자구책이 발표된 직후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정 사장은 '전기요금 정상화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오늘 자로 한국전력공사 사장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 사장은 "당분간 한국전력의 경영진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고, 다가오는 여름철 비상전력 수급의 안정적 운영과 작업현장 산업재해 예방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진정한 국민 기업이자 국가의 자산인 한국전력이 국민 여러분께 신뢰를 회복하고 든든한 공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28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한전 사장은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그 자리에서 물러나길 바란다" 정 사장의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도 자구 노력도 못 한다면 자리를 내놔야 한다고 압박한 바 있습니다.

산업부 차관 출신인 정승일 사장은 2021년 5월 한전 사장에 취임했으며, 임기는 내년 5월까지였습니다.

■ 한전 1분기 적자 6조 1천억 원…1년 전보다 20.7% 감소

한편, 한전은 오늘(12일) 올해 1분기 결산 결과, 매출액 21조 5천940억 원, 영업비용 27조 7천716억 원으로 영업손실이 6조 1천77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1년 전 영업손실 7조 7천869억 원과 비교해 1조 6천93억 원, 20.7% 감소한 것입니다.

한전은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증가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초 요금 조정 등으로 매출이 5조 1천 299억 원 증가해 영업손실 규모가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한국가스공사 "임금 인상분 반납 등 약 15조 원 규모 경영 혁신안 추진"

한국가스공사도 오늘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15조 4천억 원 규모의 경영 혁신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가스공사는 이를 위해 자회사인 가스기술공사를 포함해 2급 이상 임직원의 올해 임금 인상분을 전부 반납하기로 했습니다.

또, 국내 가스수급에 영향이 없는 사업비 1조 4천억 원 집행을 연기하거나 축소하고, 프로농구단 등 각종 운영비도 절감할 방침입니다.

앞서, 가스공사는 어제(11일) 공개한 기업설명 자료를 통해 올 1분기에만 도시가스용 미수금이 3조 287억 원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미수금이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가스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으로, 사실상 적자를 뜻합니다.

미수금이 급증하면서 차입금도 늘어 1분기 가스공사가 부담한 이자 비용은 1년 전보다 2천47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정부·여당, 오는 15일 당정 협의…킬로와트시당 7원 안팎 인상 유력

한전과 가스공사가 자구 방안을 확정해 발표함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내용을 검토한 후 전기·가스 요금 인상 절차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오는 15일(월)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위한 당정 회의를 가질 계획인데, 전기요금의 경우 킬로와트시당 7원 안팎의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장덕수 기자 (joannes@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