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품·비아그라 위장해 필리핀서 마약 밀반입···수십억대 유통조직·투약자 무더기 검거
필리핀에서 국내로 18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밀반입해 대량 유통한 조직원과 이들로부터 마약류를 산 투약사범 등 7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필리핀에서 마약류를 들여와 국내에 유통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등)를 받는 조직 자금관리 및 유통 총책 A씨(48) 등 유통·판매책 14명과 이들로부터 마약류를 구매해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는 58명을 검거해 검찰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유통·판매책 8명과 상습투약자 1명은 구속됐다.
필리핀에 거주해온 한국인 A씨는 2021년 11월부터 약 4개월간 한국에 있는 자금관리책과 유통책을 통해 필로폰 등 마약을 국내로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 검거 과정에서 7만9000여명이 투약할 수 있는 17억8000만원 상당의 마약류와 조직책이 보유했던 현금 1400만원을 발견해 압수했다. 마약은 필로폰 535g, 합성 대마 476g, 엑스터시 167정, 케타민 163g 등으로 유통된 지역은 전국 450곳에 달했다. 마약을 판매하고 받은 10억6900만원어치의 계좌 거래 내역도 확보했다.
경찰은 조직책이 적발된 양 외에 더 많은 마약류를 들여왔을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이 마약류를 성인용품이나 비아그라 등 의약품 수출품으로 위장해 필리핀에서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파악했다. 필리핀 조직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고액 아르바이트’라고 홍보해 국내 유통·판매책을 모집하고, “마약을 판매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마약은 이른바 ‘던지기 방식’으로 유통됐다. 조직책은 사전에 특정한 장소에 마약을 숨긴 후, 돈을 송금한 사람에게 장소를 알려줬다. 마약을 사들인 이들은 거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나 무통장입금 등 방식으로 조직책에 돈을 지불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회 초년생을 주 유통·판매책으로 모집했다. 마약을 나른 보수는 가상통화 또는 무인보관소를 통한 현금으로 지급했다.
경찰은 A씨가 범죄수익금 중 7억원 상당을 자금관리책 B씨와 필리핀에 거주하는 한국인 명의의 코인·금융 계좌에 이체한 후, 필리핀 카지노 등에서 코인과 필리핀 페소화로 환전하는 방법으로 범죄수익금을 반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용산경찰서는 지난해 2월 용산구 일대에 ‘던지기 방식’으로 마약을 판매한 C씨가 자수하면서 이번 수사에 착수했다. C씨에게 마약류를 공급한 복수의 유통책과 B씨를 검거하면서 조직총책 A씨의 신원이 파악됐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 A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
A씨는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18일 필리핀 은신처에서 검거됐다. 지난 4일 경찰청과 필리핀 당국과의 국제공조를 통해 한국으로 송환된 그는 이틀 뒤 구속됐다.
경찰은 필리핀에 체류하며 A씨와 함께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해 수익금을 챙긴 또 다른 총책 D씨에 대해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인터폴 수배 조치해 강제 송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찰은 조직책으로부터 마약을 사들여 투약한 58명 중 20~30대가 45명이며, “호기심에 처음 접했다”고 진술한 피의자는 27명이라고 밝혔다. 피의자 중에는 대학생 5명도 포함됐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해외에서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해 유통한 주요 범죄자를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검거하고 구속한 사례”라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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