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말’ 나오는 태영호 ‘3개월 징계’…“미흡하다” “공천 시즌에 또 불거질 것”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0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사퇴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잇단 설화를 일으킨 태영호 전 최고위원이 자진사퇴 후 상대적 경징계를 받은 데 대해 당내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녹취록’ 등 정부여당 이미지에 치명적인 논란을 유발했는데도 당이 비교적 낮은 수위의 징계를 내려 훗날 불씨를 남겼다는 비판이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공천을 거론했다는 녹음파일 속 태 전 최고위원 발언의 실체적 진실은 정작 규명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민의힘 중진인 홍문표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 전 최고위원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와 관련해 “미흡하다”며 “그분들이 당원들에게 준 불안, 실추된 당 이미지는 저런 정도 징벌로는 (해소가) 안 된다고 본다. 더 아주 냉철한 그런 어떤 징벌이 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태 최고위원은) 사퇴했는데, 그걸로 자기가 안긴 설화를 덮을 수는 없다. 이미 국민에게 상처를 줬고 당원들에게 큰 실망을 줬기 때문에 그 이상의 책임지는 행동을 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나중에는) 자기가 청와대(대통령실)는 아니라고 했지 않나”라며 “그러면 자기가 스스로 자기가 만들어냈다는 얘기인데, 얼마나 치사한 얘기인가. 그거를 어떻게 3개월 징벌을 하나”라고 저격했다.

앞서 태 전 최고위원은 보좌직원을 모아놓고 ‘이 정무수석으로부터 공천 관련 얘기를 들었다’고 발언한 내용이 지난 1일 보도돼 논란이 됐다. 그는 지난 8일 소명차 윤리위에 출석하던 중 “이 정무수석이 공천이나 최고위 행보와 관련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제 모든 것을 건다”며 녹취록 속 발언이 자신의 ‘거짓말’이었단 취지로 해명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이후 김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 태 전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태 전 최고위원은 윤리위 징계 결정 전 지도부 사퇴 의사를 밝혀 김 최고위원 대비 낮은 수위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천하람 전남 순천 당협위원장은 “태 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만 사퇴했다고 해결될 만한 문제가 아니다. 이 정무수석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공천 관여를 언급한 것 아닌가”라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 논란이 커진 것은 국민들 생각에 ‘왠지 이럴 것 같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에서 공천 관여 왠지 할 것 같다, 심지어는 검사들을 공천을 많이 할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다”며 “그렇다면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 차원에서) 명확하게 공천에 대한 원칙을 선언하고 갔어야 한다. 대통령실에서 공천에 관여하도록 두지 않겠다, 검사 출신이 아니라 검사 할아버지라도 부당한 어떤 낙하산 공천 이런 것은 없을 것이라는 명확한 공천 룰이 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 위원장은 “3개월 징계는 미봉책”이라며 “(태 전 최고위원 설화는) 나중에 공천 시즌에 또 한 번 불거질 것”이라고 앞날을 내다봤다.

이와 달리 당 지도부는 태 전 최고위원 징계 수위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본인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선당후사를 위한 부분들이 반영되었다고 보고 있다”며 자진사퇴가 태 전 최고위원 징계 수위를 낮추는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윤리위는 형사재판 하는 법정과 다르게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정당 내의 기구”라며 “형사적으로 문제되기 이전에 더 높은 수준의 윤리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을 묻는 동시에, 징계에 회부된 정치인이 다른 방식으로 정치적인 책임을 졌다면 그 부분을 감안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유승민 전 의원은 두 최고위원 징계 발표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징계 수위와 관련해 “4 대 1의 차이 같지만, 사실상 100 대 0의 차이다. 총선 출마를 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라며 “‘5.18, 전광훈, 4.3’ vs ‘4.3, JMS, 녹취록’의 차이가 뭐길래 이런 징계의 차이가 나는지 공정과 상식에 비추어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대통령 정무수석이 사실상 불법 공천 협박을 했다’는 ‘거짓말’로 대통령실을 능멸한 죄 치고는 3개월이 너무 가볍지 않나”라며 태 전 최고위원 징계 수위에 의문을 표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