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남아공, 러시아에 무기·탄약 제공”…남아공 “조사단 꾸릴 것”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러시아에 탄약과 무기를 제공했다며 주남아공 미국 대사가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남아공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중립적 입장임을 밝혀왔다.

11일(현지시간) 뉴스24 등 남아공 매체에 따르면 루번 브리지티 주남아공 미국 대사는 이날 현지 언론 브리핑에서 남아공이 러시아 군대에 무기를 공급한 사실을 “목숨을 걸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12월 6∼8일 케이프타운 사이먼타운의 해군기지에 정박한 화물선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 선박은 러시아로 돌아가기 전에 분명히 무기와 탄약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브리지티 대사는 미국이 대러 무기 공급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하며 “남아공이 중립을 실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CNN은 실제 지난 12월 남아공 해군기지에 정박한 것으로 알려진 ‘레이디 R(Lady R)’이란 러시아 선박과 관련한 여러 추측들이 제기됐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통상 화물선들은 해군기지가 아닌 케이프타운의 민간 항구의 정기적으로 정박한다”고 설명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실은 이날 늦게 성명을 발표하고 러시아 선박이 남아공에 정박한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장소와 목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부 차원에서 관련 사안에 대한 별도의 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면서도 “브리지티 대사의 발언은 남아공과 미국 간 협력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이 남아공에 대한 제재에 나설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발전한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를 고립시키는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아직까지 미 정부는 남아공 측 관리와 단체 등에 대한 관련 제재 조치에 신중한 모습이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지난해 12월 남아공 해군기지에 러시아 선박이 정박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도 “이미 여러 남아공 관리들에게 직접적인 우려를 제기했고, 현재 미국은 남아공과 긍정적 의제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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