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된지 1주년"...트렌스젠더 협찬 했다 '날벼락', 왜?

보수성향 소비자 반발 잠재우려다 진보성향 소비자 보이콧에 직면

미국의 거대 맥주회사 '앤하이저부시'(ABI)가 트랜스젠더 소셜미디어 스타(인플루언서) 협찬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1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시카고를 비롯한 일부 지역 성소수자 전용 술집(게이 바)들이 인기 제품 '버드라이트'(Bud Light)를 비롯한 ABI 맥주를 전량매대에서 치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ABI가 틱톡(TikTok) 인플루언서이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진행 중인 코미디언 겸 배우 딜런 멀바니(26)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맥주 제조업체 ABI는 지난달 멀바니의 팟캐스트 '소녀시대'(Days of Girlhood) 1주년을 축하하며 그의 얼굴을 넣어 특별 제작한 버드라이트 캔 제품을 선물로 보냈다가 보수성향 소비자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멀바니는 팟캐스트에 '티파니에서 아침을' 영화 속 오드리 헵번처럼 꾸미고 나와 "내가 여성이 된 지 1년이 됐고, 버드라이트가 최고의 선물을 보내주었다"며 본인 얼굴이 새겨진 버드라이트 캔을 자랑했습니다.

멀바니의 틱톡 팔로워는 지난달 기준 1천80만 명, 소녀시대 시리즈는 10억 뷰를 넘어섰다고 틱톡 측은 밝혔습니다.

그러나 멀바니가 상업적 성공을 위해 여성성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보수 성향 소비자들은 "ABI가 성전환 운동가와 파트너십을 맺고 '젠더 프로파간다'를 시도한다"며 반발했습니다.

소매업체들은 소비자 반응에 영향을 받아 매대에서 버드라이트를 퇴출했고 도매 유통업자들은 "ABI의 신중치 못한 행보 때문에 재정적 손실을 보게 됐다"며 낭패감을 표했습니다.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바니/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ABI 측은 "멀바니는 우리가 파트너십을 맺은 수백명의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일 뿐"이라며 "분열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의도는 결코 없었다"고 해명하고 마케팅 담당 고위직원 2명을 휴직 처분했습니다. 아울러 '공짜 맥주' 이벤트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ABI가 재정적 손실과 실추된 평판을 회복하기 위해 소비자와 유통업체 달래기에 나섰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CBS방송은 "지난달 넷째 주 버드라이트 매출은 7천150만 달러(약 950억 원)로 작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고, 자매품 버드와이저 매출(3천150만 달러)도 작년 같은 기간 보다 11% 감소했다"며 ABI가 멀바니 논란 이후 지속적인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결국 ABI그룹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두커리스가 진화에 나섰습니다.

두커리스는 지난 5일 분기별 실적 발표를 하면서 "단 1개의 캔을 만들어 1명의 인플루언서(멀바니)에게 보냈고 이와 관련 1건의 소셜미디어 포스팅이 있었다. 공식 제품 광고가 결코 아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보이콧의 영향을 받은 배달기사·영업담당·도매업자·소매업체 등에 재정적 지원을 하고 올여름 버드라이트 광고를 3배로 늘리는 등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위한 주요 마케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성소수자 옹호론자들과 이들을 상대로 한 사업체들이 반발했습니다.

시카고에서 다수의 LGBTQ 바를 운영하는 '투베어스 타번 그룹'(2Bears Tarvern) 측은 ABI 제품은 물론 ABI가 인수한 시카고의 유명 수제맥주 브랜드 '구스아일랜드'(Goose Island) 제품도 모두 매대에서 빼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ABI가 일부 혐오론자들의 반발 때문에 트랜드젠더 운동가 멀바니에 대한 협찬을 포기했다"며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를 얼마나 존중하지 않는지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주류 판매업자는 "ABI의 불필요한 시도 때문에 (보수성향 고객이 많은) 카우보이 바와 게이 바 모두 피해를 보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습니다. 한편 경제 전문 CNBC방송은 유럽 최대은행 HSBC가 '버드라이트 위기'와 관련 전날 ABI 주식을 '매수' 등급에서 '보류' 등급으로 하향 평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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