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차기 감독 1순위, 조기 승격…전임자 향한 예우 "노고 잊지 않겠다"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화의 제13대 사령탑에 선임된 최원호(50) 감독은 차기 사령탑 1순위였다. 지난 2019년 11월 퓨처스 감독으로 한화와 인연을 맺은 최원호 감독은 2020년 6월 감독대행으로 1군에서 잔여 시즌을 마쳤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선임된 뒤 다시 퓨처스 감독으로 돌아갔다.
보통 새로운 감독이 오면 감독대행은 팀을 떠나는 경우가 많지만 한화는 최 감독을 붙잡아뒀다. 해설위원 시절부터 피칭연구소를 설립해 투구 이론을 전파하고, 단국대에서 운동역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공부하는 지도자로 유명했던 최 감독이 팀의 미래를 가꿔 나갈 육성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최 감독은 2년간 퓨처스 감독으로 꾸준한 성과를 냈다. 특히 지난해 퓨처스 역대 최다 14연승을 달리며 북부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투타에서 지명 순위 높은 유망주들은 물론 기회에 목마른 육성선수들에게도 고르게 기회를 주며 경쟁 체제를 유도했다. 각종 데이터뿐만 아니라 담당 코치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며 합리적인 선수 기용과 운영을 했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분위기를 다잡아 서산 육성 시스템을 구축했다.
준비된 감독으로 평가된 최 감독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퓨처스 감독으로는 이례적으로 3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때부터 최 감독은 ‘한화 차기 감독’으로 굳어졌다.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이한 수베로 감독 다음으로 예상됐는데 그 시기가 조금 더 빨랐다.
한화는 지난 11일 대전 삼성전을 마친 뒤 수베로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며 최 감독을 1군 정식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2025년까지 계약 기간 3년, 총액 14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3억원, 옵션 3억원)의 조건. 지난 2020년 6월 시즌 중 감독대행으로 1군으로 올라온 바 있는 최 감독을 이번에는 정식 감독으로 선임해 리더십에 힘을 실어줬다.
최 감독은 이날 오전 11시 서산에서 상무와 퓨처스리그 경기를 마친 뒤 대전으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1군 감독 제의를 받았고, 12일 문학 SSG전부터 팀을 이끌게 됐다. 언젠가 오를 감독 자리였는데 예상보다 시기가 빨라졌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고 축하받을 일이지만 최 감독은 “지금까지 팀을 열심히 이끌어주신 수베로 감독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전임자에 대한 예우부터 했다. 지난 2년간 퓨처스 감독으로 수베로 감독과 주기적으로 만나 꾸준하게 소통을 해온 최 감독으로선 복잡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최 감독은 “수베로 감독님이 고생 많으셨다. 지금까지 여러 선수들을 쓰며 다양한 경험치를 안겨줬다. (성적을 내야 하는) 1군에서 그렇게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수베로 감독님 덕분에 많은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지 않게끔 관리도 정말 잘하셨다. 그런 점은 우리가 잊지 않고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이 뿌린 씨앗을 잘 거두는 게 이제부터 최 감독의 몫이다. 한화는 이기는 야구를 하기 위해 감독을 바꿨다. 최 감독은 “(손혁) 단장님과 고정 라인업, 수비 시프트, 수비 보직, 코칭스태프 등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며 “구단과 코치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듣겠다. (내외야 유틸리티) 문현빈의 경우 내야 고정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조금 더 상의해서 포지션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식 감독은 처음이지만 지난 2020년 감독대행으로 111경기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당시 KBO리그 역대 최다 타이 18연패를 당한 한화는 베테랑들의 집단 부진과 끊임없는 부상, 퓨처스 선수단 코로나19 확진으로 2군에서 전력을 수혈하지 못하는 등 각종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리하지 않고 팀을 수습하며 재정비한 최 감독은 “밖에서 책으로 공부한 것과 현실은 달랐다. 돈 주고도 못 살 경험이다. 큰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그 생각은 변함없다. 그때 경험이 있어 지금 상황도 잘 헤쳐나갈 준비가 됐다. 최 감독은 “시즌 중 갑자기 중책을 맡게 돼 경황이 없지만 그때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 좋은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함께 팀을 열심히 만들겠다. 수베로 감독님이 많은 선수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셨는데 그 선수들의 경험이 팀에 잘 정착해나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3년 전에 비해 팀 상황이나 전력은 지금이 훨씬 낫다. 2020년 팀을 맡았을 때는 7승23패(.233)로 독보적인 10위였지만 지금은 11승19패1무(.367)로 9위. 최근 6경기 5승1패로 상승세다. 최 감독은 “성적 부담은 당연하게 가져야 한다.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과 함께 한화가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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