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도 닫는 건 몰랐어요”...의료계 2차 부분 파업, 일부 지역 환자들 헛걸음

염현아 기자 2023. 5. 1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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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들, 2차 부분파업 동참…“면허강탈법 반대”
서울 강남·서초 치과 일부 휴진·단축 운영
“환자에게 미안하지만 생업 걸려”
치과 적은 지역은 정상진료…“환자 공감 얻기 어려워”
치과의사 휴진을 하루 앞둔 10일 서울 강서구 뉴튼부부치과에서 황우진 원장이 휴진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간호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이달 11일 치과 의료기관 전체가 하루 휴진했다. /뉴스1

“간호법 때문에 의사 간호조무사들이 파업한다는 건 들었는데, 치과의사들도 파업하는 건 몰랐어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A치과 의원 앞에서 만난 30대 여성 직장인 전모씨는 “오늘 스케일링을 받으러 왔는데, 의사 선생님 안 계신다고 하니 다음에 와야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A치과의 출입문에는 ‘당일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인 면허취소법과 간호법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적혀 있었다.

치과 원장은 “단순 교통법 위반에도 의사 면허가 취소되면 전국에 문 닫는 병원 넘쳐날 것”이라며 “이건 생업이 걸린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이날 오후 4시까지만 운영하고,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집회로 향한다.

간호법에 반대하는 의사, 치과의사,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로 구성된 보건의료연대는 지난 3일에 이어 이날 ‘2차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간호조무사와 응급의료사 등은 하루 휴가를 내고, 개원한 의사 등은 휴진하고 집회에 참여하는 식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첫 파업에는 참여하지 않고, 이번에 처음 동참하기로 결정하고 회원들에게 휴진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날 서울과 경기 치과 15곳의 진료 계획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휴진했거나 단축 운영을 하고 있었다. 예약 문의를 받는 직원들만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 한 치과의원 관계자는 “당일 진료예약은 모두 다른 날로 조정했다”며 “휴진 사실을 모르고 병원을 찾은 환자 안내를 위한 직원 한두 명만 나왔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치과 원장은 “주고객인 고령의 환자들에게 죄송하지만, 교통신호 한 번 어겨도 10년을 굶게 생겼으니 이번 파업은 꼭 동참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간호법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10년간 의료기관 근무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가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는 유모 원장은 “의료인에게 높은 도덕성과 윤리 의식을 요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단순 경범죄에도 면허를 박탈하겠다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달 3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동네 의원에서 원장이 입구에 단축 진료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 연합뉴스

치과협회 관계자는 “대전과 광주의 참여율이 높았던 것으로 안다”며 “대전의 경우 3곳 중에 한 곳은 휴진을 했고, 치위생사를 한 명 정도 고용한 의원급 치과의 참여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충남 지역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은 “서울 외 지방에 있는 원장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상 진료 중인 서울 서초구의 한 치과의원은 “일주일 예약이 밀려있어서, 하루 휴진도 어렵다”고 했다.

이날 두번째 부분 파업에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 13개 단체가 참여했다.

간호사를 제외한 주요 의료직역 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두 법에 대한 대한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이달 17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현장에서 진료하는 대학병원 인턴과 레지던트, 전임의까지 총파업에 합류하면 의료 현장에 미칠 파장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2일 대의원회의를 열고 총파업 참여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강민구 전공의협의회장은 “전공의들은 현장에서 젊은 간호사들과 호흡하며, 양측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적정한 선의 협의를 기다리고 있다”며 “대의원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8일간 단식으로 입원한 이필수 의협회장에 이어 박태근 치과협회장도 지난 4일부터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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