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정부, 1년 만에 ‘미국 무기’만 18조원 구매...문재인 정부 5년의 7배
(시사저널=김현지·조해수 기자)
워싱턴 선언 등을 통해 "강철 같은 한미 동맹"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 1년 만에 미국 무기만 약 18조원어치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동안의 약 2조5000억원보다 7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측은 "미국산 무기 편중으로 한국군의 무기체계와 군사전략이 미국에 심각하게 종속됐다"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군축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군비 경쟁과 안보 딜레마를 심화하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미국 무기를 무리해서 구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협 방위사업추진위원은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이후 윤석열 정부가 미국 무기를 급하게 사들이기 시작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는 없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 측은 "해외 무기 구매 사업 시 규정과 절차에 따라 군이 요구하는 최적의 장비를 공정한 절차를 통해 선정한다. 최종 결과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의결을 통해 결정하고 있다"면서 "정부에 따라 미국 무기 구매 규모가 달라질 수 없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최근 7년간 무기 판매한 해외 기업 최초 공개
시사저널이 단독입수한 방사청의 '3000억원 이상 해외 무기체계 구매 사례'를 보면,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현재(2023년 4월4일)까지 12건의 해외 무기 구매를 결정했다. 구입한 모든 무기가 미국산이다. 사업예산은 모두 18조6725억원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임기 5년(2017년 5월~2022년 4월) 동안 해외 무기를 구매한 경우는 4건에 2조4922억원이다. 구매 건수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1년 만에 문재인 정부를 3배 넘어선 것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정부와 달리 미국 외에도 이스라엘과 이탈리아로부터 무기를 사들였다(표1 참조).
시사저널이 입수한 이번 자료에는 최근 7년 동안 정부가 구매한 해외 무기 사업명과 사업 내용, 사업 기간, 사업 예산, 판매업체 등이 기록돼 있다. 판매업체가 사업 추진 단계에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사청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방추위 회의 안건과 결과를 공개해 왔지만, 판매업체 등은 밝히지 않았다.
문건에는 무기 구매를 결정한 방추위의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가 열린 날짜가 기록돼 있다. 방사청은 이를 기준으로 각 정부의 무기 구매 건수와 사업 예산을 계산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던 윤석열 정부 첫해에만 14조9327억원의 미국 무기 구매가 결정됐다. 가장 먼저 무전기를 사들였다. 2022년 6월9일 열린 방추위에서 '공지통신무전기 성능개량 구매계획(안)'이 통과됐다. 예산은 4558억원이다.
이 사업은 미군의 통신방식 전환에 따라 원활한 한미 연합작전 수행을 위해 항재밍(전파방해 차단) 기능이 강화된 무전기로 개량하는 사업이다. 사업 기간은 2022~28년이다. 판매업체는 미국의 항공전자업체 콜린스, 세계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다.
같은 날 차세대 전투기(F-X) 2차 사업 추진 기본전략안, 대형기동헬기-Ⅱ 구매계획 등 두 건도 통과됐다. F-X 2차 사업은 공군의 고성능 스텔스 전투기를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형 전투기를 자체 개발해 국내 생산하는 것이 KFX인데, F-X는 고가의 고성능 전투기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사업이다. 한국형 3축 체계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F-35A를 추가 도입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형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①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 ②북한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③북한의 공격 이후 지휘부와 주요 시설 등을 공격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등을 의미한다. F-X 2차 사업 추진안 예산은 3조9450억원, 판매업체는 미국 록히드마틴이다.
대북 방어용 무기 대거 구매
KAMD의 일환인 패트리엇 성능 개량 사업은 계약이 완료됐다. 패트리엇은 미국의 레이시온이 개발·생산하는 지대공 미사일이다. 항공기 격추용이 아니라 탄도탄 요격용이다. 이번 사업은 PAC-2 발사대를 PAC-3 발사대로 개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PAC-3는 PAC-2에 비해 미사일이 절반 크기다. 이 때문에 PAC-2보다 발사대 하나당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 수가 4배 많다. 사업 예산은 7490억원이다.
패트리엇를 포함해 윤석열 정부의 임기 첫해 말에는 '조' 단위의 사업 4건이 연달아 결정됐다. 모두 8조7326억원이다.
올해 들어서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장거리함대공유도탄(SM-6급) 구매계획안이 의결됐다. 이는 이지스구축함(KDX-Ⅲ)에 탑재해 적 탄도탄 위협을 종말 단계에서 대응하는 SM-6급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역시 대북 방어용이다. 이번에 통과한 사업 예산은 7680억원이다.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구매가 결정됐다.
해외 무기 구매는 '일반상업구매(DCS)'와 'FMS'로 나뉜다. DCS가 해외 방산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이라면, FMS는 외국 정부가 자국 업체와 대신 계약해 무기를 받은 후 이를 우리나라에 제공하는 것이다.
고성능 전투기를 추가로 들여오는 F-X 2차 구매계획(7526억원)도 또 한 번 결정됐다. 이 역시 FMS 방식이다. 윤 정부가 결정한 FMS 방식의 사업은 최소 1조5206억원이다.
문재인 정부가 결정한 3000억원 이상 해외 무기 구매 사업은 4건이다. 2020년 해군 함정에 탑재하는 해상작전헬기 12대를 FMS 방식으로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문 정부가 임기 내 결정한 3000억원 이상 무기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1조1210억원)의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외에 위성 위치 파악 시스템인 GPS유도폭탄을 4756억원에 미국 보잉·ENF, 이스라엘 오리온·엘비트, 이탈리아 RWM 등에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해외 무기 구매 과정은 다음과 같다. 방위사업법과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 등 관련 규정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는 각 군이 필요로 하는 무기를 검토한 후 방사청에 이를 요청(소요 결정)한다. 방사청은 선행연구를 한 후 사업추진 기본전략안을 마련한다. 방사청의 방추위는 이를 토대로 해외 무기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방추위는 무기체계 개발과 도입 등을 다루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분과위는 방추위에 의결·보고될 안건을 결정하고 방추위는 이를 심의·의결한다. 방추위 회의는 무기 구매 과정에서 사업추진 기본전략 수립, 구매 계획서 작성, 기종 결정 등의 단계에서 열린다.
이후 사업 타당성-무기 구매 타당성 등을 점검한다. 방사청은 기획재정부가 관련 예산을 반영하면 사업에 착수한다. 공고를 내고 업체 제안서를 받는다. 서류 평가 이후 협상, 시험평가 등을 거친다. 이후 구매할 기종을 최종 결정한다(표2 참고).
군비 경쟁 가열…한국 국방비 지출, 일본 제치고 세계 9위
세계 각국이 지난해 지출한 국방비가 300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을 제치고 9위를 차지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1년 만에 약 18조원에 달하는 미국 무기를 구매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 나온 자료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재단(SIPRI)이 4월24일(현지시간) 발표한 '2022 세계 군비지출 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세계 각국의 국방비 지출액은 전년보다 3.7%포인트 오른 2조2400억 달러(약 2900조원)로 조사됐다. 세계 국방비 지출은 2015년 이후 매년 증가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의 국방비 지출은 역대 최고 기록이다.
한국은 464억 달러로 9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460억 달러로 10위다. 2021년 발표된 자료에서는 한국이 10위, 일본이 9위였는데 이번에 순위가 뒤바뀌었다.
국방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의 지난해 국방비는 전년 대비 0.7%포인트 늘어난 8770억 달러(약 1170조원)로 조사됐다. 중국은 2920억 달러에 그쳤다. '세계 2강(G2)'이라지만, 미국의 국방비가 중국보다 3배가량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는 864억 달러로 3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무기 수입량은 얼마나 될까.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발간하는 '2022 세계 방산시장 연감' 자료를 보면, 한국은 2017~21년 세계 주요 무기 수입국 7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주요 수입국은 미국(63%)이 1위였다. 독일(27%)은 2위, 프랑스(7.8%)는 3위다.
일본은 무기 수입국 순위에서 10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이 들여오는 외국 무기 중에서는 미국(98%)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외에 영국(1.7%), 스웨덴(0.7%) 등 순이다.
미국은 무기 수출국 순위에서 2017~21년 1위를 유지했다. 세계적 방산 기업인 보잉(Boeing),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레이시온(Raytheon) 등이 모두 미국 업체다. 미국의 무기를 수입하는 주요 국가는 1위 사우디아라비아(23%), 2위 호주(9.4%), 3위는 한국(6.8%)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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