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우주여행보다 경이로운 철새의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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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의 장거리 이동 비행을 인간의 마라톤 달리기에 비유하는 것은 그 위대함을 정확히 담아내기에 적절치 못하다. 달나라로 가는 우주여행이 더 적절해 보인다."
책 '날개 위의 세계'가 철새들에게 바친 헌사다.
그런데 우주여행보다 철새 비행이 더 위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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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의 장거리 이동 비행을 인간의 마라톤 달리기에 비유하는 것은 그 위대함을 정확히 담아내기에 적절치 못하다. 달나라로 가는 우주여행이 더 적절해 보인다.”
책 ‘날개 위의 세계’가 철새들에게 바친 헌사다. 그런데 우주여행보다 철새 비행이 더 위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철새는 어떤 과학적 확신 없이, 지평선 너머에 낙원이 있다는 믿음만으로 창공을 날아오르니까. 오로지 자신의 근육과 날개에 의지해 지구 천장을 가로지르는 모험에 뛰어드니까.
미국의 저명한 조류 관찰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콧 와이덴솔(64)은 ‘날개 위의 세계’를 통해 놀랍도록 비범한 철새의 세계를 소개한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큰 부엉이 이동 연구인 ‘프로젝트 아울네트’를 감독했고, 차세대 추적 기술을 이용해 알래스카 국립공원에서 새의 여행을 연구하는 모임 ‘크리티컬 커넥션’을 만들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철새 덕후’라는 의미다.
여러 철새 이야기 중에서도 큰뒷부리도요새의 비행은 특히 매혹적이다. 매년 알래스카→뉴질랜드→중국→알래스카를 비행하는 베테랑 여행자다.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날아가는 거리만 1만1,500㎞에 달한다. 한 번도 쉬지 않고, 꼬박 열흘을 날아 망망대해를 건넌다. 큰뒷부리도요새는 심지어 대형 조류도 아니다. 몸길이가 고작 41㎝로, 비둘기 크기다. ‘불가능은 없다’는 말을 보란 듯 증명하는 듯하다.
철새는 비행 시기가 되면 헐크처럼 변한다. 운동을 하지 않고도 몸이 우락부락해진다. 가슴 근육은 두 배 가까이 커지고, 심장 근육과 허파 용량도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대신 창자나 모래주머니 같은 소화기관을 줄여 몸무게를 가볍게 한다. 과학자들은 철새가 대뇌 한쪽 반구 활동을 멈출 수 있다는 점도 발견했다. 비행 동안 좌우 뇌가 번갈아 가며 쉬기 위해서다.
저자는 철새의 여행을 따라 중간 기착지인 알래스카 툰드라, 중국 황해, 사하라 사막, 인도 북동부 외딴 산을 탐험한다. 지구는 연결돼 있고, 계절은 순환하며, 동물은 영겁의 세월 자연선택을 거쳐 지금 모습으로 진화했음을 깨닫게 한다. 콘크리트 빌딩 숲에 답답해하는 이들에게 자연이 주는 해방감과 만족감을 선사할 책.
저자는 철새 서식지 파괴를 생생히 보여주며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가 초래한 재앙도 고발한다. 한국 사례도 불명예스럽게 등장한다. “한국은 2006년 새만금에 길이 약 33㎞에 이르는 거대한 방조제를 완성했다. 그 습지는 수십만 마리의 도요물떼새 철새들의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갯벌이었다. 그 결과 전 세계에 서식하는 붉은어깨도요새 총 개체 수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7만 마리 이상이 자취를 감추었다.”
철새를 비롯한 동물ㆍ자연 연구는 미국과 유럽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드넓은 대지, 다양한 동물이 연구자들을 끌어들였을 것이다. 풍부한 자연유산을 가진 한국도 자연 연구의 저변을 넓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 측은 “한반도가 철새 이동 경로에서 중요한 중간 기착지임에도 철새를 다룬 책을 찾아보기 어려워 책이 국내에 소개되면 좋겠다는 의도로 기획했다”고 전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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