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야구 만화 주인공, 오타니의 모든 것

두경아 프리랜서 기자 2023. 5. 1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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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과 겨뤄도 뒤지지 않은 피지컬, 타자·투수 양쪽에서 최고 실력을 발휘하는 이도류, 미담만 양산하는 훌륭한 인성까지. 올해 WBC에서 MVP를 차지한, MLB 최고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영화 같은 인생을 소개한다. 

2017년 12월 9일 오타니 쇼헤이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소 짓고 있다.
"오늘은 미국을 동경하지 말자. 1루에 폴 골드슈미트가 있고, 중견수에는 마이크 트라우트가, 다른 외야 한 자리에는 무키 베츠가 있다. 누구나 들어본 이름이다. 그러나 오늘 하루만은 그들을 동경하는 마음을 버리자. 미국을 동경하면 그들을 넘어설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 세계 제일이 되기 위해 이곳에 왔다!"

3월 21일 일본의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미국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자국 선수들을 격려하며 건넨 말이다. 이날 결승전에서 오타니와 일본팀은 세계 제일 팀이 됐다.

결승전의 하이라이트는 일본이 3-2로 앞선 9회 초에 펼쳐졌다. 일본팀 마무리투수로 나온 오타니는 우승까지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만을 남겨둔 상황. 미국의 마지막 타자로 현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로 꼽히는 마이크 트라우트가 등장했다. 두 선수는 LA 에인절스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동료 사이. 풀카운트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오타니는 바깥으로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를 선택해 빠른 공에 익숙해져 있던 트라우트를 헛스윙하게 만들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순간이자, 일본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이다. 글러브를 집어 던지며 환호하는 오타니! 이보다 더 영화 같은 경기가 있을까.

오타니는 그렇게 일본 대표팀의 WBC 우승을 이끌며 대회 MVP로 선정됐고, 올해 WBC는 오타니로 시작해 오타니로 끝났다.

LA 에인절스 소속 야구선수 오타니는 너무나도 완벽해 가상의 인물에 가까울 정도다. 일본 야구 역사상 타자와 투수 양쪽 모두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유일한 선수이자, 꽃미남 외모에 키 193㎝로 일본인치고는 드물게 장신이다. 여기에 훌륭한 인품까지 갖췄다. 이런 이유로 오타니는 일본에서 가히 슈퍼히어로급 인기를 누린다.

오타니는 일본 이와테현 오슈시(당시 미즈사와시) 출신이다. 체육인 집안에서 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토오루 씨는 사회인 야구선수였다가 리틀 야구 리그 코치로 활약했고, 어머니 가요코 씨는 사회인 배드민턴선수 출신이다. 일본에서 사회인 스포츠 선수는 국가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특히 가요코 씨는 전국체전에 출전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고 한다. 누나 또한 사회인 배구선수 출신이고, 형은 사회인 야구단에서 코치 겸 선수로 활동 중이다. 분위기부터 남다른 가정에서 태어난 오타니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 캐치볼을 자주 하며 야구에 흥미를 가졌다. 그의 강점 중 하나인 피지컬도 부모 덕이다. 아버지의 키는 182㎝, 어머니는 170㎝, 형은 187㎝, 누나는 168㎝로 일본에서 보기 드문 장신 가족.

집안 분위기도 좋았다. 오타니의 부모는 그의 결단을 존중하며 너그럽게 키웠다고 한다. 또 가족끼리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겼기에 오타니는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랐다. 오타니 역시 "아버지에게 혼난 건 야구할 때뿐"이라고 기억한다.

어린 시절 오타니에 대한 일화는 거의 신화에 가깝다. 오타니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고, 그해 첫 홈런을 쳤다. 당시 감독은 초등학교 3학년이 홈런을 치는 건 처음 봤고, 그 이후에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중학교 1학년 때 첫 장외홈런을 쳤는데, 야구장 밖에 있는 신호등을 맞췄다.

야구만 잘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어린 시절 야구뿐 아니라 수영, 달리기, 높이뛰기 등에서 재능을 발휘했는데, 수영은 선수급이라 진로를 고민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배구공을 바닥에 세게 튀기는 훈련을 할 때면 공이 체육관 천장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고교 3학년 때 도내 대회 준결승에서 아마추어 야구 역사상 최초로 160㎞의 강속구를 던져 관심을 모았다. 또 통산 56개의 홈런을 쳐내며 일찌감치 투타 모두에서 재능을 드러냈다. 좋은 스승을 만난 것도 그의 복 중 하나다. 고교 시절 사사키 히로시 감독은 오타니가 무리하지 않도록 투구수를 80개 이내로 철저히 관리해주면서 부상을 방지했다.오타니의 목표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이었지만, 일본 프로 팀에서 프로야구 선수를 시작했다. 닛폰햄은 투타 겸업까지 허용하며 그를 입단시켰고, 프로 데뷔 2년 차인 2014년에 일본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10승, 10홈런을 달성했다. 2015년에는 퍼시픽리그 다승 1위, 평균자책점 1위, 승률 1위 등을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리그 MVP, 일본시리즈 우승 등을 이뤄냈다.

2017 시즌을 마치고는 마침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나섰고, 투타 겸업이라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잘 발휘해 2018년에는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2019~2020년에는 부상으로 투타 겸업을 선보이지 못했지만, 2021년에는 투수로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 타자로는 158경기에서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을 기록했다. 그해 오타니는 만장일치로 리그 MVP를 차지했다. 2022년에는 MLB 역사를 새로 썼다. 오타니는 104년 만에 한 시즌 10승, 10홈런을 이룬 역대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유느님’도 울고 갈 인성과 자기 관리

3월 9일 2023 WBC 시작 전 일본 야구팬들이 오타니 유니폼 등 WBC 공식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줄 서 있다.
오타니 캐릭터의 완성은 인성과 자기 관리다. 특히 그의 인성은 학폭, 음주 등으로 얼룩진 스포츠계에서 더없이 빛난다. 오타니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다라트(연꽃 기법)’를 작성했다. 만다라트란 네모난 칸에 인생의 목표와 세부 실천 계획을 세우도록 도와주는 도구인데, 그가 채운 내용이 지금까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이 표에는 운동 목표와 더불어 쓰레기 줍기, 부실 청소, 인사하기와 같은 바른 생활을 지향하는 항목부터 일희일비하지 않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기,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 등 멘털에 관한 부분까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오타니는 수백억 원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검소한 소비 습관을 가졌다. 그는 2018년 LA 에인절스 입단 이후 연봉이 수백억 원대로 올랐는데도 소나타를 타고 다녔다. 그가 소나타를 직접 선택해 구단 측에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뒷자리에 앉는 건 예의에 맞지 않다며 운전을 맡았던 통역사 옆 조수석에 앉아 출퇴근했다고 한다. 게다가 으레 따라붙는 흔한 스캔들 하나 없다.

하는 말마다 모두 어록이 되는 오타니. 그는 올해 WBC에서 우승한 뒤 소감을 전하면서도 겸손을 드러냈다. 오타니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 대만, 중국 등 아시아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야구가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면서 "그런 마음이 동력이 돼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다"고 참여했던 모든 선수에게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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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AP뉴시스

두경아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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