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이고 영리한 정치 드라마 '외교관'
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정교하고 탄탄하게 구성된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배우들의 호연이 몰입감을 더해주는 정치 드라마가 나왔다. '하우스 오브 카드'와 '웨스트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만한 시리즈 '외교관(DIPLOMAT)'은 일반 사람들이 알지못하는 국제 외교의 복잡다단한 실상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총 8화의 에피소드로 선보인 '외교관' 시즌1은 주인공 케이트 와일러(케리 러셀)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탄생과 이어질 시즌2에 대한 배경을 깔아놓으며 서막을 올렸다.
카불 대사로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 외교관 케이트. 뉴스를 통해 영국 함대가 모종의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전사자 수십명이 발생했다는 테러 소식을 듣는다.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대통령과 비서실장을 만난 케이트는 자신이 공석인 런던 대사로 지명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역시 외교관이면서 더 높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진 남편 핼(루퍼스 스웰)을 추천하지만, 국무장관과 앙숙이라는 이유로 핼은 제외된다. 대형 사건이 터진 영국으로 남편과 급히 떠난 케이트. 사실 대통령과 비서실장은 추문으로 사퇴할 예정인 부통령 후보로 케이트를 점찍어둔 상태다. 이를 모른 채 영국에서 갖가지 외교 사안과 국제적인 정치 이슈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는 케이트. 이혼을 앞두고 있는 남편 핼은 '내조'를 빌미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케이트를 곤궁에 빠지게 하고, 영국은 테러의 배후로 이란을 점찍는다. 이에 동조하는 호전적인 미국 대통령과 전쟁을 불사할 듯 분노에 찬 영국 총리, 여기에 남편의 계속되는 거짓말까지 케이트는 악전고투를 벌인다.
드라마 '외교관'은 야망에 찬 남편과 불화를 겪는 여성 외교관이 외교의 핵심이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국 대사로 임명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케이트는 권모술수에 강한 남편과 달리 강직하고 털털하며 솔직한 인물이다. 거추장스러운 절차나 보여지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캐릭터다. 여기에 여성으로서의 육체적인 욕망과 언변 역시 솔직 그자체다. 지적이고 정치적인 대사 곳곳에 자주 욕설이 등장하는 것은 케이트라는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외교관'은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와 개성있는 인물들의 등장, 복선과 암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지적인 호기심이 충만한 관객이라면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케이트가 당면한 난제들은 국제적인 분쟁을 야기하며 극단적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스릴도 더해준다. 여기에 차기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케이트가 영국 대사직을 무난하게 수행하고 정치인으로서 성장해나갈 수 있을지, 냉전 중인 남편과의 관계나 미묘한 기류를 형성 중인 영국 외무장관 데니스(데이빗 기아시)와의 애정전선도 관심을 모은다.
냉소적이만 유머러스하고 거칠면서도 지적인 '외교관'의 대사는 작품을 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다. 말끝마다 욕을 섞어쓰지만 협상과 설득에 뛰어난 케이트나 음흉한 지략가이지만 아내인 케이트에게는 꼼짝 못하는 순정남편 핼의 대사에서 순간순간 번뜩이는 재치를 엿볼 수 있다. 뻔한 예상을 깨고 매 회마다 반전을 거듭하는 시리즈는 외교관이라는 직업의 세계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전세계에서 활약하는 외교관들이 국제분쟁과 자국의 이익, 이미지 등을 놓고 어떻게 고심하고 분투하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현 미국 대통령 캐릭터와 대사로 등장하는 앞선 대통령에 대한 언급, 브렉시트 등이 등장하며 실존 인물과 현실 정치 이슈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평면적인 캐릭터 구현에서 나아가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축한 시즌 1은 예측불가의 거물을 영국 함대 테러의 배후로 지목하며 호기심을 잔뜩 증폭시키고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영리하고 흥미롭게 스토리를 이어나가며 드라마틱한 반전을 선사한 이번 작품이 '하우스 오브 카드', '웨스트윙' 등 쟁쟁한 작품들의 명맥을 잇는 장수 정치 시리즈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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