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기·근생 껴안은 ‘전세사기 특별법’…빨라야 25일 본회의 처리

‘보증금 반환 능력 없이 다수 주택 취득·임대’ 문구 포함
‘피해자 증가’ 예상 시 1명도 특별법 적용 인정하기로
금전손실 지원 놓고 여야 평행선…野 단독 처리 압박

김정재 국토교통위 국토법안심사소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전세사기 특별법의 적용 범위가 ‘사기성 깡통전세’까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주거용으로 불법 개조한 근린생활시설도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피해자 금전 손실 지원 문제를 놓고 여야 입장차가 여전해, 빨라야 25일에나 특별법이 처리될 예정이다.

1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국회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에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능력 없이 다수의 주택을 취득해 임대하는 등’도 전세사기 특별법 적용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내용의 2차 수정안을 제출했다. 임대인 등에 대한 수사 개시나 기망·부정양도 외에 전세사기로 의심될 만한 ‘무자본 갭투기’도 피해를 인정하는 내용이다. 단 무자본 갭투기 피해자라도 대항력·확정일자 확보 또는 임차권 등기 등 요건을 충족해야 특별법 적용이 가능하다.

특히 국토부는 피해자가 1명이더라도 과도한 무자본 갭투기 정황이 있어 피해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될 경우 특별법을 적용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피해자가 다수로 늘어날지 여부는 국토부 실무위에서 임차주택 현황 및 수사자료 등 활용해 판단하기로 했다.

또 주거용으로 이용되고 있다면 불법 개조한 근린생활시설도 전입신고, 확정일자 등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특별법 적용 대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주거용 근린생활시설을 주택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이라고 본 대법원 판례에 따랐다.

이는 최대한 많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국회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최초에 6개로 한정됐던 특별법 적용 대상에서 크게 확대됐다. 정부·여당은 국토부 실무위에서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특별법 적용 대상 자격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피해자 금전 손실 지원 여부다. 야당은 피해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돈을 일부라도 회수하도록 지원하자며 앞서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최우선변제금 제도 조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기 피해자들과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고, 선순위 채권자의 재산권 침해 및 위헌 논란이 일 수 있다며 정부·여당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전날 전세사기 피해자의 추가 사망 소식이 들리자,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다른 민생법안과 함께 특별법을 처리하는 일정에 전격 합의했다. 오는 16일 소위에서 최대한 합의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소위 대신 여야 원내지도부가 결단을 내리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피해자 지원 문제를 놓고 여야 논의가 쳇바퀴를 돌고 있기 때문”이라며 “(16일 소위는) 원내 협상을 염두에 두고 각 당의 요구사항을 결정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원내지도부 의원은 “19일까지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그 다음주에는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25일 이전에 여야 합의로 특별법이 처리되기 어려운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의당과 야당 주도로 특별법을 단독 처리할 수 있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16일까지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피해자들의 절규에 응답할 것”이라고 했다.

soho09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