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아프리카 반발 속 ‘수단 인권 감시’ 결의안 통과

유엔 인권최고대표, “정부군·군벌 모두 국제인도법 위반”

수단 정부군과 군벌의 전투를 피해 차드 국경 지역으로 피신한 주민들이 식수를 받아 가고 있다. 쿠프룬/로이터 연합뉴스

유엔 인권이사회가 11일(현지시각) 정부군과 군벌의 무력 분쟁으로 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있는 수단에서 인권 침해에 대한 감시 활동을 강화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긴급 회의를 열어, 수단 인권 감시 활동 강화 결의안을 찬성 18, 반대 15로 통과시켰다. 47개 이사국 가운데 14개국은 기권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결의안에 찬성한 반면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은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았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수단 정부군과 군벌이 국제인도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단 정부군이 인구가 밀집한 민간인 거주 지역에서 공격에 나섰고 이에 맞서는 ‘신속지원군’(RSF)은 수도 하르툼의 많은 건물을 점령해 작전 기지로 사용하면서 주민들을 쫓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복 차림의 남성들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보고를 여러 차례 받았고 불법적인 살해와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결의안 통과 뒤 영국의 사이먼 맨리 대사는 “제네바의 유엔 인권이사회가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수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충격을 받았다는 걸 수단 사람들이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은 이번 결의안이 현재 진행중인 평화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산 하미드 하산 수단 대사는 “아프리카와 아랍 국가 중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가운데 왜 이렇게 서둘러 긴급 회의를 여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알제리의 파우지아 부마이자메바르키 대사는 결의안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중인 협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압델 파타 알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수단 정부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이 이끄는 신속지원군은 지난달 15일부터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다. 두쪽은 지난 2019년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몰아내고 과도 군사정부를 구성했으나, 최근 주도권 다툼 때문에 사이가 벌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를 보면, 두쪽의 무력 충돌로 지금까지 600명 이상이 숨지고 5천명 가량이 다쳤다. 전쟁을 피해 수단 내에서 떠돌고 있는 주민은 70만명에 달하며, 인근 국가로 빠져나간 난민도 15만명에 이른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