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회의록·군 음악회 디지털화… 지역 기록물서 ‘K-스토리’ 발굴한다

박동미 기자 2023. 5. 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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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N문화’ 포털서 로컬 콘텐츠 서비스
60년대 회의·70년대 경연대회
‘지역 이야기’ 9300여건 제공
당시 지역경제·주민생활 담겨
작년에만 300만명 방문 인기
K - 컬처 원천 자료로서 가치
전통 제작 방식으로 보존 작업한 고문서. 한국문화원연합회 제공

지난해 7월 충남 태안문화원 직원들은 안면읍 사무소 신축 서고에서 ‘안면면의회 의사록’을 발견했다. 1952년부터 1961년까지의 면의회 의사록과 첨부 자료, 관련 보고를 위한 결재 내용 등이다. 지방자치 회의록은 종종 발굴되지만, 10년간의 회의 자료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어 화제가 됐다. 그 안에는 60∼70년 전 육지와 단절됐던 안면 주민들이 자치단체인 면, 의결기관인 면의회와 함께 일궈온 삶의 풍경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1957년 11월의 기록을 보자. 당시 안면 시장에서 장사를 마치고 돌아가던 서산 상인은 도선 중 트럭과 함께 바다에 추락해 큰 피해를 입는다. 이 일로 서산 상인들이 안면에 오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해질 것을 우려해 당시 의회는 상인의 손해액 절반을 안면면 예산 예비비에서 보상해주기로 의결한다.

최근 디지털화한 경북 경산문화원의 1970년대 문화행사 소책자들. 한국문화원연합회 제공

이처럼 과거 지방정부의 살림살이와 주민들의 생활사를 속속들이 알려주는 이 향토자료는 현재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진행하는 디지털화 작업을 거쳐 보존 중이다. 지역 고유문화를 담은 이야기 콘텐츠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연합회의 ‘원천콘텐츠 발굴지원사업’의 일환이다. 지역 이야기, 즉 ‘로컬 콘텐츠’ 발굴은 인구감소시대, ‘문화로 인구소멸 막는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점 과제를 반영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컬처와 K-콘텐츠의 원천 확보로서도 의미가 있다. 획일화하는 수도권과 달리 지역에는 여전히 고유의 매력과 개성 있는 문화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안면면의회 의사록’뿐만 아니라 연합회는 경북 경산문화원이 소장하고 있던 1970∼1990년대 문화원 주최 행사 관련 기록을 디지털화했다. ‘경산종합예술제’를 비롯해 ‘소년소녀 새마을 음악의밤’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 ‘전국새마을무용경연대회’ 등 제목만으로도 시대상과 지역 문화 특색을 읽을 수 있는 흥미롭고 귀중한 자료다. 또 경기 광주문화원과 경북 청도문화원과는 해당 문화원 소장 고문서를 스캔해 보존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때 전통 제본 방식으로 신규 제작한 점이 주목된다. 이들 고문서에는 농가 행사 및 세시풍속 등 지역의 역사, 인문, 지리 정보가 담겨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가 관리하는 각 지역 문화원 향토자료는 서비스 포털 ‘지역N문화’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 제공

연합회는 231개 문화원의 향토자료를 통합적으로 수집, 보존, 관리하는 자료관리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데, 서비스 포털 ‘지역N문화’(https://www.nculture.org)에서 대부분의 자료 원문을 열람할 수 있다. ‘지역N문화’에는 전국 및 지역 주제 콘텐츠 9300여 건이 제공되고 있다. 지역 명물이나 교과서에는 없는 숨겨진 역사 인물 등을 알리는 웹툰도 연재되고 있어, 이를 주로 소비하는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끈다. 예컨대 이달의 웹툰 광주 서구 편에서는 근현대 여성 운동가 김귀선을 조명하고, 경북 영주 편은 ‘부석사 가는 길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부석사 창건설화에 등장하는 선묘와 의상 대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본 웹툰은 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제주 우도의 지명 유래 편이었다. 사이트 방문자 수는 2020년 55만 명에서 2021년 260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지난해는 300만 명을 돌파했다. 위치기반서비스로 제공하는 ‘문화지도’도 인기. ‘내 위치’가 있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부터 맛집 정보까지 들어 있어, 지역사 교육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자료이자 시대에 발맞춘 여행안내자 역할도 한다.

연합회는 지난해 창립 60년을 맞이했다. 그만큼 각 지역 문화원들의 축적된 콘텐츠도 풍부하다. 연합회 관계자는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수십 년 고유의 문화를 축적해 온 문화원들이 로컬 콘텐츠로 지역에 문화적, 경제적 활력을 부여하길 기대한다”면서 “앞으로 인공지능 등 신기술과의 연계, 접목으로 지역 데이터와 콘텐츠 활용 활성화에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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