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유인력을 깨달은 비법? 물음·가설·관찰 반복하라[과학자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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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과학관 뒷마당에는 멋진 사과나무가 있다.
관찰이란 가설과 대상 간의 어긋남을 바로 보는 행위다.
좋은 관찰은 물음으로 이어지고 물음에서 가설이 생겨난다.
물음→가설→관찰 사이클을 수십 번 돌려야 뭔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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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과학관 뒷마당에는 멋진 사과나무가 있다. 뉴턴의 사과나무의 손자뻘 된다. 나무를 소개하면 꼭 이런 말 하는 분들이 있다. “설마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서 만유인력을 발견했겠어요? 다 지어낸 얘기지.” 이럴 때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는 현재 41권까지 발간된 ‘우주형제’다. 작가는 코야마 추야. 그를 비롯하여 많은 만화가를 발굴한 편집자 사도시마 요헤이는 ‘관찰력 기르는 법’에서 말한다. ‘왜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졌을까’라는 평범한 물음을 세기의 발견으로 이끄는 힘이 바로 관찰력이라고 말이다.
관찰을 방해하는 가장 큰 것은 상식과 편견이다. 우리는 눈이 아니라 뇌로 관찰한다. 뇌(의식)가 관찰을 방해하는 것이다. 몸과 감정도 관찰을 방해한다. 공간과 시간이라는 맥락을 놓치고 대상만 바라보면 관찰을 그르친다. 사도시마는 관찰을 방해하는 이 세 가지 요소들을 ‘안경’이라고 부르고, 이를 이해한다면 오히려 관찰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안경을 쓰지 않고 대상을 볼 수 없다면 안경을 바꿔쓰고 보면 된다. 바로 ‘가설’이다. 관찰이란 가설과 대상 간의 어긋남을 바로 보는 행위다. 좋은 관찰은 물음으로 이어지고 물음에서 가설이 생겨난다.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관찰이 시작된다. 그러면서 대상에 더 가까이 가게 된다.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어떻게 만유인력을 발견했을까?
“왜 사과가 땅으로 떨어졌을까?”→“관성의 법칙대로라면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어야 하는데… 어디서 나온 힘이 사과를 떨어뜨렸을까?”→“지구가 사과를 잡아당긴 것은 아닐까?”→“지구가 하필 사과만 끌어당길 리는 없잖아?”→“지구는 그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끌어당기고 있겠네”→“작용-반작용의 법칙에 따르면 사과도 지구를 잡아당기고 있어야 해”→“그런데 왜 지구는 사과로 올라가지는 않아?”→“지구-사과의 질량 중심이 거의 지구 중심에 있기 때문이야. 지구와 사과가 질량 중심을 향해 함께 떨어져도 결국은 사과만 떨어지는 거지. 그래서 지구의 모든 것들은 지구 중심을 향해 떨어져”→“사과는 떨어지는데 왜 달은 안 떨어져?”→“그건 달의 관성 때문이지. 달은 직선으로 날아가려는데 지구가 끌어당기는 거야”→“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도 마찬가지겠네. 우아, 이건 우주 어느 곳에나 있는 힘이야. 만유인력!”
물음→가설→관찰 사이클을 수십 번 돌려야 뭔가가 나온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본 것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가설과 관찰은 뭉게뭉게 퍼져 있는 게 아니다. 말과 글로 표현되어야 한다.
이정모 과학저술가(전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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