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독도는 한국 땅'이라던 AI…'일본어'로 물으면

남승모 기자 2023. 5. 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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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형 인공지능 AI, 챗GPT가 몰고 온 파장은 상당했습니다. 유용성과 편리함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지만, 학생들이 리포트 작성이나 숙제에 AI를 부정 사용해 대학들이 골머리를 앓는가 하면 챗GPT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마치 사람처럼 이용자에게 집착하는 말을 쏟아낸 게 기사화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오픈 AI가 만든 챗GPT의 독주 체제였던 챗봇 시장에 구글이 챗봇 AI '바드'(Bard)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추격에 나섰습니다. 지난 3월 출시 후 제한적으로만 운영해 왔는데 현지 시간 지난 10일 전 세계 180개국에서 일제히 전면 서비스를 시작한 겁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가 직접 무대에 올라 "우리는 그동안 생성 인공지능(AI)을 통해 제품을 근본적으로 더 유용하게 만들기 위한 인공지능을 연구해 왔다. 이제 더 과감하고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라며 '바드'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구글 '바드' vs 오픈 AI '챗GPT'…뭐가 다른가

챗GPT와 바드를 놓고 봤을 때 이용자 입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차이는 이용료입니다. 바드는 무료인 반면, 챗GPT는 유료·무료 서비스가 따로 있습니다. 무료 서비스의 경우 2021년 이전 자료만 제공돼 최근 데이터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기능상 차이도 있을 걸로 보이는데 사용자가 어떤 분야를 주로 쓰느냐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를 걸로 보입니다.

제가 경험했던 바를 짧게 말씀드리면, 프로그래밍 같은 경우, 두 AI 모두 대부분 막힘 없이 답을 내놨지만 챗GPT 쪽이 좀 더 정교해 보였습니다. (다만, 실제 프로그래밍한 내용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검증이 필요합니다.) 글쓰기 역시 두 챗봇 모두 막힘 없이 써 내려갔는데 기사나 리포트가 아닌 <연애 소설 써줘>라고 했을 때 언어 영역에서 막대한 학습을 시킨 덕인지 챗GPT 쪽 글이 좀 더 매끄러워 보였습니다.

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최근 일을 물어보면 바드 쪽 답변이 훨씬 정확했습니다. 챗GPT 무료 버전은 2021년 이후 데이터 접근이 안 되다 보니 황당한 답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소 의아했던 건 전에 최근 소식을 물었을 때 '2021년 이전에 학습된 모델'이라 답을 할 수 없다고 말했던 챗GPT가 오히려 최근 들어 틀린 답을 자신 있게 내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보 오류 소지를 차단하고자 했다면 전에 답했던 방식이 더 나았던 것 같은데 왜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챗GPT에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이 누구냐고 묻자 <2023년 5월 12일 기준,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입니다>라고 답하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관련 질문에만 그런 것도 아니어서 영국 국왕을 물었을 때는 영국 국왕이 '찰스 왕세자(?)'라고 답한 뒤 곧이어 '아직 엘리자베스 2세가 왕위에 있다'고 말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답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독도는 한국 땅'이라더니…일본 말로 묻자 다른 답

우리 언론들이 가장 관심 있게 물어봤던 '독도는 누구 땅'이 질문에는 어땠을까요? 바드는 아주 단호한 어조로 '독도는 한국의 고유 영토'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역사적, 법적 근거가 없다'는 설명도 부연했습니다. 질문을 '다케시마는 누구 땅'이냐고 바꾼 뒤에도 답은 같았습니다. 우리 국민이 보기에 '사이다'처럼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답이었습니다.


반면 챗GPT에게 '독도는 어느 나라 섬'이냐고 묻자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라면서도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어 두 나라 간 분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질문을 바꿔 '다케시마는 어느 나라 섬'이냐고 다시 묻자 '다케시마는 일본의 섬'이라고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놨습니다. '이거 기사구나' 싶었지만 좀 더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바드'는 영어 이후 첫 외국어 서비스로 한국어와 일본어 택했습니다. 두 나라 시장을 시험장으로 삼은 셈인 만큼 사전에 양국 이용자들의 성향도 철저히 분석해 준비를 했을 걸로 쉽기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해서 이번에는 같은 질문을 일본어로 해봤습니다. "竹島はどの国の島ですか?(다케시마는 어느 나라 섬입니까?)라고 묻자 "일본의 시마네현은 다케시마를 자국의 영토로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독도라고 불러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는 일본의 이웃 나라인 일본과 한국 간의 오랜 분쟁이다"라고 답했습니다.


분명 '사이다' 같았던 한국어 답변과는 차이를 보였지만 챗GPT처럼 '일본 땅'이라는 황당한 대답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한국의 고유 영토란 표현이 사라지고 분쟁 지역이라는 점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일본 측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답변으로 보였습니다. 한국어·일본어 서비스를 동시에 내놓은 구글 입장에서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건가 싶기도 했지만 객관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양국 이용자들의 입맛에 맞추는 데 더 집중한 것처럼 보여 불편했습니다.

챗GPT는 어땠을까요? 역시 일본어로 물었는데 "다케시마는 일본 섬 중 하나이며, 일본의 시마네현 오키군 오키의 시마쵸에 속하고 있다. 다만, 한국도 다케시마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영유권을 둘러싸고 한일 간에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앞서 물었을 때는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고 한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황당한 답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질문 때마다 다른 답…아직 못 믿을 AI

제가 AI에게 독도 질문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이들의 답변 내용이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었습니다. 같은 질문에도 내용이나 뉘앙스가 자주 바뀌었습니다. 처음 취재 때 두 챗봇 모두 각국 언어에 따라 독도 관련 답을 다르게 한다고 지적하려 했지만 반복 질문을 통해 확인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답변 내용이 너무 왔다 갔다 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챗봇의 의도성을 따지기에 앞서 챗봇 자체가 너무 불안정해 보였습니다. 뭔가 답변의 책임성을 요구하기에는 너무 불안정하고 신뢰성도 떨어진다는 겁니다.

짧은 방송 뉴스에 이걸 다 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거두절미하고 AI가 질문 언어에 따라 독도 관련 답변을 바꾼다고 하기도 그래서, 결국 지금 제가 쓰고 있는 다소 긴 형식의 글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애초 해당 국가 이용자들을 겨냥해 만든 챗봇이니만큼 일본어 검색에서도 '독도는 한국 땅'이란 답이 나오길 기대한 게 무리였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챗봇이 어떤 정보를 양산해내느냐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독도 문제만 해도 챗봇을 통해 왜곡된 정보가 다른 나라로 퍼져나갈 경우 국제사회 여론을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독도가 한국 땅이란 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이니 속을 사람이 없겠지만 우리가 잘 몰라 검색해보는 사안이라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철저한 확인 없이 AI에게 기댔다가는 자칫 스스로 가짜 정보를 퍼뜨리는 발원지가 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AI가 계속 발전해갈 것이라는 데 의심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편리함에만 기대려 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AI에 대한 경고는 가장 정통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더욱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 AI 학습 모델인 '딥러닝' 개념을 창안해 'AI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는 "AI 챗봇의 위험성은 매우 무서운 정도"라며 "지금으로선 그들이 우리 인간보다 덜 지능적일 수 있지만, 곧 그들은 인간을 추월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통제 장치가 없는 편리함과 효율성은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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