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재해석한 그림동화… 악마 개와 소녀의 우정[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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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는 루리 작가가 글과 그림을 모두 작업한 세 번째 작품이다.
'긴긴밤'의 결말부를 그림으로만 채웠던 그는 글의 서사와 그림의 서사를 둘 다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드문 작가다.
루리 작가는 고전의 기억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 작품을 통해서 루리 작가가 무엇에 도전하고 있는지 조금 더 알게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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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 지음│비룡소
‘메피스토’는 루리 작가가 글과 그림을 모두 작업한 세 번째 작품이다. 그림책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와 동화책 ‘긴긴밤’에 이어서 본격 그래픽노블을 펴냈다. ‘긴긴밤’의 결말부를 그림으로만 채웠던 그는 글의 서사와 그림의 서사를 둘 다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드문 작가다.
루리 작가는 고전의 기억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첫 그림책의 모티프를 제공한 ‘브레멘 음악대’가 그림형제 민담집 2판에 실렸던 1819년은 약 200년 전이다. 독일 제2의 무역항인 브레멘에서 고용주에게 학대받았던 네 마리의 동물은 2020년대 서울에 등장해 실직의 아픔을 나누고 김치찌개 집을 차린 바 있다. 작가의 상상력이 시공간을 넘어 보편성을 향해 있음을 보여준다. ‘긴긴밤’도 기후위기와 생명의 연대를 조망하고 있었다.
‘메피스토’는 더 나아가 존재론을 다룬다. 괴테의 1832년 작품인 소설 ‘파우스트’가 작품의 서두를 열지만 이야기는 파우스트 너머를 본다. 신적인 것과 동물적인 것 사이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던 기독교적 존재론은 떠돌이 개로 태어난 악마 메피스토와 한 소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늙지 않는 개와 늙어가는 소녀의 대비는 아이와 엄마, 무한과 유한, 젊음과 늙음을 생각하게 한다.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는 똑같이 아이처럼 서투른 것이 양육자다. 개와 소녀의 못된 장난은 우정으로 먼저 읽히고 끝까지 다 읽고 나면 눈부셨던 아이와의 순간으로도 읽힌다.
루리 작가는 여기서도 돌봄의 호혜성을 말한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것들끼리의 헌신적 돌봄에 주목하는 방식은 전작들과 연결된다. 이 작품을 통해서 루리 작가가 무엇에 도전하고 있는지 조금 더 알게 된 느낌이다. 주목해서 보아야 할 신작이다. 120쪽, 2만1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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