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싼 가격·발주 3개월 내 발사… 3년 뒤 세계 소형위성시장 3% 점유”[M 인터뷰]
5년간 500억 들여 만든 발사체
엔진 정상작동… 절반 이상 성과
1-2단·페어링 분리 등 추가개발
내년 ‘한빛-나노’ 상업발사 목표
2031년 발사체시장 37조 규모
브라질·노르웨이 발사장에 이어
고흥까지 확보땐 年35회 쏠수도
2026년 매출 1300억 달성 목표
그는 ‘미친’ 사람이다. 비록 지난 8일 세종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 근처의 한 빌딩 사무실로 성큼 걸어 들어왔을 때 전혀 그렇게 보이진 않았지만. 약간 마른 체형에 금속 테 안경을 써 냉철해 보이는 첫인상은 하얀 가운만 걸친다면 의사나 이공계 교수로 믿을 만했다. 하지만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사장은 우주에 미친 사나이가 맞다. 그것도 1995년 한국항공대에 입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28년간 쭉. 그 결과, ‘국내 민간 우주발사체 1호’라는 영예를 안았다.
우주는 거대하다. 입자물리학이 ‘극미(極微)’의 세계를 다룬다면, 우주 과학은 거대과학(Big Science)이다. 엄청난 규모·시간·돈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험도 크다. 그래서 강대국들이 정부 주도로 우주 개척에 나섰다. 민간 업체가 우주 산업에 뛰어든 것은 2000년 이후에나 일이다. 그래서 ‘뉴 스페이스(New Space)’라고 부른다.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 같은 뉴 스페이스 선구자는 모두 ‘용감한’ CEO들이 이끄는 ‘거대한’ 벤처다.
하지만 김 사장은 자기 회사를 ‘한국판 스페이스X’라고 남들이 부르는 걸 별로 반기지 않는다. 이노스페이스는 2017년 창업해 약 6년 만에 올해 3월 20㎏ 화물을 싣고 15t급 엔진의 시험 발사를 처음 성공시킨 직원 100여 명 규모의 비상장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테스트한 1단 엔진에 50㎏ 위성이 실린 2단을 연결해 2024년 12월 상업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다음 발사체가 ‘한빛-나노(nano)’라는 겸손한 이름을 갖고 있는 이유다. 나노는 10억 분의 1로, 100만 분의 1인 마이크로 다음으로 작은 단위다. 참고로 우리 정부가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1t 이상의 화물을 싣고 75t 엔진을 5개, 7t 엔진을 1개 달고 있는 3단 로켓이다.
김 사장에게 지난 3월 첫 발사 성공을 축하하면서 다음 단계 목표부터 물었다. 김 사장은 “창업 후 5년 반 동안 500억 원 이상의 돈을 들여 개발한 메인 엔진이 정상 작동한다는 걸 확인했으니 가장 큰 고비는 넘은 셈”이라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절반, 아니 60∼70%까지 온 데 불과하다”고 말했다. “내년 말에 한빛-나노를 쏘아 올리려면 1단과 2단을 분리하는 단(段) 분리 기술, 위성 보호덮개를 떼어내는 페어링 분리 기술, 2단 엔진 기술을 추가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기술이전도 받을 계획이다.
우주 비즈니스는 크게 발사체와 탑재체 분야로 나뉜다. 발사체는 택시나 버스이고, 여기에 타는 승객과 화물이 탑재체다. 탑재체인 위성은 무게에 따라 나노(1∼10㎏), 마이크로(10∼100㎏), 소형(100∼500㎏), 중형(500∼1000㎏), 대형(1000㎏ 이상)으로 구분된다. 이노스페이스는 50㎏ 탑재체를 태양동기궤도(SSO)에 올리는 ‘한빛-나노’에서 시작해 150㎏급 ‘한빛-마이크로’, 500㎏급 ‘한빛-미니’로 차츰 규모를 키워나갈 예정이다.
그렇다면 투자금은 어떻게 모을까. 현재 김 사장은 내년에 코스닥 시장에 기술 특례를 상장하기 위해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논의 중이다. 김 사장은 “한빛-나노의 다음 단계인 한빛-마이크로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모아야 한다”면서 “브라질과 노르웨이 발사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해외 위성사업자 수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험 발사를 했던 브라질 발사장은 2026년 만료 계약을 다시 5년 더 연장하려 하고, 노르웨이 발사장은 계약체결 준비도 하고 있다”며 “고흥 나로우주센터 인근에 건설될 국내 민간발사장까지 완성되면 3곳에서 2026년 총 35회, 적어도 1개월에 1회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유럽 위성제작사 3곳과 구체적 협의도 진행 중이다. 김 사장은 “위성 고객은 민간기업의 관측위성,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기술 실증용 위성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 시나리오대로 차질없이 갈 경우 2026년 매출 1300억 원, 소형발사체 시장점유율 3%를 달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소형발사체 경쟁사가 40여 개 있는데, 대부분 2024∼2025년 상업발사를 시작하려 한다. 비슷한 시기에 같이 뛰어들어야 선점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인공위성은 과거 1t 안팎의 대형이 위주였으나 최근 수십∼수백㎏ 짜리 소형 군집(群集)위성이 떠오르고 있다. 소재와 부품, 전자제어 기술의 발달로 크기는 작아도 강력한 성능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이스테크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발사된 위성의 95%(2303기)가 소형위성이다. 이에 따라 발사체 시장도 2021년 76억 달러에서 2031년 284억 달러로 4배가량으로 커질 전망이다.
결국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이노스페이스는 어떤 전략으로 나갈까. 김 사장은 ‘15%, 4시간, 3개월’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경쟁사보다 15% 싼 가격, 4시간 청정기상 확보 시 발사, 고객 요청 3개월 안에 발사가 목표라는 것. 김 사장은 “우리는 안전한 고체+액체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방폭 설비를 절감하고, 이번에 브라질에서 4시간만 하늘이 열리면 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앞으로 발사체 상단부 액체산소 펌프, 하단부 고체연료의 카트리지형 교환 등 재사용과 해상바지선 재착륙 기술 등을 더해 더욱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 이노스페이스의 경쟁력
전기모터·고체연료 결합 ‘하이브리드 로켓엔진’… ‘안전성·시간’ 두 토끼 잡아
이노스페이스는 소형위성발사체 시장에서 남들보다 강한 2개의 경쟁 무기를 갖고 있다. 하이브리드(hybrid) 로켓 엔진을 구성하는 전기모터 펌프와 파라핀(paraffin)계 고체연료가 그것이다.
로켓은 우주를 비행하니까 불을 붙이는 산소(산화제)와 연료를 내부에 모두 싣고 간다. 소형위성발사체들은 액체산소-액체연료통을 연결한 액체 엔진이 대부분이다. 이와 달리 군사용 로켓은 산화제와 연료가 모두 고체 상태인 고체 엔진 로켓이 많다. 산화제와 연료를 로켓에 채우는 충전시간이 들지 않아 즉시 발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적을 타격할 때 기동성이 뛰어나다. 하이브리드 엔진은 2가지의 장점을 결합해 액체 산화제와 고체 연료 탱크의 중간에서 산소의 양을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추력(推力·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조절한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액체 로켓은 발사 과정에서 사고로 산소와 연료가 결합하면 대화재로 이어진다. 고체 로켓도 위험하다. 산화제와 연료를 반죽해 딱딱하게 굳힌 고체 추진제를 금속 탱크에 채운 뒤 발사하는데, 이 역시 사고가 나면 폭발과 화재로 끝난다. 산소와 연료가 뭉쳐져 있어 일종의 화약처럼 터져버린다. 반면, 하이브리드 로켓은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 고체 연료와 액체 산화제가 따로 보관돼 있어 대량으로 빠르게 섞일 수 없다. 만일의 경우 산소를 공급하는 펌프를 잠가버리면 그만이다. 또 하나는 구조가 단순해 싸고 신속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다. 고체 연료와 액체 산화제가 섞이는 연소실 외부에 탈착이 가능한 점화기가 달려있어 안전성도 높다.
이노스페이스의 경쟁력 원천 중 하나인 전기모터 펌프를 최초로 발사체에 적용한 회사는 로켓랩이다. 20회 이상 위성 발사를 성공시킨 미국의 소형발사체 기업이다. 기존에는 산화제를 연료에 공급하기 위해 가스를 이용한 터보 펌프를 써왔다. 그런데 전기자동차 기술의 발달로 모터·인버터·배터리 등이 가볍고 소형화됐다. 2017년 창업 때 이미 20% 이상 경량화가 검증된 전기 모터 펌프를 즉각 채택했다. 두 번째 원천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 신기술 인증을 받은 파라핀계 고체연료 하이브리드 로켓이다. 파라핀은 중유(重油)의 유분을 굳힌 고체로 양초, 크레용의 재료로도 쓰인다. 1995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로켓연료로 쓸 수 있겠다고 이론적 검증을 했다. 폭발하지 않아 안전하고, 다른 고체연료보다 연소 속도가 빨라 로켓 추력 성능을 최대 10배까지 대폭 상승시킨다. 다만, 로켓에 넣을 만큼 크게 제작하려면 변형이 되지 않는 구조 강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사장의 박사 논문이 바로 파라핀계 고체연료였다.
김 사장은 “하이브리드 로켓 해외 경쟁사 4곳의 경우, 터보 펌프와 폴리머 계열의 고체연료를 적용해 기술 경쟁력이 낮다”며 “우리 방식은 파라핀 고체연료를 연소실 안에 미리 파이프 형태로 채워놓고 미세조정이 가능한 전기모터 펌프로 액체 산화제를 당겨 가운데 분사시켜주면 기화된 연료를 만나 연소가 되면서 구멍이 점점 넓어지며 전체를 다 태우게 되는 원리로서 안전하고 강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 김수종 사장은…
△1976년생 △한국항공대 기계설계학과, 열공학 및 추진공학 석·박사 △2010∼2014년 항공우주산업기술연구소, 이스라엘 테크니온공과대 로켓추진센터 박사 후 연구원 △2014∼2015년 기계항공산업신뢰성기술연구센터 연구원 △2015∼2017년 한화 방산 유도체계추진센터 선임연구원 △2017년 9월 이노스페이스 창업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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