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쟁점들… SG발 주가조작 사태 세가지 질문
쟁점 잃은 SG발 주가조작 사태
연예인 신변잡기 본질 아냐
주가조작 왜 몰랐는지
개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CFD 규제 완화가 원인이었는지
따져봐야 할 쟁점 수없이 많아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가 주가 조작 논란으로 비화했다. 주도면밀한 조작에 감시시스템은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이 CFD란 파생상품의 규제를 완화한 게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이번 주가조작 논란도 시장의 탐욕과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만든 합작품일까.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투자시장이 뒤숭숭하다. 일부 종목의 폭락이 주가조작의 결과물이란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4월 24일이 주식시장에서 다우데이타, 삼천리,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선광, 세방,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등 8개 종목이 갑작스러운 하한가를 기록했다. 소프트웨어, 도시가스, 해운, 운송, 지주사, 증권사 등 종목이 달랐고, 주가는 1만원대에서 50만원대까지 제각각이었다.
공통점은 프랑스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Societe Generale)이 '매도 폭탄'을 던졌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주가 급락의 원인을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에서 찾았다. CFD 거래는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이뤄진다.
8개 종목을 담은 CFD 계좌에 손실이 발생했고, SG증권이 반대매매에 나서면서 주가가 하락했다는 거다.[※참고: CFD는 후술하겠다.] 이후 일부 주가는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8개 종목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8조원이 넘었다.
시장에서 주가조작 의혹이 일자 금융당국과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유명 연예인, 의사 등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거나 연관성이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사태는 이상한 쪽으로 흘러갔다. 논란이 관련자들의 책임공방, 유명 연예인의 신변잡기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사건이 왜 터졌는지, 대비책은 없었는지,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 살펴야 할 것이 한두가지 아니다.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
■ 질문➊ 주가조작 왜 늦게 알아차렸나 = 주가 조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시점은 2020년이다. 라덕연 대표는 이때부터 투자자를 모아 주가조작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주가를 끌어올리면서 시장의 의심을 피했다.
단기간에 주가를 올려 돈을 벌었던 기존 방식과는 달랐다. 그는 주가조작 종목을 선정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일반적인 주가 조작은 적은 금액으로도 주가를 띄우기 쉬운 종목을 타깃으로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저평가 우량주에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이른바 '품절주'를 대상으로 삼았다. 다른 지역에서 주식을 매매하거나 투자자 명의의 대포폰을 사용해 감시망을 피했다.
그 결과, 3년이란 긴 시간 주가조작이 이뤄졌지만 금융당국은 최근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 계좌나 동일한 IP 주소에서 이뤄진 대량 거래를 중심으로 감시하는 게 사실"이라며 "주가 조작 수법이 날로 고도화하고 있는 데다, 모든 거래를 다 살펴보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질문➋ 일반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은 8개 기업에 투자한 일반투자자다. 소위 있는 사람들은 주가 폭락사태를 기가 막히게 피해 갔다. 김익래 전 회장(4월 20일)과 김영민 회장(4월 17일)은 폭락사태 직전 주식을 매도해 수백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일반투자자는 그렇지 않다.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의 분석에 따르면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피해를 본 일반투자자는 7만2514명, 추정 피해액은 7730억원에 이른다.
사실 일반투자자가 주가조작을 눈치 채기는 쉽지 않다. 금융당국도 알아내기 힘든 일을 일반투자자가 알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일반투자자는 주가조작 세력의 먹잇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기본을 바탕으로 충실하게 투자의 안전성을 높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에 투자하고,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우철 블랙펄자산운용 대표는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처럼 주가를 조작하면 그 누구도 알아채기 힘들 것"이라며 "주가조작 세력이 투자자와 감시체계를 속이려고 달려들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은 PER과 PBR을 살피고, 실적과 주가 수준을 분석해 과열 양상이 나타나거나 고평가된 종목은 피하는 게 안전하다"며 "원론적인 방법 이외에는 특별한 대비책은 없다"라고 꼬집었다.
물론 주가조작 사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는 소송 등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이미 라덕연 대표와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는 국내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도 있다. 문제는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받아낼 수 있는 돈이 없다면 소송에서 이겨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공산이 크다.
■ 질문➌ 파생상품이 사태 키운 원인일까 = 그럼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주가조작 논란을 부채질한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이번에도 사태를 키운 건 CFD라는 파생상품이었다. CFD는 가격변동을 활용해 차익을 노리는 파생상품이다. 투자방법은 신용거래와 비슷한데, 일정 수준의 증거금만 있으면 거래할 수 있다.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가 가능하다.
흥미로운 점은 금융당국이 CFD 규제를 완화한 때와 폭락한 8개 종목의 주가조작이 시작된 시기가 2020년경으로 비슷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2019년 11월 20일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에 나서면서 CFD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개인 전문투자자의 진입 요건을 금융투자계좌 잔고 5억원에서 5000만원, 총자산 10억원 이상에서 5억원(거주 주택 제외) 이상으로 대폭 낮췄다.
규제 완화에 CFD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CFD 거래가 가능한 개인 전문투자자 수는 2019년 3390명에서 2021년 2만4365명으로 8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거래규모는 1조9000억원에서 70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CFD 규제 완화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19년 국정감사에서 "CFD는 투자자가 아닌 상품을 제공하는 금융회사가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지분공시를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며 "불법 거래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이듬해 6월 보고서를 통해 "고액투자자들이 CFD를 세금회피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구체적인 관련 제도를 만들고 영업행위, 위험관리 등의 세부적 지침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CFD 제도를 손볼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21년 CFD 시장이 과열되고 주가폭락으로 인한 반대매매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행정지도를 통해 10배였던 레버리지 비율을 2.5배로 낮췄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금융당국의 CFD 규제 완화가 이번 사태를 키운 것"이라며 "CFD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판매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알려지지 않은 주가조작 사건은 더 많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시장 모니터링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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