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치료 지원하는 지자체 포퓰리즘 경쟁...그럼 비만은요? [핫이슈]
물론 반대 목소리도 거셌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도 아닌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건보재정으로 탈모치료를 지원하면 결국 건강보험료율 인상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은 뻔한 일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 후 잊힌 줄 알았던 탈모 치료 지원책이 지자체를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구민을 대상으로 1인당 연간 20만원 한도의 탈모 치료비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충남 보령시는 만 49세 이하 탈모 환자에게 1인당 연간 50만원의 치료비를 지급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와 대구시, 부산 사하구 등도 청년 탈모 치료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탈모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고 탈모를 걱정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지자체들을 움직이게 한 배경이다.
2020년 기준 전체 탈모증 진료 인원 23만3000명 중 2030 세대가 10만명에 달한다고 하니 젊은 층 표심을 잡기 위해서라면 한 번쯤 해볼 만한 정책인 셈이다.
하지만 탈모치료 지원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선 다른 질병과의 형평성 문제다.
보험급여 등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중증 질환 환자가 여전히 존재하는 마당에 미용 목적의 탈모치료에 혈세를 지원하는 것이 타당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도 고려해야 한다.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5%에 그치는데 올해 전국 지자체 예산 406조 원 가운데 현금성 복지 규모는 55조원으로 전체의 13.5%에 이른다. 무분별한 퍼주기는 당장은 달콤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청년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이다.
탈모 치료를 받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청년층이라면 현금지원이 반갑겠지만, 복지는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공감할 때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탈모 치료 지원은 시기상조다.
물론 탈모가 취업 등 사회진출을 앞둔 청년층의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한 경우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조건 외면할 일은 아니라는 주장에 동의하더라도 질문은 남는다. 그렇다면 같은 이유로 ‘비만도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중장년층은 자존감은 중요하지 않은가. 왜 청년 탈모치료만 지원하나’ 등의 질문 말이다.
질병뿐 아니라 저소득층 지원이나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탈모치료보다 지원이 시급한 곳은 얼마든지 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지는 지자체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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