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멍석깔아준 CNN, 타운홀 미팅 방송 후폭풍 "격렬"

차미례 기자 2023. 5. 1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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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트럼프, 선거불복 의사당 난입옹호 망언 되풀이
CNN진행자, 트럼프지지 군중과 1대 다수로 싸워
전문가들, "2024 선거 혼란의 전조 증상"

[맨체스터=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선거운동이 열리는 한 호텔에 도착해 군중을 향해 몸짓을 취하고 있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우리는 가망 없는 인간이 이끄는 나라에 살고 있다. 하지만 2024년에 우리는 승리할 것이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3.04.28.

[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 밤 ‘CNN’ 방송이 주최한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2020년 대선 패배를 부정하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한 이후로 CNN이 행사 주최의 후폭풍을 단단히 겪고 있다고 AP통신과 '미국의 소리' 방송 등 미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타운홀 미팅은 정치인이 주민들과 직접 만나 자유롭게 정책 공약등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이다. CNN방송은 2024년 공화당 대선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대통령을 공화당 프라이머리 진행지역인 뉴햄프셔주의 타운홀 미팅에 초청해 사회자인 케이틀런 콜린스 기자와 참석자들이 질문을 하는 1시간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선거불복 의사를 되풀이 했을 뿐 아니라 거듭해서 의사당 난입 사태를 옹호했다. 전날(9일) 법원으로부터 500만 달러 배상 평결을 받은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여성을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트럼프 집권 당시 그에게서 "가짜 뉴스"라며 집중적으로 공격을 당한 CNN이 마련한 뉴햄프셔주 세인트 앤젤름대학에서의 타운훌 미팅은 '혼란'자체였다고 AP는 평가했다. 방송이 끝난 뒤 CNN은 트럼프가 항상 의존하던 극우 매체들 보다 공정하게 더 많은 청중 앞에 그를 내세웠다고 변명했지만 트럼프의 위법적 발언을 생중계한 결과 때문에 집중 비판을 받았다.

반대자들은 이번 행사가 공화당원과 공화당 프라이머리 유권자들 앞에서 열린 토론을 하는 게 아니라, 트럼프의 오랜 불법적 주장을 되풀이하는 선거운동에 판을 깔아줬을 뿐이라며 비난했다. 또 이미 사법적 판결까지 내려진 범죄사실에 대한 부인과 자기 변명 등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한판이었다는 것이다.

포인터 미디어연구소의 톰 존스 수석연구원은 CNN이 타운홀 미팅을 개최한 것은 좋은 착상이지만, 거기에 모인 청중이 기대했던 것 같은 중립적 성격 대신에 너무도 격렬한 트럼프 지지자들이어서 그들의 행위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타운홀 미팅의 군중들은 트럼프가 등장할 때 기립박수를 하는가 하면 트럼프의 도발적이고 불법적 발언마다 박수로 화답했다. 심지어 1996년 트럼프에게 성폭행 당해 이번에 500만달러의 배상금 판결을 받은 여성 칼럼니스트 진 캐럴에 대한 트럼프의 욕설과 조롱에도 웃으며 환호했다.

존스는 CNN의 진행자 케이틀런 콜린스 기자가 1월 6일 의사당 난입사건과 관련된 팩트 체크를 위해 질문을 던지려 했을 때 사실상 그 곳의 모든 청중과 대항해 입씨름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며 청중들의 무조건적인 찬성을 지적했다.

"기자가 트럼프를 몰아부칠 때 마다 트럼프는 청중의 지지를 업고 반격하며 맞섰다. 그래서 점점 더 대담해졌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은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콜린스기자는 아무 잘못도 없이 집단 공격을 당했고 사실상 타운홀 전체의 청중과 1대 다수로 맞붙어야 했다"고 그는 평가했다.

이번 CNN의 행사는 회사의 경영진이 폭스 뉴스 등 다른 보수 매체에 몰려 있는 시청자들을 끌어내서 지난 10년간의 열세를 만회하려는 정책으로 선회한 것을 보여준다.

크리스 리히트 CNN회장은 11일 아침 회의에서 콜린스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며 분투했다고 말하며 "참으로 대가 다운 진행이었다"고 칭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AP통신이 입수한 이 날 회의록에 따르면 리히트는 "누군가 그런 자리에서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껄끄러운 대화를 해야 한다면, 그건 CNN 밖에는 할 자가 없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편 일색의 청중 앞에서 타운홀 미팅을 하기로 결정한 회사의 방침이 역시 옳았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 덕에 CNN의 시청률은 타운홀 미팅 당일 높이 치솟았다. 시청률을 집계한 닐슨에 따르면 시청자수는 310만명에 달해 하루 전날 밤 같은 시간대 시청자수 70만7000명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존스 연구원은 그런 행사로 CNN의 평판이 높아지거나 시청률 증가가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그 이후 이어진 CNN의 대부분의 보도가 트럼프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트럼프가 등장한 프로를 보기 위해 CNN채널을 선택한 보수파 시청자들을 여전히 배제한 보도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중도 좌파 비판자들은 CNN이 그 날 행사에 어떤 청중이 나와서 어떤 혼란이 일어날지 미리 예측했어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테스 하원의원(뉴욕주)은 자신의 트위터에 "CNN은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타운홀 미팅'에서 주도권을 잃고 트럼프의 대선결과 부정 발언과 1월6일 의사당 난입 옹호, 성폭행 피해자를 향한 공개적인 모욕과 비난을 모두 허용하며 생중계하는 실수를 했다"고 밝혔다.

전 CNN워싱턴 지국장이며 지금은 조지워싱턴대 교수인 프랭크 세스노 교수는 이번 타운홀 방송은 선거 방송 보도의 어려움을 증명하는 하나의 전조라며 "트럼프는 정상적인 대선후보자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모든 언론사가 씨름해야할 중대한 문제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세스노교수는 트럼프가 응할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런 경우 1대1 인터뷰가 낫다고 말했다. 아니면 최근 몇 년 동안 그의 실체를 깨닫고 트럼프를 멀리했던 사람들을 많이 초청해 더 폭넓은 청중앞에서 트럼프의 발언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공정한 보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와 트럼프 지지 군중은 이번 방송에서 승리감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그런 광경을 모든 국민에게 생생하게 보여준 것은 언론의 중요한 임무이며 트럼프의 승리에 대한 일반의 의문감을 던져주었다고 그는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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