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진 KIA 불펜에 선수가 넘친다… 그런데 정작 마무리가 흔들린다

김태우 기자 2023. 5. 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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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광주 SSG전에서 결승점을 내준 정해영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KIA는 1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서 불펜을 조기 가동했다. 믿었던 외국인 에이스 숀 앤더슨이 흔들리자 4회 1사 상황부터 조기에 불펜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2⅔이닝을 투구 수 29개로 깔끔하게 정리한 최지민을 시작으로 김기훈(1이닝) 이준영(⅔이닝) 장현식(⅓이닝) 김대유(⅔이닝) 전상현(⅓이닝)까지 총 6명의 투수가 불펜의 문을 열고 나왔다. 비록 타선 응답이 없어 이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불펜이 마지막까지 경기를 잡아주는 데는 공을 세웠다.

KIA는 5월 4일 광주 KIA전부터 5월 7일 창원 NC전까지 4경기가 모두 비로 취소됐다. 월요일 휴식일까지 5일을 푹 쉬었다. 여기에 9일 광주 SSG전에서는 선발 양현종이 8이닝을 든든하게 해치운 덕에 불펜에서는 마무리 정해영 딱 한 명만 나갔다. 불펜을 총동원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한편으로는 올해 불펜에서 쓸 수 있는 카드들이 많아진 것도 과감한 불펜 싸움 도전으로 이어졌다.

KIA는 올해 불펜 전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급 선수가 가세한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고른 기량을 가진 불펜진이 완성됐다. 김기훈이 지난 시즌 막판 제대해 가세했고, 김대유가 박동원의 보상선수로 영입된 것에 이어 최지민까지 성장하며 기존 전력에 플러스가 생겼다. 실제 어떨 때는 전원 필승조로 보일 정도로 대다수 선수들이 좋은 기량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김종국 KIA 감독의 불펜 운영도 과감해지고 있다.

11일에도 경기 중반까지 팽팽하게 맞서자 선발 윤영철(5이닝)에 이어 불펜 투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임기영(1⅓이닝) 김대유(⅓이닝) 이준영(⅓이닝) 전상현(1⅓이닝)까지 이닝을 쪼개는 기술도 현란했다. 그런데 정작 가장 든든하게 그 뒤를 지켜야 할 마무리 정해영(22)이 결승점을 헌납했다. 정해영에 대한 고민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경기이기도 했다.

3-3으로 맞선 9회 전상현이 2사 1,2루의 위기에 몰리자 KIA는 정해영 카드를 투입해 불을 끄고자 했다. 주자가 득점권에 있는, 어려운 상황이기는 했다. 그래도 2사 후라 아웃카운트 하나면 위기는 끝이었다. 정해영이 많이 겪어봤을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승부가 과감하지 못했다. 너무 어렵게 가는 느낌이었다.

▲ 김종국 감독은 아직 마무리 교체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추신수에게 7구 승부 끝에 결국 볼넷을 내준 게 화근이었다. 만루가 된 상황에서 박성한과 승부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풀카운트 승부에서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맞고 패배와 가까워졌다. 박성한이 잘 친 것도 있었지만 정해영이 첫 두 타자 승부에 실패한 건 분명했다.

정해영은 2021년 34세이브, 2022년 32세이브를 거둔 KIA의 마무리다. 올해도 별다른 이견 없이 마무리 보직에 안착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했다. 전반적인 구속은 꾸준하게 오름세를 그리고 있지만, 14경기에서 1패와 두 차례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안정감은 좋을 때만 못하다. 다양한 구종보다는 강력한 구위가 장점이었던 선수인데 올해는 그런 시원시원한 맛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평균자책점(2.70)은 나쁘지 않다 해도 9명의 승계주자 중 4명에게 홈을 허용한 건 그 비율(44.4%)이 높다. 정해영의 지난해 승계주자 득점허용률이 17.6%로 굉장히 낮은 편이었음을 고려하면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실감할 수 있다. 탈삼진 비율(9.1%)이 지난해(18.1%)에 비해 반토막이 난 반면,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는 지난해 0.668에서 올해 0.733으로 올랐다.

김 감독은 마무리 보직 교체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정해영이 살아나야 한다고 계속 강조한다. 사실 대체할 만한 선수가 눈에 딱 띄는 것도 아니다. 정해영이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다. 마무리가 흔들리면 불펜은 다 흔들리게 되어 있다. 불펜이 흔들리면 KIA의 시즌 구상도 흔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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