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차' 크레타 앞세운 현대차, 10년간 인도에 3조 투자 [biz-플러스]

김기혁 기자 2023. 5. 1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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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인도 그레이터노이다에서 열린 자동차 관련 행사에서 영화배우 샤루크 칸이 현대차 아이오닉5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경제]

현대자동차가 급성장하는 인도 자동차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3조 2000억 원을 투자한다. 2028년까지 아이오닉5를 포함해 6종의 전기차를 선보이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11일(현지 시간) 인도 타밀나두주와 올해부터 10년간 2000억 루피(약 3조 2400억 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타밀나두주의 첸나이에는 현대차의 1·2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두 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약 76만 대이며 이 가운데 15만 대가량을 수출한다.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방점

현대차는 이번 협약에 따라 투자액을 전기차 생태계 구축과 생산 시설 현대화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첨단 시설을 갖춘 전기차 배터리팩 조립 공장을 세운다. 이 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17만 8000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현대차는 향후 5년간 고속도로 등 타밀나두주 거점 100곳에 전기차 충전소도 짓는다.

현대차의 현지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인도에서 총 80만 7067대를 팔았다. 현대차가 55만 2511대, 기아가 25만 4556대를 각각 판매했다. 2021년(68만 6616대) 대비 17.5% 성장했다. 현대차는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10% 중후반의 시장점유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인도 시장의 전망은 유망하다는 평가다. 인도 자동차 시장의 지난해 내수 판매 규모는 472만 5000대로 일본을 제치고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인도 정부는 전기차 시장 육성에 적극적이다. 인도 정부는 전기차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전기차의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의 3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최근에는 현지 생산·투자 확대를 위해 전기차 등 수입차에 대한 관세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전략차종’ 크레타, 인도 현지서 국민차 반열 올라
현대자동차 인도 공장에서 생산된 현지 전략 차종 ‘크레타’가 주행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

현대차는 이날 첸나이 공장의 연간 생산 대수를 85만 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제너럴모터스(GM) 탈레가온 공장 인수 작업과 함께 첸나이 공장 투자가 본격화되면 현대차의 인도 현지 생산 대수는 100만 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전략 차종은 현지 시장에서 ‘국민차’로 부상하고 있다. 전략 차종은 특정 국가와 대륙마다 다른 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개발한 차를 뜻한다. 인도·남미·북미·유럽 등에 투입된 전략 차종은 현대차·기아의 판매 실적을 견인하는 동시에 ‘올해의 차’ 등 저명한 상을 휩쓸며 브랜드 영향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인도 시장이 대표적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인도 현지 맞춤형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크레타는 지난해 총 17만 162대가 팔리며 전체 현대차 인도 판매량(55만 2511대)의 30%를 차지했다. 기아차의 소형 SUV인 ‘쏘넷’도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인도에서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80만 대를 돌파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인도 시장을 철저히 분석해 전략 차종을 개발한 점이 현지 고객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현대차는 현지의 더운 날씨를 고려해 크레타의 뒷좌석에도 에어컨을 기본 사양으로 적용했고 비포장도로가 많은 도로 사정에 맞게 차체를 보호할 목적으로 지상고(노면에서 차체 바닥까지의 높이)를 높였다. 경적을 자주 사용하는 현지 운전 습관을 반영해 클랙슨 소리를 높이는 세심함까지 더했다. 여기에 대가족이 많은 특성을 겨냥해 소형급이지만 실내 공간을 최대한 넓히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크레타는 2015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70만 대가 넘게 판매되며 인도 국민차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제조사보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늦은 점을 만회하기 위해 차종의 디자인과 상품성을 철저히 현지화하는 작업에도 힘쓰고 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해외 고객의 이동 경험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해외 공장을 시찰할 때 “시장별 고객들의 성향과 특성을 철저히 분석해 자동차를 개발하고 판매해야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힐 정도로 세심한 현지화 전략을 직접 주문해왔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유창욱 기자 woog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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