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들이 마포에서 ‘책소동’ 벌이는 이유 [사람IN]

김영화 기자 2023. 5. 1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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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마포구가 출판업계의 소규모 창작자를 지원하기 위해 홍대입구역 7번 출구 인근에 설립한 창작 공간이다.

서울 마포구에는 출판사부터 독립서점까지 '출판 생태계'가 이미 갖춰져 있던 터라 사람들이 모이기에 제격이었다.

지난해 구청장이 바뀐 이후 마포구 '작은도서관' 폐관 논란에 이어, 출판문화 관련 정책이 중단될까 김씨는 염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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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5월13일로 예정된 플랫폼 P 북페어 ‘마포 책소동’의 기획자들. 왼쪽부터 남창우씨(동네서점 지도 운영자), 황유미씨(소설가), 배현정씨(‘솜프레스’ 출판사 대표), 서지형씨(큐레이터), 조재무씨(사진작가), 김은화씨(‘딸세포’ 출판사 대표). ⓒ시사IN 신선영

고립된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프리랜서 창작자들에겐 익숙한 일상이다. 혼자 일하다 보니 업무량 조절부터 정신 건강 관리가 가장 어려웠다. 공황장애 증상도 찾아왔다. 구술생애사 작가이자 ‘딸세포’ 출판사 대표인 김은화씨(36‧맨 오른쪽)의 이야기다. 여성 생계 부양자를 수면 위로 드러낸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가 대표작이다. 일할 공간을 찾아 집과 도서관, 카페를 매번 전전했다.

불안 증상이 사그라든 건 2020년 7월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이하 ‘플랫폼 P’)에 입주하면서다. 마포구가 출판업계의 소규모 창작자를 지원하기 위해 홍대입구역 7번 출구 인근에 설립한 창작 공간이다. 서울 마포구에는 출판사부터 독립서점까지 ‘출판 생태계’가 이미 갖춰져 있던 터라 사람들이 모이기에 제격이었다. 입주 경쟁률이 9대 1 정도로 셌다. 한 달 임차료는 12만원. 김은화씨가 “평생 쓸 운을 다 끌어다 쓴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다.

플랫폼 P에는 1인 출판사는 물론 번역가, 큐레이터 등 출판 생태계의 다양한 창작사 52곳이 입주해 있다. ⓒ시사IN 신선영

그의 행운이 저렴한 임차료 때문만은 아니었다. 플랫폼 P에는 1인 출판사는 물론 번역가, 큐레이터 등 출판 생태계의 다양한 창작사 52곳이 입주해 있다. 장류진 작가, 양다솔 작가 외에 〈며느라기〉의 수신지 작가가 운영하는 ‘귤프레스’ 출판사도 플랫폼 P의 입주사 중 하나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출판업계 동료들을 만나자 시너지가 났다. “혼자라 막막하지만 글을 쓰고 있는 동료들의 뒷모습을 보고 힘을 내는 곳”이면서 “출판과 관련된 암묵지를 무료로 유통하는 플랫폼”이라고 김은화씨는 말했다. 혼자라면 어려웠을 영상 콘텐츠와 전시, 창업 프로젝트를 시도한 것도 일단 사람이 모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플랫폼 P는 물리적 장소 그 이상이었다.

그런 플랫폼 P가 개관 3년 만에 존폐 위기에 놓였다. 마포구청이 플랫폼 P의 용도변경을 시사하면서다. 마포구 순수 예산(10억원)으로 운영되는 시설이기에, 마포구 주민만 재계약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게 구청의 입장이다. 1년 전만 해도 없었던 규정인 데다, 2기 입주사 중 마포구민은 다섯 명도 되지 않는다. 신규 입주사도 선발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7월부터 플랫폼 P 입주사가 절반 넘게 줄어든다. 거기에다 구청의 청년 일자리사업 참가자들이 플랫폼 P 공간에 새로 입주했다. 지난해 구청장이 바뀐 이후 마포구 ‘작은도서관’ 폐관 논란에 이어, 출판문화 관련 정책이 중단될까 김씨는 염려하고 있다. 입주사들이 협의회를 결성해 서명운동에 나섰다.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책하고 웬수지셨어요, 박강수 마포구청장님?’

제1회 플랫폼 P 북페어 ‘마포 책소동’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곳이 처한 상황을 알리고 싶었던 김은화씨가 총감독으로 나섰다. “출판과 관련한 노하우와 관계들이 쌓여 있는 곳은 전국을 통틀어 여기밖에 없다. 10년, 20년 지켜나가면 일종의 문화 기지 같은 곳이 될 수 있는데, 이 공간이 바뀌면 3년간 축적해온 노하우도 함께 사라진다.” 마포구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사진작가·큐레이터·소설가·동네서점 지도 운영자 등 일곱 명도 북페어 기획에 동참했다. 계약만료로 7월 퇴소를 앞두고 있지만, 플랫폼 P를 지키기 위해 본업을 제쳐두었다. “이번 북페어 행사는 창작자들이 플랫폼 P에 모여서 어떤 일을 벌일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이다.” 김은화씨는 공간을 체험하는 것이 가장 큰 홍보가 될 거라 생각한다. 제1회 플랫폼 P 북페어 초대장이 마포구청장에게도 전달된 까닭이다.

김은화씨는 “출판과 관련한 노하우와 관계들이 쌓여 있는 곳은 전국을 통틀어 여기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신선영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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