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타보니 “어이가 없네”…그랜저엔 ‘하극상’, K5엔 ‘설상가상’ [카슐랭]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5. 1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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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이렇게 나오지” 호평
K5와 ‘중형차 옥타곤’ 혈투
N라인, 아드레날린 샘솟아
쏘나타 신구 비교 [사진출처=현대차]
“어이가 없네”

현대자동차가 지난 2019년 출시한 8세대 쏘나타를 탔을 때 툭 튀어나온 말이다. 영화 ‘베테랑’에서 재벌 2세로 나온 유아인의 유명한 대사다.

어이는 맷돌 손잡이(맷손)로 잘못 알려졌다. 하지만 맞춤법과 상관없이 손잡이라는 뜻으로 종종 사용된다.

8세대 쏘나타에는 자동차용 어이에 해당하는 손잡이 형태의 ‘기어스틱’이 사라졌다. 버튼을 눌러 변속하는 전자식 변속 버튼(SBW)을 채택해서다.

쏘나타 1~8세대 [사진출처=현대차, 매경DB]
8세대 쏘나타는 디자인도 ‘어이없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새로운 디자인 시도는 호불호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호보다는 불호가 많았다.

쏘나타 디자인이 잘못됐다기보다는 경쟁차종인 기아 K5의 디자인과 형님격으로 구매층이 일부 겹치는 현대차 그랜저의 디자인이 우수해서다.

여기에 40년 가까이 사랑받은 ‘국민차’ 쏘나타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도 비난 강도를 세게 만들었다.

동생인 아반떼, 경쟁자인 K5, 형님인 그랜저의 선전으로 어정쩡한 위치에 놓인 쏘나타는 1년 전 단종설에 시달렸다.

지난 2021년 국내판매 6위 K5를 이겼던 ‘톱5’ 쏘나타 입장에서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 셈이다.

택시 아니면 K5에 졌을 것이라는 평가와 8세대 부분변경 모델 출시 시점이 미뤄진 게 단종설에 불을 붙였다.

현대차는 2~3년마다 부분변경 모델, 4~6년마다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현대차 신차 출시 사이클로 판단하면 2019년 출시됐던 8세대의 부분변경 모델은 지난해 나왔어야 한다.

부분변경 출시 소식이 없자 “쏘나타는 이제는 끝났다” “디자인 망치더니 누가 사나” 등의 반응이 나왔다.

신형 쏘나타, ‘영끌’ 디자인과 품질
신형 쏘나타 [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는 단종설에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8세대 출시 4년만인 올해 칼을 빼들었다. 부분변경 모델인 ‘쏘나타 디 엣지’를 출시했다.

쏘나타 디 엣지는 출시되자마자 어이없다는 평가를 단번에 불식시켰다. ‘역시 쏘나타’라는 평가를 받았다. “진작 이렇게 나오지”라는 호평이 쇄도했다.

1~2년 더 늦게 내놓은 만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역량을 발휘, 디자인과 품질 측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차로 만들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에도 초점을 맞췄다.

현대차 디자인 정체성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 감성을 더한 스포티함)’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한층 넓고 날렵한 인상을 더해 스포츠 세단 느낌의 역동성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신형 쏘나타 N라인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전면부는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에어인테이크가 하나로 합쳐진 통합형 디자인으로 역동적이고 와이드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DRL(주간주행등)은 차체를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끊김없이 연결된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수평형 램프)’로 디자인해 미래적인 감성을 더했다.

측면부는 낮게 시작하는 프런트 엔드와 긴 후드가 패스트백을 연상시키는 매끈한 루프라인으로 이어져 스포티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후면부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연상케 하는 날렵한 리어 스포일러 형상의 가니쉬로 역동적인 인상을 갖췄다.

H형상의 수평형램프인 ‘H 라이트’로 전면의 수평형 램프와 함께 미래지향적인 안정적 이미지도 강조했다.

전장x전폭x전고는 4910x1860x1445mm다. 기존 쏘나타보다 전장이 10mm 길어졌다. K5와 비교하면 5mm 길고 너비와 높이는 같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840mm로 K5(2850mm)보다 10mm 짧다.

그랜저 뺨치는 편의·안전사양
신형 쏘나타 실내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실내 디자인은 운전자의 드라이빙 경험에 초점을 맞춰 스마트하면서도 넓게 느껴지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각각 12.3인치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를 곡선의 형태로 연결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현대차 최초로 탑재했다. 운전자의 시인성과 고급감을 동시에 높였다.

대시보드에 적용된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우드 패턴 가니쉬는 실내 공간의 수평라인을 강조하며 확장된 공간감을 제공한다.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하는 차)를 기반으로 삼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모든 트림에 기본 탑재했다.

엔트리 트림인 프리미엄의 상품 경쟁력도 향상했다. 에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 펜더 LED 방향지시등, 세이프티 파워 윈도우(전좌석), 운전석 전동시트(8웨이) 등을 기본 탑재했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12.3인치 내비게이션, 다이나믹 웰컴 라이트, 순차 점등 방향지시등, 빌트인캠 2, 디지털키 2, 18인치 알로이 휠·피렐리 타이어 등의 고급사양을 선택사양으로 운영한다.

주력 트림인 익스클루시브에는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12.3인치 내비게이션·클러스터, 스마트 전동식 트렁크, 스마트폰 무선충전, 동승석 전동시트,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기본 탑재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교차로 대향차/정면 대향차), 고속도로 주행 보조, 후측방 충돌 경고(주행),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전진 출차), 안전 하차 보조 등 안전사양도 기본화했다.

최상위 인스퍼레이션 트림은 그랜저에 뺨치는 사양을 적용했다.

다이나믹 웰컴 라이트, 순차 점등 방향지시등, 실내 지문 인증 시스템(시동/결제),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서라운드 뷰 모니터, 헤드업 디스플레이, 2열 수동식 도어커튼, 뒷면 전동식 커튼 등을 기본 탑재했다.

신형 쏘나타 실내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가격(개별소비세 3.5% 적용 기준)은 2.0 가솔린이 2787만~3530만원, 1.6 가솔린 터보가 2854만~3597만원, 2.0 LPG가 2875만~3560만원이다.

N라인은 2.0 가솔린이 3623만원, 1.6 가솔린 터보가 3690만원, 2.5 가솔린 터보가 3888만원부터 시작된다.

2.0 하이브리드(세제혜택 적용 전)의 경우 프리미엄 모델이 3305만원부터 판매된다.

지난 2019년 8세대 쏘나타는 2346만원, 올해 초 나온 2023년형 쏘나타는 2592만원이 시작가였다. 4년 전보다 400만원 가량 가격이 오른 셈이다.

형제·경쟁차종인 K5는 2.0 가솔린이 2400만~3205만원, 1.6 터보가 2479만~3284만원에 판매된다. 하이브리드는 2963만원부터다.

K5보다 시작가가 높았던 기존 모델과 마찬가지로 신형 쏘나타도 300만원 이상 비싸게 책정됐다. 차량용 원자재 값 인상과 같은 외부 요인도 영향을 줬다.

손맛 뛰어난 스티어링휠과 기어노브
신형 쏘나타 주행 [사진출처=현대차]
11일 진행된 시승행사에서도 ‘역시 쏘나타’라는 평가를 받을만한 ‘명불허전’ 존재감을 느꼈다. 어이가 없다는 평가를 완전히 종식시켰다.

시승차는 쏘나타 디 엣지 2.5 가솔린 터보 N라인이다. 8단 습식 DCT와 19인치 휠을 적용했다.

가솔린 2.5 엔진을 적용했지만 터보가 가세해 힘은 그 이상이다. 대형 SUV도 무난하게 끌 수 있는 수준이다. 최고출력은 290마력, 최대토크는 43kg.m다. 복합연비는 11.1km/ℓ다.

N라인 디자인은 기본 모델보다 더 강렬하다. 범퍼와 한몸이 된 그릴에는 폭이 넓은 육각형을 층층이 쌓았다. 휠도 칼날을 바람개비 형상으로 만든 모습이다.

리어 스포일러는 좀 더 각을 세웠다. 스포티한 매력을 더 강조하면서 공기역학 성능도 강화하기 위해서다. 듀얼 트윈팁 머플러는 고성능 존재감을 발산한다.

옥타곤(8각형) 형상의 스티어링휠은 손맛이 뛰어나다. 그립감과 촉감이 우수해 손에 착 감긴다.

‘어이없던’ 전자식 변속 버튼(SBW) 대신 기어 노브를 스티어링 휠로 옮긴 전자식 변속 칼럼을 채택했다.

신형 그랜저에도 적용한 칼럼 로터리 타입 전자식 변속 다이얼로 ‘손맛’을 다시 살려냈다. 덤으로 콘솔 공간이 더 여유로워지고 깔끔해졌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마이드라이브로 구성됐다. 마이드라이브를 선택하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스포츠 플러스를 추가로 고를 수 있다.

그랜저와 스팅어 장점만 모았다
신형 쏘나타 주행 [사진출처=현대차]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2.5 터보엔진을 먼저 장착했던 기아 스팅어의 폭발적인 주행성능, 그랜저의 정숙성과 안정성을 잘 버무렸다.

노멀 모드에서는 부드럽게 움직인다. 정숙성은 기대 이상이다. 포장 상태가 좋지 않는 국도에서도 노면소음을 잘 잡는다. 과속방지턱도 깔끔하게 통과한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스티어링휠이 무거워지는 게 손으로 전달된다. 답력이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가속페달을 밟으면 허스키하면서도 박력 넘치는 굉음을 내며 발의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무게감과 안정감이 느껴지는 질주 성능을 발휘한다. 와인딩 구간에서도 좌우 흔들림없이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손과 발의 지시를 착실히 수행해 불안하지 않다.

브레이크 성능도 뛰어나다.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차체는 순간 멈추지만 차체나 몸의 요동은 상대적으로 적다.

차로를 바꾸기 위해 방향지시기를 작동하면 사이드미러에 부착된 카메라가 촬영한 후측방 상황이 계기판 중앙에 나온다. 후측방 모니터(BVM, Blind-Spot View Monitor)다.

정체 구간에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하면 운전자에게 떠넘기기 않고 알아서 차 스스로 속도와 거리를 제어하고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움직인다.

다른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도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적절히 속도를 조절하면서 안정적으로 달린다.

쏘나타 신구 비교 [사진출처=현대차]
쏘나타 디 엣지는 현대차가 목숨걸고 만들었다는 것을 디자인, 품질, 성능을 통해 입증했다. “그 돈이면 좀 더 보태 그랜저 사겠다”는 평가는 사라질 수준이다. K5보다도 비싼 값을 지불할 가치도 있다.

더 나아가 이제는 ‘어이없게도’ 형님인 그랜저에 맞먹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그랜저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하극상이다. 올들어 쏘나타를 잡는 기쁨을 누리고 있던 K5는 난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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