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로그룹, 큐로 인수 16년 만에 사모펀드에 매각 [시그널]
행동주의 펀드 KIB PE이 520억에 최대 주주로
큐캐피탈 투자 실패 후 LP 손실 떠안아···"GP 신뢰 지켜" 평가
[서울경제] 이 기사는 2023년 5월 11일 19:33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큐로(015590)그룹이 그룹 내 '아픈 손가락'이었던 화학기계 제조사 큐로를 매각했다. 큐캐피탈(016600)파트너스가 큐로의 전신인 대경기계기술을 인수한 지 16년 만이다. 인수자는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며 자이글 2대 주주에 올랐던 케이이비프라이빗에쿼티(KIB PE)다.
11일 큐로는 최대주주인 큐로컴(040350)을 비롯해 주요 주주인 지엔코(065060), 큐캐피탈파트너스, 큐로에프앤비, 김동준 큐로그룹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 전량을 KIB PE와 KIB PE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도 대상은 약 520억원에 해당하는 보통주 8637만8405주다. 이로써 큐로의 최대주주는 KIB PE로 변경됐다.
큐로는 화공 플랜트 열교환기, 압력용기 등의 화학기계를 제조하는 회사로, 1989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큐캐피탈은 2007년 대한전선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사모펀드 '국민연금07-1 기업구조조정조합QCP12호'를 통해 워크아웃에 들어가 있던 대경기계기술의 경영권 지분을 약 2200억 원에 취득했다. 당시 대한전선이 1200억 원, 국민연금이 1000억 원을 출자했다.
큐캐피탈은 2011년부터 꾸준히 대경기계기술 매각을 추진했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플랜트 산업 업황의 부진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매각이 보류되는 사이 대경기계기술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고 이에 따라 주가도 내리막길을 걸였다.
당시 큐캐피탈은 중대 결정을 내렸다. 대경기계기술의 투자 손실을 기관출자가(LP) 대신 짊어지기로 한 것이다. 큐캐피탈은 2017년 펀드가 보유한 대경기계기술 지분 전량을 계열사인 큐로컴에 매각한 뒤 LP에 투자금을 분배해줬다. 심지어 대경기계기술 투자는 큐캐피탈이 큐로그룹에 편입되기 전에 투자한 포트폴리오 자산이었지만 운용사로서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후 사명을 큐로로 바꾸고 큐로그룹 권경훈 회장과 김동준 부회장이 직접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요 주주가 됐다. 큐캐피탈의 투자 실패를 그룹과 오너가 직접 부담한 것이다. 이후 추가 유상증자와 계열사간 거래 등을 통해 지난해 말 기준 큐로의 지분 구조는 △큐로컴 20.44% △지엔코 10.32% △권 회장 8.65% △큐캐피탈 3.83% △김 부회장 0.61% 등이 됐다.
큐로그룹에 편입된 후에도 영업손실을 반복하며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한 큐로는 2020년 전기차 설계 자회사였던 아이티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한 활로를 모색하기도 했다.
KIB PE가 인수자로 나서면서 큐로그룹은 큐캐피탈이 큐로를 인수한 지 16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하게 됐다. KIB PE는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사모펀드 운용사로, 지난해 말 주방용 전자기기 회사 자이글의 지분을 매집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가 주가가 오르자 넉 달 만에 장외 매도를 통해 지분을 매각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최대주주인 박수진 대표는 업계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과거 KIB PE 사내이사로 있었던 남편 김인석 씨는 지난 2021년 티피에이리테일(현 현대광운상사)을 통해 카메라 검사장비 기업인 코스닥 상장사 이즈미디어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재무적투자자(FI) 이탈과 상장폐지 사유 발생, 매매 거래 정지 등 위기가 잇따르면서 경영지배인에서 해임됐다.
큐로 매각가는 큐캐피탈의 초기 투자금인 2200억 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계열사와 협업해 투자 실패를 온전히 책임지고 매각까지 마무리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큐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1056억 원,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해 129억 원을 기록했다.
박시은 기자 good4u@sedaily.com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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