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만 당원권 정지 3개월 "공천개입 밑장빼기 봐주기 징계"
김재원은 1년 정지 왜? 징계조항 적용도 동일, 설화 파장도 유사
유가족 국민 아닌 대통령실에 사과하고 사퇴하니 징계 줄여주나
"뒷거래·봐주기 징계" "검찰 수사 의뢰해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518 발언, 제주 43 비하 발언 및 대통령실 공천개입 녹취록 발언 등으로 파문을 일으킨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전 최고위원에 각각 당원권 정지 1년과 3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발언의 부적절성으로 인한 국민들의 분노와 그에 따른 파장을 감안할 때 두 최고위원 모두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태영호 의원에게만 징계를 대폭 줄여줘 “봐주기, 뒷거래 징계”라는 비판도 나온다. 태 의원이 윤리위 당일 오전 최고위원직 자진사퇴 선언을 한 것이 징계양정에 반영됐을 수 있다 해도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최고위원들의 발언개입 및 공천개입을 했다는 의혹을 덮기 위한 밑장빼기 징계완화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태 의원이 최고위원직 사퇴를 하면서 제주43 희생자 유족에 진심어린 사죄도 하지 않은채 오로지 대통령실과 당에만 고개를 숙인 행위도 진정성있는 반성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황정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은 10일 밤 회의 결과 당원 김재원 최고위원에 당원권 정지 1년, 당원 태영호 전 최고위원에 당원권 정지 3개월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황 위원장은 태영호 의원(전 최고위원)의 징계사유를 두고 지난 3월9일 의원실에서 보좌진 10여명에게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공천을 거론하며 대통령의 대일정책을 옹호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발언해, 그 녹음파일이 유출됨으로써 2023년 5월1일 방송에 보도됐다는 점을 들어 “당 지도부의 일원인 (당시) 최고위원이자 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마치 대통령 비서실이 당의 전권 사항인 국회의원 공천에 개입, 관여하고, 당무에 속하는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 내용의 방향까지 지시하는 것처럼 오인하도록 잘못 처신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이러한 발언이 잘못 녹음돼 외부에 알려지게 되는 등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함으로써 당의 위신과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황 위원장은 태 의원이 지난달 17일 페이스북에 'Junk(쓰레기) Money(돈) Sex(성) 민주당, 역시 JMS 민주당'이라고 게재한 것을 두고 “삭제하기는 하였으나 널리 공개되었다”며 “공당을 중대한 문제가 있는 특정 종교인이 속한 종교 단체와 연관 지어가며 부적절한 표현을 섞어 비하하였다”고 지적했다. 태 의원이 43사건과 관련해 지난 2월12일 보도자료 및 13일 제주 합동 연설회를 통해 '제주 4·3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도 황 위원장은 “현재로서는 이와 같은 언행은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 조사 결과와 유족 등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이는 4·3 희생자 유족 및 유족회 등에 상처를 줘 국민 통합을 저해하였다”고 판단했다.
황 위원장은 김재원 위원의 징계사유의 경우 지난 3월12일 전광훈 목사와 대담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전문에 넣는 것'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두고 “518 민주화 정신을 이어간다는 것은 국민의힘 당의 정강정책임에도 당 지도부 일원으로서 정강정책의 반함은 물론 품격없는 발언을 하여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518민주화정신을 폄훼함으로써 국민통합을 저해하였다”고 판단했다. 황 위원장은 이어 김 위원이 3월26일 애틀란타 방문 중에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는 발언한 것을 들어 황 위원장은 “이는 마치 국민의힘 당원들에게 마치 당이 특정종교인의 영향권 하에 있다거나 그의 과도한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당원들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위원이 지난달 4일 '4·3은 격이 낮다'고 한 발언에도 황 위원장은 “4·3 추념행사가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는 것처럼 의미가 전달돼 43 희생자 유족회 및 유족회 관련 단체 등에게 상당한 모욕감 느끼게 함으로써 국민통합을 저해하였다”고 판단했다.
황정근 위원장은 두 위원의 발언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자꾸 반복되는 설화는 외부적으로는 당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고 민심을 이탈하게 하는 심각한 해당 행위이고, 내부적으로는 당 지도부의 리더십을 스스로 손상한 자해행위가 될 수 있다”며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잇달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당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 잃게 만들었고, 불과 1년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악재가 됐다”며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두 위원의 징계사유는 적용하는 윤리위원회 규정도 동일하고, 내용의 부적절성으로 인한 국민의 분노와 불신 등 파장이 컸다는 점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데도 태 의원만 징계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봐주기, 뒷거래성 징계”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1일 오전 서면브리핑에서 “망언의 수위로 따지자면 두 최고위원의 징계 수준은 비슷해야 하지만 한 명은 출마 금지를 당하고 한 명은 출마 길을 열어줬다”며 “태영호 의원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는 대통령실의 공천개입 의혹을 덮으려는 의도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여당이 최고위원의 입을 막기 위해 공천이 가능한 수준의 징계를 줬다는 국민적 의혹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뒷거래 징계로도 대통령실의 공천개입 의혹을 덮을 수 없다”고 썼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태 의원 징계 수위를 두고 “이준석 전 대표가 1년 이상 중징계를 받았던 것에 비견해도 태 위원에겐 지나친 경징계”라며 “결국 정치적 거래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에게 충성하느라 논란을 일으킨 인물에겐 살길을 열어두겠다는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며 “태 위원 주장대로 이진복 수석과의 대화는 없었고, 녹취록 내용은 모두 거짓이며, 본인은 그저 거짓말쟁이였다면 대통령실을 이리 능멸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변인은 “결국 짜고 치는 고스톱이고, 사퇴 정도로 '불법 공천 개입 의혹'을 무마하겠다는 밑장빼기”라며 “국민 향한 기만이며 모욕”이라고 성토했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 개입 의혹' 수사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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