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꼬꼬무' 대구 학교 폭력 사건…승민이가 죽음을 선택한 '진짜 이유'는?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지금도 우리는 승민이들의 손을 놓치고 있지 않을까?
11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긴 하루 - 대구 학교 폭력'이라는 부제로 2011년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학교 폭력 사건을 조명했다.
2011년 어느 날, 대구의 중학생 승민이의 어머니는 아들이 등교를 하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곧이어 얼마 후 아들이 사고가 났다며 아파트 앞으로 오라는 전화가 왔다.
그리고 그토록 사랑했던 그의 아들 승민은 하얀 천이 덮인 시신으로 눈앞에 나타났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던 그날, 충격적인 일에 어머니는 절망했다. 그리고 아들이 남긴 4장의 유서를 보고 더 크게 절망했다.
승민이 직접 투신을 해 목숨을 끊은 이유는 바로 끔찍했던 학교 폭력 때문이었던 것. 승민은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유서에 빼곡하게 남겼다.
학기 초 취미가 같아 승민이와 급속도로 친해진 재우. 그런데 재우는 승민에게 자신의 캐릭터를 대신 키워달라고 부탁했고, 어느 날 해킹을 당해 아이템과 캐릭터가 사라지자 재우는 승민에게 책임을 물으며 승민에 대한 괴롭힘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의 괴롭힘은 날이 갈수록 더 끔찍해졌다. 처음에는 매일매일 게임을 대신시키던 것으로 시작해 승민에게 금품을 요구했고, 또 이는 폭력으로 이어졌다.
재우의 괴롭힘에 어디에도 자신의 고통에 대해 털어놓지 못한 승민, 그런 승민의 곁에는 같은 폭력을 당하던 윤호가 있었고, 승민은 그런 윤호에게 의지했다. 하지만 어느 날 윤호는 얼굴을 바꾸었다. 그는 재우의 오른팔이 되어 승민을 함께 괴롭히기 시작한 것.
재우와 윤호는 중학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도구를 사용한 폭행뿐만 아니라 물고문까지 했고, 이 모든 폭력은 승민의 집에서 이루어져 더욱 충격을 안겼다.
이들은 승민의 집을 마치 자신의 집처럼 드나들었고, 승민의 집에서 가족이 없는 틈을 타 끔찍한 폭력을 휘둘렀다. 8개월을 폭력을 당해도 어디에도 도움을 청하지 못한 승민이는 어느 날 더 이상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12월 19일, 모든 것을 끝내기로 한 승민이. 전날 재우 일행은 승민의 목을 전선으로 묶어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바닥에 던진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게 했다. 그리고 승민의 가족사진을 보며 가족을 욕했다.
이는 승민이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이유였다. 그토록 사랑했던 가족을 향해 욕을 하는 아이들을 보며 승민은 그 어떤 폭력보다 아파했던 것.
결국 승민이는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기도 하지만 제가 이대로 계속 살아있으면 오히려 살면서 더 불효를 끼칠 거 같아요"라고 자신의 진심을 유서에 담았다.
승민은 "저는 무엇보다 우리 가족을 사랑했어요. 아마 제가 하는 일은 엄청 큰 불효일지도 몰라요. 매일 남몰래 울고 매일 맞던 시간을 끝내는 대신 가족들을 볼 수가 없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제가 없다고 해서 슬퍼하시거나 저처럼 죽지 마세요. 저희 가족들이 슬프다면 저도 분명 슬플 거예요. 부디 제가 없어도 행복하길 빌게요"라며 가족에 대한 사랑을 전했다.
그리고 "그리고 마지막 부탁인데 저희 집 도어키 번호를 바꿔주세요. 애들이 제가 없어도 맘대로 들어올지도 몰라요. 먼저 가서 100년이고 천년이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정말 죄송해요"라며 마지막 부탁을 남겼다.
승민의 유서를 본 가족들은 승민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졌다. 특히 중학교 교사, 고등학교 교사였던 부모님들은 자신들의 직접이 교사였음에도 알아채지 못한 아들의 학교 폭력에 절망했다.
유서를 작성한 승민이가 투신하기 전 마지막으로 한 일은 엄마의 휴대전화에 자신의 번호를 지운 것이었다. 자신이 떠났을 때 남겨진 어머니를 걱정한 승민이는 스스로 자신을 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의 번호를 지웠던 것.
하지만 엄마는 절대 아들을 잊을 수 없었다. 이에 어머니는 "승민이는 죽을 때까지 내 아들"이라며 지워진 아들의 전화번호를 다시 저장했다.
결국 승민이가 스스로 끝낸 학폭의 고통, 이후 두 학생에 대한 전면 수사가 진행됐다. 목격자도 없고 증거도 없는 상황, 하지만 이들의 끔찍한 범행의 내용이 담긴 문자 내용이 포착됐고, 이에 이들은 자신들의 범행을 인정했다.
하루에 4,50통씩 총 273통 승민이를 말로도 죽였던 두 아이들. 이들은 "장난으로 한 일인데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라며 반성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말을 했다.
그리고 이들은 승민이 투신했던 그날, 여느 때처럼 자연스럽게 승민의 집의 도어키 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승민이 있는지 확인했다. 집에 누구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둘은 아파트 경비원에게 "이 집에 사는 친구가 떨어졌나요?"라고 물었다.
이들은 승민이 투신을 결정할 만큼 끔찍한 폭력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것. 그리고 자신들의 범행이 드러날 것에 대한 두려움 따위 없이 "선생님한테 혼나면 인정하지 뭐"라며 가볍게 상황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자신들이 촉법소년이라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촉법소년이 아니었고, 이들의 행동은 처벌을 받게 되었다. 재판장에 선 두 아이들에 대해 검찰은 공갈, 강요, 협박, 갈취, 폭행 등의 혐의가 있다고 했다.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했던 둘, 증거만 96가지에 달했다.
그리고 승민의 어머니는 아들의 억울함을 입증하기 위해 직접 진술자로 섰다. 하지만 말보다 울음이 더 먼저 나왔다. 승민이가 받은 고통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 또한 고통이었던 것.
그럼에도 승민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은 이 아이들이 실수를 해서 죽은 게 아니다. 자기가 쉬어야 할 집에서 고문과 폭행을 당하다가 죽어갔다. 가해한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선 안 된다. 흉악한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아이가 너무 억울할 것 같다"라며 진심을 밝혔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진행된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하기까지 한 본 건의 경우에 형벌 외에 관대한 처분을 하는 것은 지나친 관용이다. 이에 피고인들에게는 실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라며 이재우에게는 장기 3년 6개월, 단기 2년 6개월 형을 정윤호에게는 장기 3년, 단기 2년 형을 선고했다.
당시 학교 폭력 최고 형량에 가해자들은 형량이 많다고 항소했고, 2심에서는 뜻밖의 증언자가 등장했다. 아이들의 담임이자 승민의 담임이었던 증언자는 "이 아이들은 일진이 아닙니다. 평범한 중학생이니 만큼 교화와 교육이 중요하다"라며 감형을 부탁했던 것.
이는 승민이와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행동이었다. 그는 승민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는커녕 가해자들의 편에 섰던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두 아이들에게 각각 감형된 실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현재 두 아이들은 이름을 바꿨다더라, 의사가 됐다더라, 해외에 있다더라 등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한 아이를 죽음에 빠뜨렸음에도 가해자들의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남겨진 유가족들에게만 상처가 남았다.
그리고 사건 당시 승민이 학교에서 내린 조치는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학교 측은 "절대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말 것, 승민이 책상에 꽃을 올리지 말 것"이라는 지침을 내려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 했고, 승민이의 죽음을 빨리 덮어버리려고 했다. 특히 한 선생님은 "자살한 애 영웅 만들 일 있냐. 다른 애들이 보고 따라 하면 어떻게 하냐"라는 말도 안 되는 말까지 했다고 드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빠르게 지워진 승민이의 흔적들, 그런데 이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드러났다. 사실 승민이 투신하기 5개월 전 같은 학교의 김희정이라는 아이가 학교 폭력으로 힘들어하다가 승민이와 같은 아파트에서 투신한 사고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희정이는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는 친구를 돕기 위해 담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담임은 집단 체벌을 하며 학교 폭력에 대한 내부 고발자가 있음을 밝혔고, 이에 희정이는 학교 폭력을 휘두르던 아이들 뿐 아니라 반 아이들 전체로부터 고립되고 폭력을 당했다.
그리고 결국 그러한 폭력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투신했던 것이다. 당시 희정의 가족들은 죽음에 대한 진실 밝혀달라고 학교 측에 도움을 청했으나, 학교 측에서는 "어떻게 우리가 진상 규명을 하냐. 우리에게는 권리가 없다"라며 외면했고, 경찰에서는 구체적인 폭력의 정황이 없다며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렇듯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손을 놓쳤던 걸까. 이에 승민이의 어머니는 어딘가에 숨어있을 승민이 들을 향해 말을 전했다. 그는 "너무 힘들면 학교 그만둬도 된다. 학교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의 생명이다"라며 분명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어른들에게 이야기를 해서 해결책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승민이의 어머니는 "길이 없다고 하지 말고 다른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라며 부디 아들과 같은 선택을 하는 이가 없기를 빌었다.
여전히 승민이 떠난 집에 살고 있는 가족들, 그리고 여전히 교육 현장에 있는 승민의 어머니는 교육 현장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100년이고 1000년이고 기다리고 있겠다던 아들 승민이를 떳떳하게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승민이의 어머니는 "우리 아기, 엄마는 지금도 너를 사랑하고 있고 너의 선택을 존중하고 너의 모든 것을 다 사랑한다. 엄마는 너 낳고 너무 즐겁고 행복했어. 엄마 갈 때까지 잘 있어. 엄마 정말 열심히 잘 살다가 돌아갈게 너에게"라며 아들에게 메시지를 전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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