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한정판 ‘청보리 밭멍’ 즐길 수 있는 곳 [ESC]

한겨레 2023. 5. 1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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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캠핑의 정석]캠핑의 정석 충남 보령
요즘 뜨는 청보리밭 ‘천북폐목장’
옥마산 전망대, 보령 전경 한눈에
대천캠핑장, 시설 좋고 저렴해
지난 4월21일 방문한 천북폐목장에서 초록빛 청보리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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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미풍에 바람의 결을 따라 일렁이는 청보리가 아름다운 초록 바다를 만나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봄 시즌 한정판이다. 기왕이면 수평선 근사한 푸른 바다도 함께라면 좋으리.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보석 같은 시간을 만났다. 이번엔 충남 보령이다.

지난해 여름 시원하게 하룻밤 보냈던 보령 옥마산을 지난달 21일 다시 찾았다. 정확히는 옥마산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이다. 자동차로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어 접근성이 훌륭한 데다, 의외로 관광객들의 방문이 많지 않아서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 보령은 머드 축제로 너무 유명해서인지 상대적으로 다른 여행지들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 관광지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조용하고 한갓진 공간을 좋아하는 편이라 더욱 관심이 가는 곳이랄까.

보령시민 단골 데이트 장소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 이곳은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을 겸한다. 이륙장에는 산책하며 보령시를 감상하기 좋은 나선형 육교가 전망대로 마련돼 있다. 이번 캠핑에 동행한 친구는 패러글라이딩 자격증을 가지고 150회 이상 하늘을 날았던 기억을 되짚으며, 이곳 보령 옥마산에서 한창 바람을 타던 추억을 꺼내어 놓았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이륙장 옆 전망대로 자리를 옮겼다. 반드시 패러글라이딩을 하지 않더라도 이곳저곳 둘러보는 재미가 있으니까.

전망대에 오르면 저 멀리 보이는 하늘과 바다, 그리고 보령 시내 전경이 한눈에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저녁이 되면 일몰이 근사하고, 밤이 내리면 반짝이는 보령, 도시의 빛이 아름다웠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한여름 보령시민들의 단골 데이트 장소로 소문이 자자하다. 야경이 아름답고 산 정상이라 시원하기까지 하니 한여름 밤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다. 덕분에 나 또한 이곳에서 스텔스 차박을 즐기며 뜨거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하루 잘 보냈더랬다.

이번엔 봄날의 촉촉한 바다와 보령 시가지를 감상한다. 이날따라 뿌연 대기 탓에 선명한 풍경을 선물해 주진 못했지만 그런데도 전망대에서 만난 탁 트인 보령의 모습은 갑갑한 가슴까지 뻥 뚫어주는 느낌이다. 지난달 내내 작업실에 갇혀 하반기 출간 예정인 책의 원고 마감에 시달렸던 피로감도 모두 날아갔다. 잠시라도 짬을 내어 나오길 잘했다.

보령 하면 바다지. 옥마산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에서의 화려한 전망을 뒤로 하고 우리는 대천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보통은 바닷가에 캠핑장이 있는 경우가 흔치 않아서 한번 방문하려면 주말엔 3개월 전부터 부지런히 예약해둬야 한다. 하지만 대천해수욕장 캠핑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따로 예약할 필요 없이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캠핑장은 2개 지구로 나뉜다. 바닷가 앞 솔숲에서 원하는 장소로 선택할 수 있다.

대천해수욕장 캠핑장 모습.

봄바람 진한 바다 냄새

대천해수욕장엔 백사장의 길이가 3.5㎞, 폭이 100m에 달하는 드넓은 해변이 있다. 경사가 완만하고 바다 밑이 균일한 데다 이물질이 섞이지 않은 청결한 백사장 덕분에 아이부터 노인까지 편안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해변 인근으로 시민탑광장, 머드광장, 분수광장으로 나뉘어 계절마다 다채로운 축제와 행사가 펼쳐진다. 카페나 식당이 즐비해 식사를 한 뒤 바닷가를 산책하며 커피도 한잔 마실 수 있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인 탓에 점심이 되기도 전에 출출해졌지만, 식당이 많아 걱정이 없다. 저녁엔 캠핑장에서 음식을 해 먹을 테니, 점심은 주변 식당을 이용하기로 했다. 대천에는 키조개가 유명하다니 놓치기엔 아까운 일이다. 백사장 너머 솔숲은 울창하고 아늑하다.

보령머드박물관 쪽 끝자락에 위치한 캠핑장은 공중화장실을 기준으로 좌우로 펼쳐져 있다. 급수대·샤워장까지 잘 갖춰져 있는 데 비해 사용료는 1박에 5만원 정도(텐트 사용료와 사이트 이용료 포함)로 저렴하다. 캠핑 사이트는 바닥과 데크 중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솔숲 그늘에서 느긋하게 하룻밤 묵어갈 2평짜리 작은 집을 짓는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에 진한 바다 냄새를 맡으면서. 친구들은 저녁 식사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조리할지 이야기를 나눈다.

캠핑엔 불멍, 바다에선 물멍이라지. 이즈음 계절에만 할 수 있는 ‘밭멍’도 놓칠 수 없다. 초록빛 청보리밭이 한창인 계절, 지금을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청보리 하면 제주도 가파도가 가장 유명하지만 요사이 청보리 인기가 많아지면서 전북 고창 보리나라 학원농장, 경북 경주 분황사와 황룡사지, 부산 광안리해수욕장도 뜨고 있다.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청보리밭은 보령의 천북폐목장이다. 사진작가들이 주로 찾던 이름 없던 이곳에 얼마 전부터 카페가 생기고 주차장도 들어서면서 젊은 연인들, 다정한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봄을 여유있게 즐기고 있었다. 천북폐목장만큼 규모가 크진 않지만 청보리 밭멍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또 있다. 지난 달 잠깐 언급했던, 당진 카페 피어라가 그곳이다. 청보리밭을 에둘러 있는 산책로를 걷고 달달한 디저트와 차를 즐기며 초록빛 밭멍을 실컷 즐겨보자. 계절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지금 이순간, 바로 여기에서 행복하자.

알아 두면 좋아요
1. 대천해수욕장 캠핑장 이용료는 텐트 사용료와 사이트 이용료를 별도 지불해야 한다. 텐트 사용료는 크기에 따라 1~2만원, 사이트 이용료는 3만원 전후.
2. 천북폐목장 주차장이 협소한 편이다. 주변이 왕복 2차로이므로, 갓길 주차는 위험할 수 있으니 붐비지 않는 시간대를 이용해 방문하는 것이 좋다.

글·사진 홍유진

여행작가. 1년의 절반은 타지에 살며 그곳에서의 삶을 기록한다. <오늘부터 차박캠핑>, <보통날의 여행>,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 <시크릿 후쿠오카>, <무작정 따라하기 오사카. 교토>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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