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선택의 순간들

심옥녀 소설가 2023. 5. 1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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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매일, 하루에도 수십 번 혹은 수백 번씩 크고 작은 선택을 한다.

출근할 때 무슨 옷을 입을지, 어떤 가방을 들지 하다 못해 카페의 커피 메뉴까지 우리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무엇을 선택하든 그 결과가 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나의 선택이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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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옥녀 소설가

우리는 살면서 매일, 하루에도 수십 번 혹은 수백 번씩 크고 작은 선택을 한다. 출근할 때 무슨 옷을 입을지, 어떤 가방을 들지 하다 못해 카페의 커피 메뉴까지 우리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잠깐의 고민으로 여러 옵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왜냐하면 무엇을 선택하든 그 결과가 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나의 선택이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무덤덤하게 이십 대의 끝자락을 보내던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거래처 부장이 내게 방글라데시에 가서 일해 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때까지 외국에 나가본 적도 없던 나는 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 거기에 누가 있는지, 근무 환경은 어떤지, 연봉은 얼마나 줄 건지 협상도 하기 전에 무조건 가겠다고 대답했다. 나에게 온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기 전에 쟁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다소 무모하고 즉흥적이었지만 한 번쯤은 이렇게라도 내 인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잠자고 있던 내 인생을 깨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니 그때가 인생의 목표와 꿈을 조정해야 한다는 나의 토성 리턴 주기(토성 공전 주기는 29.45년)였다. 식구들은 물론 주위 사람들은 그곳이 어딘 줄 알고 가냐며 나를 붙잡았지만 나는 일년 치 생필품을 꾸려 방글라데시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방글라데시로 자원해서 간 것은 지금껏 내가 한 수많은 선택 중에 가장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곳에서 의류 봉제와 무역에 관한 다양한 일을 배웠고, 지금도 그 일을 계속 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흘러 들어온 사람들과 교류를 했으며, 영어도 불편함 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됐다. 또 인도, 네팔, 두바이 등 주변 국가를 여행하는 행복도 누렸다.

그 무엇보다도 나는 내 삶의 중요한 순간에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나의 삶 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때 내가 사람들의 만류에 주저 앉았더라면, 과감히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두려움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저 그런 평이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방글라데시는 내게 더 넓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무한한 길을 열어준 내 인생의 플랫폼 같은 도시였으며, 메마른 내 삶의 옥토같은 자양분이 되어 주기에 충분했다. 지금 어떤 기회가 눈 앞에 있다면, 너무 고민하지 말고 과감히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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