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진 금융 "5점 만점에 5점"…인니에도 이어진 'K금융' 열풍
사회·문화 차이 큰 인니…이복현 "현지 고객에 다가갈 노력 필요" 당부
(자카르타=뉴스1) 서상혁 기자 =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증권·보험사가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금융 포럼에 현지 금융권 관계자가 행사장을 가득 채우면서 싱가포르에 이어 'K 금융' 열기를 이어갔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등 모든 참석자가 인도네시아의 전통 의상인 '바틱'을 착용하면서 청중의 이목을 끌었다.
포럼의 핵심 키워드는 '현지화'였다.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문화·사회적 차이가 큰 만큼, 한국에서 일하던 방식으로는 현지 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는 제언이 잇따랐다. 국내 금융회사도 인도네시아 투자자 앞에서 '현지화' 노력을 약속했다. 여기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싱가포르에 이어 '현지 당국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재차 강조하면서 지원 사격에 나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화재·한화생명·KB손해보험 등 국내 7개 금융회사는 전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공동 포럼인 'K-Finance Week In Indonesia 2023'을 개최했다.
◇싱가포르 이어 인니 포럼에도 'K금융' 열기…태국 전통 의상 입은 CEO
이날 행사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맞아 현지에 한국 금융을 알리고 양국 간 금융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엔 르흣 빈사르 빤자이딴 해양투자조정부 장관, 필리아닝시 헨다르타 중앙은행 부총재 등 인도네시아 정부 고위관계자와 7개 금융회사 CEO가 참석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회사의 지원 요청에 의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싱가포르 금융권 공동 설명회(IR)에 이어 이날 포럼도 성황을 이뤘다. 당초 130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던 포럼엔 약 150명이 찾았고, 그중 90여명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금융회사 관계자로 전해졌다. 자리를 맡지 못한 이들은 포럼이 진행되는 내내 행사장 뒤편에 서있어야 할 정도로 행사장이 가득찼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인도네시아 은행 CEO는 "포럼을 통해 한국의 선진 금융 기법을 배울 기회가 생긴 만큼, 인도네시아 금융회사 입장에선 정말 좋은 기회가 됐다"며 "5점 만점에 5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 현지 보험사 CEO는 "한국 금융회사들이 현지에서 금융 관련 이벤트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비즈니스 플레이어뿐 아니라 정부 관계자도 참석한 점이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는 마이크로파이낸스(무담보 소액 금융)를 비롯해 건설, 채굴업 등 한국의 금융회사가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해, 전망은 밝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7개 금융회사 CEO 등 포럼 참석자들은 모두 '바틱' 문양의 상의를 착용했다. 인도네시아와의 '우애'를 강조하고, 한편으로는 문화를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착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인은 갓 태어난 아기나 시신을 화장하기 전에 감싸는 천을 모두 '바틱 문양의 천'을 사용할 정도로 바틱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 참석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바틱을 착용한다는 건 인도네시아의 문화를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도 존중하겠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인도네시아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취지로 다 같이 착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CEO들은 인사말이 끝날 때마다 '감사하다'라는 의미의 인도네시아어인 '뜨리마 카시(Terima kasih)'를 연발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금융사만 28개…최대 과제는 '현지화'
금융권 수장들이 인도네시아와의 친밀감을 강조하는 건, 그만큼 현지 사회와의 융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는 은행·증권·카드·캐피탈·생명보험·손해보험 등 28개의 한국계 금융사가 진출해 있지만, 아직까지 문화·사회적 차이로 현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최대 이슬람 국가로 종교적으로 한국과 상당히 다르다"며 "한국 사회는 무엇이든지 빠른 속도를 요구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여유를 두고 일을 처리하는 편"이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문화·사회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본국의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다가 인도네시아에서 철수한 금융회사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와의 관계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신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선 감독당국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승인도 받아야 할 정도로 규제가 깐깐하다고 본다"며 "일 처리 속도도 한국에 비해 많이 늦은 편인데, 어떨 땐 주관적인 판단도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11일 포럼에서도 '현지화'가 향후 금융권의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고객들의 성향이나 산업의 특성 또한 다르기 때문에 현지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고객과의 관계 정립이 중요한 금융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지속적인 금융교육, 소외계층·중소기업 지원이나 채용 확대 같은 현지 커뮤니티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참여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남훈 KB금융 글로벌전략 총괄 전무도 토론회에서 "인도네시아의 문화나 시장 관행, 소비자의 니즈를 이해하는 게 부족했다"며 "앞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선 현지 이해관계자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화 전략으로 'K컬처'를 활용하라는 제언도 있었다. 인도네시아 정부 측 패널로 포럼에 참석한 셉티안 하리오 세토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부 차관은 "인도네시아 국민, 특히 중산층과 청년층은 한국의 문화를 대단히 좋아한다"며 "인도네시아 기업들도 K팝을 활용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은 그런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문화 영향력을 시장 침투 전략의 하나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 이복현 금감원장 "OJK와 협력 강화"…싱가포르 이어 추가 지원 사격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현지화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당국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 원장은 행사에서 "금융감독원도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정부와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한국계 금융회사의 어려움을 전달하고, 최대한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투자설명회(IR)'에서도 "(현지 당국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려는 강한 의지와 계획이 있다"고도 밝힌 바 있다.
이 원장과 금융사 CEO는 전날 저녁 마힌드라 시레가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청장과 만찬을 가졌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OJK가 국내 금융회사 CEO를 초대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금융권에서도 이복현 원장의 역할론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 해외 사업에서 발생하는 애로를 일일이 현지 당국에 이야기하긴 어렵다"며 "이렇게 당국 대 당국, 수장 대 수장으로 만나 문제를 풀어주는 건, 금융사에 너무나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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