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G7으로 불똥 튀나?

이하경 2023. 5.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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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뱅크)


미국에서는 지금 미국 정부가 빚을 낼 수 있는지 정해 놓은 '부채한도'를 늘리는 걸 두고 여야 간 줄다리기가 한창입니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은 버는 돈 보다 쓰는 돈이 많은 만성 적자 나라인데요. 코로나19 때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 돈을 더 풀면서, 지금은 이 부채한도가 31조 4천억 달러까지 늘었습니다. 우리 돈 4경 원이 넘습니다. 지금도 어마어마한 돈인데, 이 빚 낼 수 있는 한도를 조만간 더 늘리지 않으면, 극단적으로는 미국 정부가 돈이 없어서 만기가 돌아온 빚을 못 갚는, 그러니까 '디폴트' 상황에 빠질 거라는 경고등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이달 초에 "6월 초, 어쩌면 빠르면 당장 6월 1일 정부가 모든 채무를 계속 이행 못 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그러면서, "의회가 가능한 한 빨리 행동에 나서서 미국의 믿음과 신용을 보호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그럴리 없겠지만, "미국이 빌린 돈을 못 갚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악재임은 분명합니다. 2011년에는 협상이 교착에 빠지면서 미국이 정말 '디폴트' 직전까지 갔었는데, 국제신용평가사 S&P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한 등급 깎아내리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심각한 것 같은데, 미국 의회는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정부의 지출을 깎는 걸 부채한도 상향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미 하원에서는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도 가결됐습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부채한도 상향에는 어떤 전제조건도 없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미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바이든 표 예산을 깎고 싶은 공화당과 예산 증액을 관철하고 싶은 민주당의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 겁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백악관과 미 의회가 제때 부채한도 증액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서 미국 정부가 단기간 부채한도를 위반할 확률이 10%에 이른다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부채한도 협상 문제의 불똥이 이번달 19일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히로시마 정상회의로 튈 수도 있어 보입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부채한도 협상이 안 되면, G7 정상회의에 못 갈 수도 있다"고 한 겁니다. 여차하면 온라인으로 참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그만큼 부채한도 협상 타결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협상을 빨리 끝내자고 공화당을 압박한 걸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미국 워싱턴타임스가 분석한 표를 한 번 보겠습니다.

동그라미 세 개가 겹쳐진 날짜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 공화당의 협상 주체들이 모두 워싱턴에 있는 날짜입니다. 이 일정대로라면,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일본으로 향하기 전 협상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날은 사실상 16일이 마지막입니다. 6월 1일은 미 재무부가 경고한 정부의 '현금이 바닥날 수 있는' 날입니다.

출처: Washington Post (2023년 5월 3일)


일본 산케이 신문은 히로시마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21일, 한일과 한미일 정상회담을 각각 여는 방향으로 조율이 시작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한일 관계 정상화에도 더 속도를 낼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일단, 바이든 대통령이 정말로 불참하게 될지, 아니면 온라인으로라도 참가하게 될지, 정부 차원에서 통지받은 건 없다고 했습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현지 시간 9일 여야 지도부를 만나서 부채한도 협상에 나섰지만,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습니다. 협상은 현지 시간으로 12일에도 잡혀있습니다. 이번에는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올 수 있을까요? 전망이 밝지는 않습니다. 1960년 이후 벌써 78번이나 있었던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이면에는 기축통화국이라는 미국의 특수한 지위와 함께 민주, 공화 양 진영으로 갈라져 대립하는 미국 국내 정치 상황도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하경 기자 (truth20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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