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디스토피아에 잘 오셨습니다" '정이'부터 '택배기사'까지[초점S]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더이상 '디스토피아'는 한국 콘텐츠에서 낯설지 않다. '정이', '사냥의 시간' 등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담은 넷플릭스 한국 작품들이 한차례 인기를 휩쓴 가운데 오는 12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가 더 끔찍하면서도 현실적인 모습을 담아 K-디스토피아의 절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디스토피아란 유토피아의 반대말로 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의 픽션을 그려냄으로써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문학작품 및 사상을 가리킨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도 하며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와 액션 영화 '매드맥스' 등이 꼽힌다.
할리우드 SF를 통해 즐겨 묘사되곤 했던 디스토피아는 최근 만들어진 한국 콘텐츠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환경과 미래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암울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들이 크게 늘어났고, 특히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SF에서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2020년 4월 공개된 영화 '사냥의 시간'이 그 대표적인 예다.
'사냥의 시간'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희망이 없는 도시에서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와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로 젊은 세대에게 지옥이라 불리는 이 땅의 불안을 스크린에 펼쳐놓았다는 점에서 디스토피아 물로 볼 수 있다.
'사냥의 시간'은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부르며 세상을 지옥에 빗대던 젊은 세대의 심정을 녹여내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아득한 세상을 담아냈다. 감독은 "서울의 중심 복판에서 휑한 슬럼을 보여주고, 반듯한 신도시 거리를 폐허로 바꿔 총탄이 빗발치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사냥의 시간'이 가까운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렸다면 조금 더 멀고 공상적인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린 작품도 있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개봉 이후 사흘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영화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반향을 일으킨 K-디스토피아물 '정이'는 22세기 미래에서 펼쳐지는 뇌복제 실험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주목받았다.
22세기 미래라는 설정에 걸맞게 작품에서 연합군 소속 전설적인 용병이었지만 A.I. 전투 용병으로 다시 태어난 ‘정이’ 역을 맡은 김현주는 사람과 복제된 AI, '정이'의 두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 특히 감정이 있는 로봇을 연기하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를 소름끼치게 했다.
그는 "구분 지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험 대상으로서 '정이'는 기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어느 선까지 기괴하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라며 "마지막에는 로봇이지만 감정을 보여줘야 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감정이 많이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서 세밀한 감정 표현에 주안점을 두고 연기했다"라고 노력을 밝혔다.
그런 가운데 12일 K-디스토피아물의 절정을 찍을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가 공개를 앞두고 있다.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과 난민 '사월'(강유석)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사막화된 서울, 계급에 따라 산소가 통제되는 세상이라는 신선한 설정으로 K-디스토피아의 계보를 이을 예정이다. 조의석 감독은 CG 작업을 통해 '택배기사'의 디스토피아 설정인 사막화된 서울을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해냈다. 익숙한 서울 시내가 부정적인 암흑세계로 변함으로써 더욱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김우빈을 포함한 '택배기사'들은 낮에는 택배기사로 인류의 생존을 책임지지만, 밤에는 난민들을 도우며 이 세계의 불합리한 질서를 뒤엎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블랙 나이트로 분해 권선징악의 메시지와 함께 통쾌함을 선사할 예정이다.
비현실적인 디스토피아적 상황 속 '택배기사'는 난민, 계급, 환경 문제 등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도 '택배기사'의 큰 매력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조의석 감독은 "5-8은 디스토피아 속 유토피아를 꿈꾸는 캐릭터다. 나도 세상이 평등하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작품에 녹였다"라고 설명했다.
조의석 감독은 다른 디스토피아 세계관 작품들 속에 '택배기사'만이 가진 차별점에 대해 "'매드맥스와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다"라며 "넷플릭스에 비슷한 세계관을 다룬 '정이', '사냥의 시간' 등 작품이 많기도 하지만, '택배기사'가 조금 더 엔터테인하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희로애락이 있고, 액션도 있고, 캐릭터의 매력이 돋보인다"라고 답하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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