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안사위(居安思危) 새겨야 할 은행권[MT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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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안사위(居安思危). 편안할 때 앞으로 닥칠 위기에 대비하라.
국내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2%나 늘어났다.
국내은행도 2022년 중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9.6%나 증가하는 호실적을 보였다.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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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안사위(居安思危). 편안할 때 앞으로 닥칠 위기에 대비하라. 지금 은행권에 필요한 말이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2%나 늘어났다. 국내은행도 2022년 중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9.6%나 증가하는 호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의 시장환경을 보면 이런 좋은 시절이 계속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미국의 일부 소형은행들처럼 갑작스런 뱅크런으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경고음은 여기저기서 들린다. 먼저 은행의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년 2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6%로 2020년 8월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내은행의 자산건전성 악화는 이미 예견되어 왔다. 2015년 초부터 2021년까지 대체로 1%대 이하로 유지되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022년 초부터 3% 위로 올라섰다. 그 상태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경기도 좋지 않다. 저금리 상황에서 근근이 버티던 한계차주부터 부실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의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0% 대를 유지하다가 2020년부터는 40%를 넘어서고 있다. 시장에 떠돌고 있는 소위 좀비기업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고금리가 이어지며 이들이 버티기 어려워졌을 것이다. 가계에서도 취약계층과 한계차주부터 부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현재의 금리수준이 다시 과거의 저금리 상태로 돌아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돌아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대출부실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이 시스템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올해 9월에는 그간 3년 넘게 운영되어 오던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및 원금·이자에 대한 상환유예 제도 중 상환유예가 종료될 예정이다. 잘못하면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하지만 시스템 리스크에 미치는 영향은 은행이 압도적이다. 은행 건전성에 촉각을 곤두세워야할 이유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방향"을 발표했다.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은행들에 자본금과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는 제도다. 필요한 제도이며 조속한 시행이 요구된다. 금융감독당국도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되는 속도를 조절하고 통제가 어려워지면 금융당국과 함께 특단의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은행들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국내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은행 건전성이 계속 개선되어 왔기 때문에 국내은행들에게 건전성 악화라는 상황은 낯설다. 따라서 이에 대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익을 창출하는 것 못지않게 부실을 막아내고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은행의 중요한 업무다. 국내은행이 이익을 많이 낸 지금이 건전성 확보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은행들이 향후 닥쳐올 어려움을 큰 문제 없이 잘 극복하기를 기대한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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