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글로벌 어워드'는 정말 세계가 인정한 걸까
출품작 대부분 수상…아시아 기업에 몰려있어
아시아 특유의 '유럽' 마케팅 일환이라는 지적
최근 몇 년간 전세계에 K-컬처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죠. 식품업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불닭볶음면, 신라면 등 K-라면이 일본 라멘과 경쟁하는가 하면 김, 떡볶이 등 외국인들이 싫어할 거라던 음식들까지 각광받고 있습니다.
또 K-푸드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세계적인 권위의 시상식들에서 연이어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을 때입니다. 수십년 역사의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런데, 수많은 기업의 수상 소식을 듣다 보니 이런 의문이 떠오릅니다. 왜 이렇게 상을 받은 곳이 많은 걸까요. 정말 K-푸드의 품질이 세계적인 수준이라서일까요. 혹시 생각보다 상을 받기가 어렵지 않았던 건 아닐까요. 그래서 국내 기업들이 많이 상을 받는 몇몇 '글로벌 어워드'를 한 번 살펴봤습니다.
출품작 80%가 상 받았다
먼저 벨기에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권위의 식품 품평회인 '몽드 셀렉션'입니다. 올해에도 농심 백산수, 롯데마트의 PB인 요리하다, 일화 천연사이다와 초정탄산수, 골든블루의 골든블루 위스키 등이 상을 받았습니다. 식품뿐만 아니라 아모레퍼시픽 등 뷰티업계에서도 '몽드 셀렉션' 수상 배지를 자랑합니다.
이렇게 많은 K-기업들이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몽드 셀렉션의 평가 방식이 '절대평가'이기 때문입니다. 심사위원들이 60점 이상을 주면 동상, 70점 이상이면 은상, 80점 이상이면 금상을 주며 90점 이상이면 국내에서 주로 '대상'이라고 번역하는 '그랜드 골드'를 줍니다.
절대평가인 만큼 많은 제품에 높은 점수를 주면 그만큼 상을 많이 받아갈 수 있죠. 지난 2022년 몽드셀렉션에 출품한 3199개 제품 중 81.8%에 해당하는 2617개 제품이 동상 이상을 건져갔습니다.
금상 이상을 받은 제품도 55%에 달하는 1754개나 됩니다. 출품작의 절반 이상이 '금상'을 받은 겁니다. 올해 몽드 셀렉션에 골든블루 사피루스·골든블루 다이아몬드·혼 등 6종을 출품한 골든블루는 6개 제품이 모두 금상 이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대상'은 따로 있습니다. 몽드 셀렉션은 매년 각 품목 당 1개의 제품을 선정해 '심사위원 상'을 줍니다. 3199개 중 5개 제품만이 받을 수 있는 상입니다. 이 정도는 돼야 '대상'이라 부를 만하겠죠.
아시아가 휩쓴 '글로벌 어워드'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아시아 국가의 강세입니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불리는 iF디자인 어워드를 살펴 볼까요. 2022 iF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작품은 총 3578개입니다. 이 중 69.7%에 해당하는 2491개가 아시아 기업의 작품입니다.
전체의 37.4%인 1338개 제품을 중국 기업이 출품했고 우리나라는 478개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독일(379개), 대만(320개), 일본(273개), 미국(173개) 순이죠.
아시아 기업들의 압도적인 수상 실적을 디자인 실력이 월등하게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많은 작품을 출품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입니다. 몽드 셀렉션 역시 전체 출품작의 70% 이상이 아시아 국가의 제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에서 열리는 역사 깊은 시상식이라는 점이 기업들의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죠. 주최측에서도 참가 제품마다 '등록비'를 받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
서로의 니즈가 맞았다
몽드 셀렉션의 경우 1개의 제품을 출품할 때 등록비 1300유로(약 189만원)를 받는데요. 3개 이상을 출품할 경우 할인도 해 줍니다. 3개를 출품하면 6%, 5개를 출품하면 11.5%의 할인이 적용됩니다. 여러 개의 제품을 출품하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iF디자인 어워드도 출품비를 받습니다. 전시회처럼 '얼리버드' 할인까지 적용해 줍니다. 얼리버드 기간 동안 접수하면 250유로(약 36만원), 일반 접수 시 350유로(약 51만원)를 받고 깜빡하고 접수를 놓친 기업을 위해 한 달간 '라스트 찬스(450유로)' 기간까지 제공합니다.
실제로 마케팅 업계에서 이런 해외 시상식은 '가성비 높은' 마케팅으로 꼽힙니다. 기업 입장에서 수십만원에서 200만원 안팎의 마케팅 비용을 내면 '세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에서 인정받은 제품'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할 수 있게 되니 나쁘지 않은 장사입니다. 수상 난이도가 낮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죠.
결론은, 우리 소비자들이 겉보기 수상 실적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의 기준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는 '뻔한 말'입니다. 제 아무리 '세계 1위'라고 자랑해도, 내 입에 맞지 않는다면 "맛없다"고 할 수 있어야겠죠.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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