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어디 살아요]전세도 월세도 무서워…"쉐어하우스·하숙으로"
초단기 주세·쉐어하우스·하숙 등 대안주거 찾기도
# 광주에서 올라온 자매 A씨(25)와 B씨(27)는 3년째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인근의 한 원룸에서 지내고 있다. 2020년 처음 서울에 왔을 당시 살았던 집은 월세 75만원이었지만 최근 이사한 집의 월세는 95만원이다. 관리비(10만원 내외)를 합하면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 대학원에 진학한 C씨(31)는 현재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인근 한 하숙에서 지내고 있다. 한달 하숙비는 관리비 포함 52만원. 매일 아침과 저녁이 제공된다. 생활비와 식비를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하숙집으로 들어갔다. 하숙집에는 신입생부터 취업준비생, 직장인까지 10명 이상이 함께 산다.
최근 전월세 전환이 가속하면서 전셋값은 하락하고 월세는 오르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사기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서 월세를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원룸 월세가 100만원을 넘기는 등 2030세대들이 감당하기엔 주거비 부담이 크다고 토로한다. 이에 주 단위로 세를 내는 '주세'와 셰어하우스, 하숙 등 대체 주거를 찾는 움직임도 보인다.
"월세에 허리 휠 지경"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 월세는 지난 2월 0.02%, 3월 0.08% 상승했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에는 각각 0.01%, 0.07% 하락했지만 최근 상승 전환했다. 지난 3월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 평균 월세의 보증금은 5728만원, 월세는 62만7000원이다.
실제로 왕십리역 인근에 사는 A씨는 3년 만에 월세가 20만원 오르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A씨는 "예전에는 동생이랑 둘이 살면서 각자 30만~40만원 부담하는 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관리비까지 합쳐 50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동생은 아직 돈을 벌지 못해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소형 오피스텔 가격은 연립·다세대 주택보다 높은 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전용 40㎡ 이하(원룸형)는 지난해 12월(-0.03%) 이후 하락세이지만 지난해 1~10월까지 매달 평균 0.1% 이상씩 급격히 상승했다. 지난 3월 서울 오피스텔 전용 40㎡ 이하 평균 월세 보증금이 9954만원, 월세는 64만5000원이다.
특히 대학가에선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더욱 상승했다. 인터넷 수업에서 대면 강의로 전환하면서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인근 A 중개업소 대표는 "인근에서 최근에 지어진 신축 오피스텔은 기본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5만원가량부터 시세가 형성돼 있다"며 "관리비(15만~20만)를 합치면 100만원이 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A 대표는 "그나마도 남는 방이 거의 없다"며 "학기 초에는 방을 찾으려는 학생들이 계약이 취소되길 기다리며 대기를 걸어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셰어하우스·하숙 없나요"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대학 인근 하숙이나 쉐어하우스 등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 부엌과 화장실 등 공용 공간을 함께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서울의 신촌 인근의 여성 전용 하숙집 주인은 "코로나가 유행하던 작년까지만 해도 전체 방의 70%가량은 공실이었다"면서 "최근에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 대학원생, 직장인들도 찾으며 방이 꽉 찼다"고 말했다.
특히 하숙은 대학가 인근 원룸·오피스텔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식사도 제공해 생활비를 아낄 수 있다.
대학가의 한 하숙집에 사는 대학원생 C씨는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면서 돈을 벌지 못하는 데 식비와 주거비가 너무 비싸 어쩔 수 없이 하숙을 택했다"면서 "하숙 비용이 50만원 정도로 매일 아침과 저녁을 제공한다"며 "사실상 한 끼에 2000~3000원가량으로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월세 부담과 더불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공용 주거 시설을 찾는 사람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홍대 인근 쉐어하우스에 사는 D씨도 "코로나19가 한참 확산했을 때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더 위험할 것으로 생각해 혼자 원룸에서 살았다"면서도 "부엌과 화장실 청소 당번이 있고 친구 초대도 어려워 불편함이 있지만 월세를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쉐어하우스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일부 청년들이 '주세'로 밀려나기도 한다. 주세는 주 단위로 세를 받는 초단기 임대 매물로 보증금이 적거나 거의 없지만 월로 환산하면 월세보다 비싸다. 한 단기 임대 매물정보 앱에 따르면 강남역 인근 고시원 주세는 최소 9만1000원부터다. 오피스텔은 30만원부터 70만~8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이 앱 관계자는 "오피스텔 주세가 50만원일 경우 한달에 200만원가량 드는 셈이지만 전세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사회초년생 등 '주세'를 찾는 손님이 꾸준하다"고 말했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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