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 치료하면 정상생활 가능한 질환…편견 버려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매년 5월 19일은 '크론병·궤양성대장염협회 유럽연맹'이 제정한 '세계 염증성 장 질환의 날'(World IBD Day)이다.
염증성 장 질환은 전 세계에서 약 500만 명이 고통받는 만성 소화기 질환이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이 저조해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을 꾀병이나 스트레스, 단순 질환으로 오인해 가볍게 여기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국내 TV 드라마에서 크론병을 '못된 병' 등으로 부적절하게 묘사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는 12일 "실제로 드라마를 본 환자가 크론병이 유전되는지를 묻는 경우가 있었는데 크론병은 유전되지 않는다"면서 "증상이 심한 소수 환자를 제외하면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경우가 더 많은 만큼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론병 환자 약 40%가 20∼30대 남성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에 이르는 모든 소화관에 만성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15∼35세에 진단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약물로 완치시킬 수 없는 대표적인 난치병으로 과거에는 서양에서 많이 발병했지만, 우리나라도 환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 특히 젊은 남성 환자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21년 크론병(질병코드 K50)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2만8천720명 중 20~30대 남성 환자가 39.6%(1만1천391명)에 달했다.
10대에 발병하면 증상 훨씬 심할 가능성 커
10대에 크론병이 발병하면 40대 이상 환자보다 증상이 심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복통과 설사에 자주 시달리고 장에 생긴 염증으로 인해 영양분의 흡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체중 감소, 성장 부진 등이 생길 수 있다. 발병에는 면역,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스트레스나 심리적 요인에 의해 증상이 악화하기도 한다.
차 교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육식과 즉석식품 섭취가 증가한 게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있다"면서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기 진단을 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환자마다 증상부터 진행 속도까지 천차만별
크론병의 증상은 환자별로 다양하다. 서서히 또는 빠르게 진행되기도 하며, 응급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초기 증상은 대개 복통, 설사, 전신의 나른함, 혈변, 발열, 체중 감소, 항문 통증 등이 있다. 그 외 빈혈, 복부 팽만감, 구역질, 구토, 복부의 불쾌감, 복부에 혹 만져짐, 치질의 악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설사, 복통 등이 반복한다고 해서 무조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신에 다른 증상(강직성 척추염, 결막염, 공막염, 결절성 홍반, 만성 간염, 지방간, 담석, 신장 결석 등)이 함께 나타나면 크론병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다. 이후 혈액검사, 대변검사, 내시경검사, 조직검사, 영상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소장 침범이 의심된다면 캡슐내시경 검사 또는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와 같은 영상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염증 조절해 '증상 관해' 유지가 치료 목표
크론병은 완치가 어렵다. 대신 위장관의 염증을 조절해 증상이 모두 없어진 '관해'(寬解)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항염증제를 먼저 쓰고, 급성 악화기에는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다. 면역조절제는 스테로이드를 중단했을 때 유지 약물로 쓰인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치료 성적이 매우 높아졌다. 약물치료로 호전되지 않거나, 천공, 출혈, 장폐색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차 교수는 "크론병은 각 환자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크론병 진료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노력해 꾸준히 관리한다면 일반인과 차이 없는 삶의 질과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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