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차 컨설팅 패싱…산은, 부산 이전계획서 작성 강행

노명현 2023. 5. 12.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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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개정→2차 컨설팅' 절차 미루고 계획서부터
규모·주거지원 등 구체화 앞당기자 직원들 '반발'

KDB산업은행이 산업은행법 개정뿐 아니라 당초 계획했던 2차 컨설팅 절차도 뒤로 미룬 채 이전계획서 작성을 진행하는 '패스트 트랙'을 가동하고 있다.

애초에는 관련 법 개정이라는 핵심 절차를 거친 뒤 두 번째 컨설팅을 실시해 이전계획서를 수립하고, 이를 제출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법 개정이 난관에 부딪히자 계획했던 절차를 건너뛴 것이다.

이전하는 조직 규모와 비용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는 이전계획서 수립은 산은의 부산이전을 현실화하기 전 마지막 단계에 놓여있었다. 직원들의 거주 지원 등 노사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 포함돼 있어서다. 하지만 경영진이 예고한 절차를 생략한 채 '강행 모드'에 속도를 높이자 노조도 더욱 강력하게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이전 행정절차, 이전계획서 수립 남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공공기관으로 결정했다고 고시했다. 산업은행 경영협의회에서 '이전공공기관 지정 방안'을 의결해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관련기사: '부산 가라' 산업은행 지정 고시 강행…노조 강력반발(5월3일)

이로써 산업은행 부산이전을 위한 1단계 행정절차는 마무리됐다. '산업은행 본점은 서울로 한다'는 산업은행법 개정 절차가 가장 높은 문턱이었던 만큼 시선은 국회로 향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1·2회에 걸쳐 부산이전 컨설팅을 추진하기로 계획했다. 산업은행 본점 이전 컨설팅 추진안/그래픽=비즈워치

하지만 국회의 산은법 개정 외에도 행정 절차상 이전공공기관 지정 다음 단계에 필요한 것이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담은 '이전계획서 수립' 절차다.

당초 산업은행은 부산이전 시 역량 유지방안 등을 중심으로 한 '1차 컨설팅'을 진행하고, 산업은행법 개정 등 이전이 확정되면 '2차 컨설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2차 컨설팅은 이전 대상부지와 시설규모, 신사옥 건설방안과 기존 사옥 활용방안, 임직원 대상 이전 지원방안과 계획 등을 담는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이전계획서를 수립한다는 구상이었다.

산업은행 경영협의회가 금융위에 제출한 '산은 이전기관 지정(안) 마련' 의견서에도 이전 지역을 현 위치(서울 영등포구)에서 부산 문현지구로 한다는 내용만 포함됐고, 이전 규모와 이전 비용 등은 이전계획서 수립시 산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이 의견서에는 2차 컨설팅 대신 1차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임직원과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사전 협의 내용을 반영한 이전계획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전계획서를 수립한다는 것으로 절차가 바뀌었다. 이를 산은법 개정과 연계해 동시에 처리한다는 게 경영협의회 계획이다.

현재 산은은 산은법 개정 여부와 상관없이 이전계획서 작성부터 시작하고, 법이 개정되면 이후 2차 컨설팅을 추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에 속도를 내야하고, 법 개정을 위한 국회 문턱 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결국 산은법 개정이 관건…노조, 절차 위반시 파업도

현재 산업은행은 '산은 정책금융 역량 강화 컨설팅'(1차)을 진행하고 있다. 본점으로서 중추적 의사결정 기능과 핵심 기능을 보좌하는 조직·인력 규모를 비롯해 부산을 포함한 동남권 지역의 성장전략 지원을 위해 필요한 조직과 인력 규모 등을 포함하고 있다. 1차 컨설팅은 이달 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KDB산업은행 경영협의회는 '산은 이전기관 지정 방안'에서 1차 컨설팅 이후 이전계획서를 수립하고 산업은행법과 연계해 제출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산업은행 노조는 경영협의회가 2차 컨설팅을 생략하고 이전계획서 수립부터 한다는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영진이 강행할 경우 더욱 수위를 높여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2차 컨설팅이 법적 절차는 아니지만 산업은행법 개정과 남은 한 차례 컨설팅을 거치지 않고 이전계획서를 수립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본점 부산이전으로 임직원들의 근로조건이 악화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전을 전제한 이전계획서를 만들어 두고 협상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한다. 이에 이전 타당성을 포함해 이전계획서 수립 관련 전반적 사안을 다룰 '노사 공동 협의체' 구성을 사측에 제시했다. 다만 아직 사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이전계획서에는 구체적인 이전 규모뿐 아니라 직원들의 거주 지원책 등이 포함돼 노사합의가 중요하다"며 "이전계획서에 구체적인 계획이 담기는 만큼 이전공공기관 지정보다 더 중요한 절차"라고 말했다.

이어 "산은법 개정 후 2차 컨설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던 만큼 이를 요구할 것"이라며 "사측이 자체적으로 산은법 개정 전 이전계획서를 수립해 균발위 승인을 진행할 경우 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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