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네번째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여야, 뒤늦게 속도전 공언
서울서 피해 30대女 숨진 채 발견 충격
여야는 당초 지난달 말 전세사기 특별법을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피해자 인정 요건과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문제 등 쟁점 사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5월 국회로 넘겼다. 전날 열기로 했던 법안심사소위 심사마저 불발돼 오는 16일 재논의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서울 양천구 한 빌라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8일 양천구 목동의 4층 빌라 2층에 세들어 사는 이모(30)씨가 연락이 닿지 않아 찾아온 가족들에 의해 집에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의 몸에서 유서나 자살을 시도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검시 결과 뇌출혈 등 내적 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이씨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주택 1139채를 보유하고 전세를 주다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지난해 10월 숨진 ‘빌라왕’ 김모(43)씨 사건의 피해자로 파악됐다.
이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에야 여야는 황급히 특별법 처리 속도전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지만 뒷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서민을 힘들게 하는 전세사기 등 민생 문제점이 시시각각 생겨나고 있는데 국회가 제때 신속하게 입법적인 뒷받침을 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을 향해 “더는 미온적인 피해구제책을 고집하지 말고 즉각 소위에서 다수 의원이 중지 모은 대로 특별법을 처리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여야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전세사기피해지원 특별법 제정안에 대한 합의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될 경우 양당 원내지도부가 나서 합의안을 마련키로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11일 출입기자단과 진행한 브라운백 미팅(점심식사를 곁들인 토론 모임)에서 특별법과 관련해 “상임위 차원에서 여의치 않으면 원내지도부가 나서서 다음주에 합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이 주재한 회동에서 이 같은 방침에 합의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 배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토위) 소위에서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그다음엔 지도부에서 협상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간 특별법 제정안은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논의했지만 보증금 반환 문제와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 등을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 전세사기대책특별위원장인 맹성규 의원은 이와 관련해 “청년·사회초년생에겐 보증금 일부라도 반환받는 게 급선무이지 추가로 빚을 내줄 테니 그 집을 사라는 정부 주장은 실질적인 대비책이 될 수 없다”며 “민주당은 채권 매입이나 최우선 변제금 적용 등 보증금 반환 방안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복지부동”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전날 국토위 법안소위에선 피해자 인정 요건의 경우 이전보다 일부 확대하는 쪽으로 논의에 진전이 있었지만 보증금 반환 방안에 대해선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지부진한 논의에 민주당 내에선 단독 처리 필요성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관련 긴급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절박한 민생법안인데 언제까지 정부·여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합의라는 이름에 머물 것인가에 민주당의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세사기피해지원 특별법의 경우 상당한 재원 투입이 관건인 만큼 정부·여당 협조 없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게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아직 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재정 투입이 필요한 내용이 있는데, 그건 법만 통과된다고 해서 바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정부 협조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재정 투입은 국회가 예산을 감액할 순 있지만 증액할 수 없고 수립 권한도 없기 때문에 다른 법안과 (전세사기피해지원 특별법이) 성격이 좀 다르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지원·배민영·윤준호 기자, 수원=오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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