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퇴장' 박찬구 '쓸쓸한 마무리' 박삼구… 금호家 형제 은퇴

이재현 기자 2023. 5. 1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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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을 다지며 회사를 키워온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회장의 4남인 박찬구 회장은 1976년 금호석유화학(옛 한국합성고무)에 입사한 뒤 47년동안 회사를 글로벌 석유화학·소재 기업으로 키우는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회사 분리 후 박 회장은 본격적으로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발휘하며 금호석유화학그룹을 재계 순위 50위까지 끌어올렸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그룹 몰락' 꼬리표를 단 채 경영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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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호석유화학
내실을 다지며 회사를 키워온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후배 경영인들을 위해 용퇴를 결정한 것이다. 무리한 확장으로 빚에 허덕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쪼그라들게 한 친형 박삼구 전 회장의 퇴장 모습과 대비돼 주목된다. 박삼구 전 회장은 지난해 8월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 현재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박찬구 회장은 최근 그룹 회장 및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회사에 전달했다. 경영에서는 손을 떼고 무보수로 명예회장직만 맡기로 했다.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회장의 4남인 박찬구 회장은 1976년 금호석유화학(옛 한국합성고무)에 입사한 뒤 47년동안 회사를 글로벌 석유화학·소재 기업으로 키우는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박찬구 회장은 2009년 형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무리하게 진행한 대한통운,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 결국 금호가는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나눠졌다. 당시 박찬구 회장이 결단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금호석유화학그룹도 없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박삼구 전 회장이 부실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알짜 계열사를 매각했었는데 탄탄한 수익 구조를 갖춘 금호석유화학도 팔려 나갔을 것이란 분석이다.

회사 분리 후 박 회장은 본격적으로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발휘하며 금호석유화학그룹을 재계 순위 50위까지 끌어올렸다. 석유화학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웠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절에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내세워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주요 제품인 합성고무 매출은 줄었지만 의료용 장갑에 사용되는 NB 라텍스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실적을 크게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금호석유화학 NB 라텍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금호석유화학은 2019~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영업이익이 2년 연속 전년대비 30%가량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1302억원을 기록, 동종 업계 기업 중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때' 재계 7위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전 회장 무리한 확장에 '추락'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관련 공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뉴스1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그룹 몰락' 꼬리표를 단 채 경영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외형 확장을 통해 사세를 키우는 듯 했지만 채권단 압박에 주요 계열사를 거의 다 팔고 그룹은 해체됐다.

박인천 창업주의 3남 박삼구 전 회장은 2002년 박정구 3대 회장이 타계한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을 승계했다. 그룹은 생명보험·항공사·석유화학·부동산 자산 및 국내 최대 고속버스 시장 점유율을 갖춘 금호고속까지 풍부한 자산과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박삼구 전 회장은 차입을 통한 외형 확장에 나섰다. 2006년 당시 국내 최대 건설사인 대우건설을 6조4255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2008년엔 4조1000억원을 투입해 대한통운을 사드렸다. 이를 통해 몸집을 불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잠시나마 재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빚에 의존한 탓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면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되팔았고, 다른 주요 계열사도 매각 절차를 밟게 됐다.

2019년 4월엔 금호아시아나그룹 매출의 64%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 마저 매각하기로 한다. 우여곡절 끝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섰고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에서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자산 규모는 3조원대로 떨어지고 금호산업, 금호고속만 남게 된다.

이재현 기자 jhyu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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