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고 살아야 하는’ 코로나, 엔데믹 선언했다고 끝이 아니다

박현정 2023. 5. 1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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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일상회복]하루 2만여명 확진, 사망자 지속
새 변이 계속 나와 일상적 위협으로
공공의료 정비·돌봄 구조 개선 등
고령층·고위험군 대응체계 과제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이가연 간호사가 검사소 입구 쪽을 바라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정부는 11일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 단계에 접었들었다고 선언했다. 코로나도 해마다 유행하는 독감(인플루엔자)처럼 일상 방역·의료체계로 대응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대유행 파고가 잦아든 만큼 일상회복은 예정된 순서다. 그러나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며 이르면 2~3년 안에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취약한 공공의료체계와 저비용·시설 중심의 돌봄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남는다.

이날 정부 선언에 대해 대해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와 함께 살기’(위드 코로나)가 시작됐다며, 일상 의료체계로 대응하되 어떻게 하면 생명을 더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엔데믹은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일상적 위협이 된 상황을 의미한다”며 “예를 들어 결핵은 유행이 많을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늘 환자가 존재한다. 코로나도 일상에서 ‘안고 살아야 하는 병’이 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11일 0시 기준 전국에서 발생한 하루 확진자는 2만574명으로, 사망자는 12명이었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 단계로 조정한 11일 대구의료원에서 특수간호팀 윤지원 간호사가 시민들이 보내온 응원메시지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코로나 위험 정도에 대해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감염내과 전문의)은 “병독성과 면역확보 정도로 봤을 때 에이(A)형 독감 유행과 유사하다고 본다”며 “정상적인 의료시스템에서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병독성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등 상황이 변하면 대응체계를 전환해야 하는데 엔데믹 선언이 곧 위기 종결은 아닐 수 있다는 ‘리스크(위험) 커뮤니케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방접종이나 코로나 감염으로 확보한 면역이 지속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백신 맞기를 꺼리는 시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문제도 있다. 오미크론 변이(BA.1) 기반 2가 백신을 활용한 동절기 추가 접종을 한 60살 이상은 9일 기준 35%에 그친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일상회복을 하려면 백신 접종으로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며 “새 변이는 나타나는데 백신 접종률이 낮은 문제에 대한 대책을 확실히 하고 엔데믹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명 피해가 고령층에 집중됐다는 뼈아픈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11일 0시 기준 코로나 누적 사망자는 3만4583명에 이르며 그중 약 93.7%는 60살 이상이었다. 임승관 원장은 “노인·장애인 등의 돌봄을 열악한 시설에서 해결한 데 따른 심각한 오류가 드러난 사건으로 코로나 3년을 정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태호 부산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도 “요양병원·요양시설은 감염에 취약한데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다음 팬데믹에서도 같은 오류를 반복할 것”이라고 짚었다.

건강 취약층의 생명을 앗아가는 ‘호흡기 감염병’ 전반에 대한 예방·관리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건희 평창군보건의료원장(예방의학과 전문의)은 “2019년 요양원·요양병원에서 독감·결핵 등이 돌았지만 (사회적인)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그해 폐렴으로 사망한 분들이 몇 만명이었다”며 “코로나뿐 아니라 독감, 감기도 어르신들에겐 치명적인 폐렴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호흡기 감염병을 예방하는 환경을 만드는 쪽으로 초점이 옮겨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숨진 3만4583명에는 병상이 부족해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집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이 포함돼 있다. 대유행으로 의료체계가 흔들리면서 적정한 치료를 받지 못한 다른 질병 중환자·응급환자같은, 보이지 않는 피해자도 존재한다. 지난 3년4개월 동안 발생한 사회경제적 피해와 이를 유발한 구조적 원인을 면밀하게 뜯어보는 건 다음 팬데믹 대비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런 작업은 여전히 미진하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국외엔 코로나 초과사망(통상 수준을 초과한 사망), 취약층 피해 규모와 원인, 백신 신뢰도 추이 등 다음 팬데믹 대비에 필요한 정밀한 평가보고서가 나와 있다”며 “그러나 우리 정부는 방역에 대해 자화자찬만 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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